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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나가던 전문변호사, 대형 로펌 박차고 독립한 사연은 김갑유 피터앤김 변호사 "세계 무대로 중재서비스 활약 기대"

한희연 기자/ 김병윤 기자공개 2020-01-20 10:20:44

이 기사는 2020년 01월 17일 12:03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제중재를 전문으로 하는 국제 로펌이 국내에 처음으로 문을 열었다. 공식 홈페이지 상에 소개된 21명의 소속 변호사 중 한국인은 6명 뿐. 전세계 그 어떤 로펌에 비해 구성원의 다양성을 자랑하는 '피터앤김(Peter&Kim)'은 국제 중재 분야의 스타로 이름을 날린 김갑유 전 태평양 변호사가 만든 신생 로펌이다.

20여년 넘게 몸담았던 대형로펌을 박차고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다는 소식에 업계에서는 여러 소문이 난무했다. 김 변호사는 한국인으로서는 처음으로 국제 중재 분야를 개척, 태평양을 국제중재 분야의 수위권에 올려놓은 스타 변호사로 평가받아왔기 때문이다.

김 변호사는 이번 새 출발은 사실 '오래전부터 꿈꿔왔던 계획을 실현시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미 10여년 전부터 아시아지역을 커버하는 중재 부티끄 설립을 꿈꿨다. 단지 변호사로서 은퇴하기 이전 그 꿈에 도전할 수 있는 시기가 바로 지금이었다는 설명이다.


김 변호사가 전공으로 삼고 있는 국제 중재 분야는 최근 변호사들의 독립 사례가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다. 중재 부분이 대형로펌에 소속돼 있을 때 이점도 분명 있지만, 회사가 크고 커버하는 분야가 넓을수록 그만큼 수임할 때 이해상충을 고려해야 하는 경우가 더 많아진다. 실제로 글로벌 대형 기업간 중재사건의 경우 대형 로펌들은 이해당사자들과 얽혀있어 이런 경우 분쟁만을 전문적으로 처리하는 로펌이 결국 수임하게 되는 식이다.

따라서 영국이나 미국 등지에서는 중재만 전문으로 하는 로펌이 일찌감치 생겨났다. 미국의 퀸 임마누엘이나 유럽의 쓰리크라운이 대표적이다. 이들 로펌들은 이미 설립한지 꽤 시간이 흘러 중재 분야에서 전문성을 인정받고 있으며, 수익성이 굉장히 높은 로펌 중 하나로 자리잡고 있다.

김 변호사는 특히 중재 분야의 경우 한국과, 대형로펌 등의 틀을 두기 보다 전세계를 상대하도록 틀을 두지 않아야 더욱 경쟁력이 커질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다른 법률 분야의 경우 각국의 법률과 이슈를 고려할 수 밖에 없는데, 중재의 경우 '중재능력' 하나만 확실하다면 인종이나 조직의 크고 작음에 구애받지 않고 능력을 펼칠 수 있는 분야라는 설명이다.

중재업무만 20여년 넘게 하다보니 일종의 사명감도 생겼다. 김갑유 변호사는 지난 2002년 국내 최초로 태평양에 국제중재팀을 만들었다. 20년에 가까운 시간간 다양한 국재중재 사건을 담당하며 아시아인 최초 국제상사중재위원회(ICCA) 사무총장, 한국인 최초 런던 국제중재 재판소(LCIA) 상임위원 등의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일련의 과정을 거치는 동안 함께 일했던 동료와 후배 변호사들은 김 변호사가 판단하기에 상당히 '고퀄리티'의 자원이었다. 그렇지만 이런 인적자원들이 현 상황 하에서는 지역이라는 틀에 갇혀 성장을 제한받고 있다고 판단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국제 중재 시장에서 아시아인도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은 더욱 공고해져 갔다.

(왼쪽부터)조아라 변호사, 한민오 변호사, 김갑유 변호사

세계적인 중재인인 볼프강 피터 변호사는 김 변호사의 계획을 실현하게 하는 결정적인 인물이었다. 이미 10여건의 사건에서 중재인으로 만난적이 있던 볼프강 피터 변호사가 함께 새 중재 전문로펌을 만들어 보자고 먼저 제안한 것. 볼프강 피터 변호사는 이미 스위스에서 중재전문 로펌을 설립해 놓은 상태였다.

국제상공회의소(ICC, International Chamber of Commerce)에서 아시아 태평양 지역을 책임지던 짐 모리슨 변호사는 ICC 은퇴후 호주에서 중재 전문 로펌을 꾸리고 있었다. 그도 역시 김 변호사에게 로펌 합류를 선 제안했다. 짐 모리스 변호사의 합류로 스위스에 이어 호주 지역의 거점도 덩달아 생기게 됐다.

볼프강 피터 변호사와 짐 모리슨 변호사의 스위스, 호주 로펌에 더해 김 변호사의 서울 로펌이 합쳐지며 2019년 말 '피터앤김'이 탄생했다. 현재 제네바, 베른, 시드니, 서울에 사무소를 두고 있는 피터앤김은 올해 중 싱가포르 사무소를 열어 아시아 지역 영향력 확대를 적극적으로 꾀할 예정이다.

김 변호사는 피터앤김의 강점으로 단연 '다양성'을 꼽는다. 이는 태평양 국제중재팀에서부터 갖고 왔던 일종의 '문화'다.

피터앤김 소속 변호사 21명은 성비와 지역분포 면에서 다양성을 자랑한다. 21명 중 남자는 9명, 여자는 12명이다. 한국 변호사는 6명인데 나머지는 미국, 영국, 독일, 호주, 스위스, 파키스탄, 싱가포르, 러시아, 루마니아 등 다양한 지역분포를 보인다. 여러 나라를 아우르는 기업의 경우 홈페이지 상 인력 소개도 지역별로 구분짓곤 하지만 피터앤김은 이를 한데 모아놨다. 지역구분 없이 능력별로 평가하는 컬러가 단적으로 드러난다.

다양성을 바탕으로 특히 아시아 지역에서 김 변호사는 가장 먼저 중국과 일본시장을 눈여겨 보고 있다. 한국과 법체계가 상당히 비슷한 데다 여러 중재 사건이 많이 일어날 가능성이 큰 지역이기 때문이다.

장기적으로는 베트남 등 동남아 시장도 적극적으로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베트남과 인도네시아의 인구 규모와 성장세 등을 감안하면 이들 지역은 간과할 수 없는 시장이다. 이미 한국기업들의 진출도 활발히 일어나고 있어 한국 변호사들이 활동할 만한 여지는 더욱 크다고 분석되고 있다.

동남아 로컬 로펌들은 중재업무 경험이 그리 크지 않아 영미계 로펌에 의지하는 경우가 많다. 다만 이들 영미계 로펌은 로컬문화 이해에는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피터앤김은 한국과 법률과 문화가 비슷한 동남아에서 충분한 로컬라이즈로 이들에게 더욱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

김 변호사는 스스로를 벤처기업이라 칭하며 '작은 만큼 더 확실하고 효율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전의를 다진다. 그는 "우리는 한국을 넘어 전 세계인들이 좋아할 만한 중재 서비스를 만들어보자고 모인 것"이라며 "인력 등을 보면 좋은 재료를 갖고 있는 게 사실인데 이를 잘 살리면 다른 국내 변호사들, 외국 변호사들에게 하나의 모델이 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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