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2.20(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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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랜드를 움직이는 사람들]'40년 창립멤버' 김일규 부회장, 만능 난제 해결사③알바생으로 출발한 최선임 CEO…해외진출·신사업 지휘

최은진 기자공개 2020-01-20 08:34:17

[편집자주]

이랜드그룹은 1980년 설립돼 의류업계 최초로 프랜차이즈 매장을 통해 성장했다. 국내 기업으로는 중국에 가장 먼저 진출해 성공한 케이스로 손꼽히기도 한다. 패션 사업에서 유통, 레저, 외식까지 사업을 확장해 온 이랜드그룹은 2010년대 중반 유동성 위기를 겪으며 힘든 시기를 겪었다. 그러나 지난 몇 년간 각고의 노력 끝에 재무구조 개선 작업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며 현재 재도약을 바라보고 있다. 더벨은 올해로 창립 40주년을 맞은 이랜드그룹을 있게 한 핵심 인물들의 면면을 살펴봤다.

이 기사는 2020년 01월 15일 08:00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랜드 그 자체', 김일규 이랜드건설 대표이사 부회장(사진)에 대한 세간의 평가다. 이랜드그룹의 모태인 보세옷가게 아르바이트생으로 시작해 자산 10조원 그룹의 최선임 전문경영인(CEO) 자리까지 꿰찬 입지전적 인물이다. 김 부회장만큼 이랜드그룹을 잘 아는 인물이 있을까, 그 누구도 이에 반론을 제기하지 않는다.

박성수 이랜드그룹 회장의 러브콜로 그룹에 합류하며 일종의 파트너로서 탄탄한 입지를 다진 그는 성장과 위기의 생사고락에서 늘 난제를 푸는 해결사 역할을 했다. 지난해 이랜드건설 대표이사로 김 부회장이 선임된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이랜드그룹의 최대 숙원사업인 테마파크 등 부동산 개발사업 해결을 위해 또 다시 그가 움직이는 것으로 해석된다.

◇회장과 교회서 맺은 인연, 15년간 해외사업 근무

김일규 이랜드건설 대표이사 부회장은 최종양 이랜드월드 대표이사 부회장과 함께 그룹 내 비오너 전문경영인 '투톱' 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지난해 초 박성수 이랜드그룹 회장의 동생 박성경 부회장이 경영일선에서 물러나면서 전문경영인에 힘이 쏠렸다. 이랜드그룹이 창업공신으로 꼽히는 김 부회장과 최 부회장의 직급을 부사장에서 부회장으로 두 단계 승진시키면서 공식적인 투톱 시대를 알렸다.

김 부회장은 이랜드건설 및 그룹 총괄 책임자 역할 뿐 아니라 2018년부터 커뮤니케이션업무를 총괄하고 있기도 하다. 대외 커뮤니케이션 총괄 책임자에 내부 인력이 선임된 것은 그가 처음이다. 당시 한창 재무구조 개선 및 유동성 확보에 안간힘을 쓰고 있던 상황으로, 이랜드그룹에 대해 누구보다도 잘 아는 인물이 대외 소통에 나서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판단으로 김 부회장이 낙점됐다.

그도 그럴 것이 김 부회장은 오너일가와 함께 이랜드그룹을 창립한 공신이다. 그가 이랜드그룹에 합류한 일화는 널리 알려져 있다. 그는 1958년생으로 고려대학교 신문방송학과 출신이다. 박 회장과는 5살 터울로 같은 교회를 다니며 알게 됐다. 이 인연으로 박 회장이 이화여대 앞에 연 '잉글랜드'라는 보세 옷가게에 아르바이트생으로 발을 디뎠다. 군대를 다녀온 1984년에는 박 회장의 러브콜로 정식직원으로 입사했다. 그리고 2년 뒤인 1986년 보세옷가게 점포는 '이랜드'라는 이름의 정식법인이 됐다.

김 부회장은 오너일가의 전폭적인 신뢰를 받고 있는 것은 물론 일종의 사업 파트너로서의 입지까지도 구축하고 있다. 그는 이랜드그룹이 옷가게에서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 인물로도 평가된다. 1980년대 후반 이랜드라는 기업명과 함께 자사 브랜드 '헌트', '브랜따노'가 흥행을 한 가운데 추가로 브랜드를 낼 지 고민에 빠졌다. 이 때 김 부회장이 강력하게 밀어 붙이면서 '언더우드', '스코필드' 등을 론칭했다. 각각 해외 분위기 등 다른 콘셉트를 적용하면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고, 이는 사세 확장의 결정적 계기가 됐다. 당시 김 부회장은 브랜드 추가 론칭을 적극적으로 추진한 것 뿐 아니라 상품수급과 매장 인테리어 등을 직접 맡으면서 공을 들였다고도 전해진다.

