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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그룹 경영권 분쟁]남매간 공동경영, 시작부터 잘못됐다1차분쟁 봉합 이후에도 엇박자 지속… 조현아 전 부사장의 '몽니' 지적도

고설봉 기자공개 2019-12-27 08:18:18

이 기사는 2019년 12월 26일 17:2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진그룹 경영권 분쟁의 본질은 무엇일까. 이번 ‘남매의 난’은 선대가 남긴 유산을 놓고 벌어졌던 여타 재벌 2,3세들의 분쟁과는 그 결이 다르다. 지분 경쟁은 이미 지난 10월 이뤄진 상속절차 개시로 일단락 됐다는 점에서 오너일가 전체 경영권 분쟁과는 거리가 멀다. 현재 진행되는 분쟁의 핵심 이슈는 오히려 상속 이후 벌어진 공동경영체제 구축과 이를 이행하는 과정에서의 불협화음이다. 분쟁의 양상이 ‘상속 및 분할’이 아닌 ‘경영권 행사에 대한 이견’으로 흘러가면서 이를 봉합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현재 진행되는 분쟁은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사이의 갈등으로 정의할 수 있다. 올 4월 고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사망하고, 상속재산 분할이 이뤄지는 과정은 오히려 갈등이 크지 않았다. 지난 10월 조 회장 등 오너일가 4명은 조 전 회장이 남긴 한진칼 지분 등 유산을 법정상속비율대로 나눴다. 어느 한 명이라도 반대하면 절대로 상속 될 수 없는 주식을 상속했다는 점에서 1차 분쟁은 사실상 종료됐다고 볼 수 있다.

상속이 완료되면서 일단락 됐던 경영권 분쟁이 다시 일어난 것은 경영권 행사에 대한 이견 때문이다.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조현민 한진칼 전무는 한진칼 지분을 각각 보유하며 그룹 전체 경영권 행사의 근간을 만들었다. 하지만 어느 한쪽도 지분율 우위를 점하지 못한 만큼 특정인에 의해 그룹 경영이 좌우될 수 없는 구조가 됐다. 이는 공동경영이 불가피하다는 뜻이다.

지분이 쪼개진 만큼 각자 개인으로 나설 경우 오너일가는 지배권을 잃을 수 있다. 조 전 회장이 지분 17.84%를 단독 보유한 단일 최대주주로서 한진그룹 지배권과 경영권을 모두 확보했을 때와는 상황이 다르다. 특히 경영권 행사에 대한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는 주주총회 등에서 의결권이 분산된다면, 이는 곧 경영권 상실로 이어질 수 있다. 이에 따라 오너일가는 지분 상속 과정에서 공동경영체제에 대한 느슨한 합의를 이룬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공동경영체제는 그 시작부터 흔들리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조 전 회장 사망 뒤, 당시 오너일가 중 유일하게 경영일선에 있던 조 회장은 자연스럽게 경영권을 행사했다. 지난해 ‘물컵갑질’ 사건으로 조 전 부사장과 조 전무가 경영에서 배제됐기 때문이다. 이 고문은 올해 5월 이전까지는 공익재단 이사장을 맡으며 경영에는 참여하지 않았다. 조 회장만 경영에 참여하고 있었던 만큼 공동경영체제가 자리를 잡지 못했다.

공동경영체제에 대한 불만이 처음 외부로 표출된 것은 올해 5월 공정위 총수 지정 때다. 이 과정에서 1차 경영권 분쟁이 발발했다. 그러나 KCGI 등 적대적 주주와의 경쟁과 실제 상속재산분할까지 시간이 남았던 만큼 합의안을 도출하는 선에서 1차 분쟁은 봉합됐다. 이 고문과 조 전무가 정석기업과 한진칼로 경영 복귀하면서 오너일가 4명중 3명의 공동경영체제가 만들어졌다.

