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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FO 워치]최고재무책임자 없는 KCC, 기조실이 이끈다회계·재무 부서 분리 운영…오너 중심 컨트롤타워

김성진 기자공개 2020-01-15 09:02:50

이 기사는 2020년 01월 14일 07:3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KCC에게 미국 실리콘업체 모멘티브퍼포먼스머티리얼즈(이하 모멘티브) 인수는 역사적 '사건'이나 다름없다. 1958년 설립 이래 다른 기업을 인수합병한 두 번째 사례인데다 그 규모가 3조2000억원에 달했기 때문이다. 첫 번째는 2011년 영국 실리콘 업체 바실돈 인수였지만 규모 면에서 모멘티브 인수가 압도적이라고 볼 수 있다. KCC는 모멘티브 인수를 위해 무려 5년치 투자자금을 선투자 했다고 밝힐 정도였다.

KCC의 역대 최고 '빅딜'은 최고재무책임자(CFO) 없이 진행됐다. 2000년대 초반 미국 기업들을 중심으로 CFO의 역할이 부각된 이후 국내 주요 대기업들이 CFO이 역할을 적극 넓혔지만, KCC는 재무와 회계를 총괄하는 CFO가 부재한 전통적인 조직체계를 갖추고 있다.

(왼쪽부터)정몽진 KCC 회장, 정몽익 KCC 수석부회장

그렇다면 KCC는 자사의 운명을 바꿀 수도 있는 이번 '빅딜'을 어떻게 CFO 없이 진행했을까. 사업보고서에 나타난 '임원 및 직원 등에 관한 사항'을 보면 회사의 운영과 전략 등은 정몽진(사진) KCC 회장과 정몽익(사진) KCC 수석부회장을 중심으로 기획조정실 등의 주도한 것으로 분석된다.

◇재무 회계 분리 운영

KCC는 재무와 회계를 분리해 운영하는 체제를 갖추고 있다. 석유화학 업체인 OCI도 KCC와 같이 CFO라는 직책을 따로 두고 있지 않지만 KCC와는 다소 성격이 다르다. OCI는 CFO를 도입해 운영하다 2014년부터 CFO 직책을 없앴지만, KCC는 창사 이후부터 지금까지 단 한 번도 CFO를 둔 사례가 없다.

KCC의 재무는 오랫동안 서정헌 전 상무가 맡아왔다. 1952년생인 서 전 상무는 선린상고 출신으로 2010년부터 2018년까지 KCC의 재정총괄 역할을 수행하다 10년째인 2019년 1월 사임했다. 서 전 상무의 뒤를 이은 인물은 임상진 상무로, 2011년부터 서 전 상무와 함께 재정을 담당하다 올해 이사에서 상무로 승진하며 재정총괄을 맡았다.

회계는 올해 KCC글라스 대표이사에 오른 김내환 부사장이 오랜 기간 담당했었다. 김 부사장은 동국대 회계학과 출신으로 2006년부터 2013년까지 8년 간 KCC의 회계를 책임졌다. 김 부사장은 이후 코리아오토글라스(KAC)에서 관리담당 임원을 맡았으며, 지난해 KCC 신설법인준비 TFT 총괄을 맡은 뒤 올해 KCC글라스 초대 대표이사에 선임됐다. 김 부사장 뒤를 이어서는 이웅노 상무가 2014년부터 현재까지 KCC의 회계를 관리하고 있다.

◇오너 중심 기획조정실 주도 분석

그렇다면 KCC의 분리된 재무와 회계부서는 어떤 식으로 운영됐을까. 재무와 회계부서가 서로 어떤 식으로 의사소통하는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알려진 바 없지만, 사업보고서를 통해 나타난 KCC의 조직구성을 살펴보면 기획조정실이 사업 전략을 구상하고 실행하는 데 있어 지대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기획조정실은 일반적으로 회사의 컨트롤타워로 불리며, 기획, 운영, 비서. 전략 등의 업무를 총괄한다. 이 때문에 대기업그룹의 기획조정실은 청와대 비서실에 비유되기도 한다. 재무 담당과 회계 담당 임원 직급이 각각 상무와 이사로 제한된 것으로 나타나는 만큼, 기획조정실의 직간접적인 관리 아래 운영되는 것으로 분석된다.


현재 기획조정실을 이끄는 인물은 곽성용 부사장이다. 곽 부사장은 서울대 출신으로 KCC에 존재하는 6명의 부사장 중 한 명이다. 2016년 KCC의 교육원장을 맡아 인재양성 업무를 담당하다 2018년부터 기획조정실장에 선임됐다.

KCC 기조실의 특징 중 하나는 지난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서울대 출신 인물들이 이끌어왔다는 점이다. 앞선 기조실장 출신 인물로는 김영호 현 KCC 해외사업 부회장(2010~2014), 이대익 현 KCC 교육원장 부사장(2015~2017) 등이 있다. 김 부회장은 서울대 지질학과 출신으로 국내외 영업 분야에서 많은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를 받으며, 이 부사장은 2009년 부사장으로 승진한 이후 10년 넘게 KCC 요직을 차지하고 있다.

또 한편으로는 정몽진 회장과 정몽익 수석부회장 등 오너가 경영과 재무에 밝기 때문에 CFO가 굳이 필요 없었다는 분석도 있다. 정 회장은 고려대 경영학과와 조지워싱턴대 MBA 출신으로 회사채 발행 등 자금 조달을 직접 관리할 정도의 전문가로 알려졌다.

특히 2000년대 초반에는 고려대와 조지워싱턴대 동기인 임석정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 SJL파트너스 대표(당시 JP모간증권 서울지점장)와의 협업을 통해 대규모 사채를 발행한 것으로도 전해진다. 임 대표는 이번 KCC의 모멘티브 인수에 SJL파트너스를 통해 재무적 투자자(FI)로 참여하며 힘을 싣기도 했다.

KCC 관계자는 "지금까지 KCC는 따로 CFO를 선임한 적이 없으며 재무와 회계를 분리해 운영하는 전통적인 운영 방식을 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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