잇딴 브랜드 론칭으로 사세를 키운 이랜드그룹은 1990년대부터 해외로 눈을 돌렸다. 이 역시 그룹 내 해결사로 통하는 김 부회장이 맡았다. 그는 먼저 중국과 미국 시장을 주목했다. 원가절감 및 비용감축을 위해 인건비 등이 저렴한 중국에 생산라인을 구축했고, 미국에서는 '이랜드키즈'라는 아동용 브랜드를 판매했다. 영국 브랜드를 국내 처음으로 인수해 선보이는 파격 행보도 보였다. 만다리나덕, 코치넬리, 팔라디움, 케이스위스 등 해외 브랜드를 인수하며 그룹 내 상징적인 브랜드로 키운 것도 김 부회장의 성과로 회자된다.

그가 해외사업에 전념하며 해외법인 및 자회사에서 쏟은 시간만 40여년 직장생활 중 절반인 15년 가량이다. 이랜드그룹이 패션기업으로서는 처음으로 해외에 나가 흥행을 일궜다는, 여전히 회자되는 '신기록'의 중심에 김 부회장이 있었던 셈이다.

김 부회장은 해외사업을 일정 궤도 위에 올려둔 이후에는 국내로 돌아와 그룹 전략기획실장, 미래사업부문 비지니스그룹장, 최고재무책임자(CFO) 등을 거치며 그룹으로서의 기틀을 다지는 역할을 했다. 호텔 및 건설사업 진출, 상장 추진, 지배구조 개편 등의 이슈가 있을 때마다 오너일가와 실무를 연결하는 가교 역할을 했다.

특히 2016년 이랜드그룹에 닥친 유동성 위기와 상장실패, 투자유치 후유증 등을 해결하기 위해 김 부회장이 직접 나섰다. 그는 2017년 이랜드그룹의 정점에 있는 이랜드월드 지주부문 대표이사를 맡아 직접 투자자들과 소통을 하는 동시에 지배구조 개편의 밑그림을 그렸다. 또 300%를 웃도는 부채비율과 5조원에 달하는 순차입금을 축소하기 위해 비핵심자산 매각, 외부자금 유치 등의 작업을 지휘했다. 최근 이랜드그룹의 부채비율은 180%대로 축소됐고, 순차입금은 3조원 수준으로 비교적 안정화 됐다.

◇건설 CEO 선임, 5년 표류 '부동산 개발사업' 추진 임무

지난 40여년 이랜드그룹의 기회와 성장 그리고 위기, 모든 순간에 김 부회장이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성장기엔 신시장 개척자로, 위기의 순간엔 해결사의 모습으로 험지를 찾아 다녔다. 업계서는 김 부회장의 거취가 곧 이랜드그룹의 전략이라는 평가를 내놓기도 한다.

최근 이랜드그룹은 그룹의 명운이 달렸던 재무위기를 일단락 짓고, 재도약을 준비 중이다. 이와 맞물려 김 부회장은 이랜드건설 대표이사로 자리를 옮겼다. 그가 건설로 이동했다는 것은 그룹의 핵심전략이 또 바뀌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이랜드그룹은 숙원사업이었던 마곡 등의 부동산 개발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방침이다. 창립 40주년과 맞물려 마곡 R&D센터 완공·애월복합단지 개발 등 건설부문의 핵심 프로젝트들이 줄지어 계획 돼 있다.

특히 제주도 애월에 대규모 복합 쇼핑몰 형태의 테마파크인 '애월복합단지' 건설이 핵심이다. 이 사업은 제주도 내에서 여러 반대에 부딪히며 5년간 표류한 바 있다. 김 부회장은 이러한 개발사업에 힘을 싣기 위해 이랜드건설로 적을 옮긴 것으로 해석된다. 이미 2017년부터 관련 사업을 추진하는 계열사인 이랜드건설과 이랜드테마파크제주에 발을 걸치고 있었던 만큼 단독 대표이사로 추대된 올해부터는 강드라이브를 걸 것으로 관측된다.

이랜드그룹 관계자는 "김일규 부회장은 창립멤버로서, 주로 해외사업에 집중했던 인물"이라며 "최근 이랜드건설 대표이사로 자리를 옮기면서 계획하고 있는 각종 개발사업 등에 전념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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