1차 분쟁이 종료되고 공동경영체제가 한 단계 견고해졌지만, 4명 전원이 경영일선에 나서지 못하면서 시작부터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특히 이번 분쟁을 촉발한 조 전 부사장의 경영복귀가 무산되면서 갈등의 골이 커진 것으로 알려졌다. 조 회장과 조 전무가 한진칼에서, 이 고문과 조 전무가 정석기업에서 각각 공동경영체제 연결고리를 만들었지만 조 전 부사장만이 유일하게 연결고리를 만들지 못했다.

현재까지 조 전 부사장은 경영에 나서기에 다소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한진칼과 대한항공, 칼호텔네트워크 등으로 경영복귀가 점쳐졌지만 실제 이뤄지지 못했다. 이는 조 전 부사장의 개인 송사가 마무리 되지 않은 영향이 컸다. 가사도우미 불법파견 등 재판에서 실형(집행유예)을 선고받은 영향이 컸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이혼소송도 경여 복귀의 걸림돌로 작용했다.

재계 관계자는 “조 부사장의 경영 복귀는 기정 사실처럼 받아들여져 왔다”며 “하지만 재판에서 실형을 받고, 이혼소송 등이 겹치면서 여론의 추이를 봐야한다는 내부 의견이 있었고, 이 부분에서 오너일가간 불협화음이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말했다.

한진그룹 안팎에서는 불협화음이 표면화 됐다는 점에서 이번 분쟁이 향후 한진그룹의 고질적 리스크로 불거질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조 회장이 최근 대외 행보를 늘리고, 경영 정상화를 위한 다양한 변화를 시도하는 데 대해 조 전 부사장이 불만을 제기하는 형태로 분쟁이 일어났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조 전 부사장이 불만을 외부로 표출한 결정적 계기는 지난 11월 단행된 한진그룹 정기 임원인사다. 당시 한진그룹 안팎에서는 ‘직급제 폐지’, ‘능력 위주 승진’, ‘임원 20% 감축’ 등 파격적인 인사를 계기로 조직 내 변화가 시작됐다는 평가가 많았다. 하지만 조 전 부사장은 ‘측근’들이 인사에서 배제된 것을 문제 삼은 것으로 알려졌다.

임원인사는 한진그룹의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돼 왔다. ‘인사 당일까지 누가 될지 아무도 모른다’ ‘오너일가 전화 몇 통이 오고가면 대상자가 바뀐다’ 등 한진그룹 내부에서는 임원인사에 대한 신뢰도가 낮았다. ‘실력보다 라인’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승진한 임원을 바라보는 내부 인식도 부정적이었다. 조 회장은 경영환경 개선을 추진하면서 가장 먼저 인사체계를 손 봤다. 이런 차원에서 지난 11월 인사는 ‘한진그룹 개혁의 신호탄’으로 평가 받았다.

하지만 이러한 개혁에 조 전 부사장이 전면 부정하면서, 향후 또 다른 갈등이 재현될 가능성도 커졌다. 조 회장이 예고한 사업구조 개편에 대해서 조 전 부사장이 반발할 여지가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조 회장은 ‘수익이 나지 않는 사업에 대한 구조조정’을 시사했다. 대표적인 사업부문은 호텔과 기내식이다. 두 사업부문 모두 조 전 부사장이 경영수업을 쌓았던 곳으로, 향후 경영 복귀가 유력하게 점쳐지는 곳이다.

재계 관계자는 “현재의 갈등은 정상적인 경영활동과는 동떨어진 것이고, 정식 절차를 밟고 진행되는 경영 현안에 대한 정당하지 않은 문제제기란 점에서 내부에서 조현아 부사장에 대한 비판이 많다”며 “조 전 부사장이 지금 이럴 때인가, 자숙하고 변화된 모습을 보여도 경영복귀 할 수 있다는 보장이 없는데, 오히려 본인의 경영 복귀에 더 악수를 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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