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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공룡 만든 신격호 별세…거화취실 리더십 남겼다 자수성가로 자산 110조, 5위권 대그룹 롯데 키워…소박한 삶 그룹에 투영

최은진 기자공개 2020-01-19 19:58:41

이 기사는 2020년 01월 19일 18:3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롯데그룹을 창업한 신격호 명예회장(사진)이 19일 타계했다. 신 명예회장은 일본에서 츄잉껌 사업으로 마련한 종잣돈으로 한국에서 식품 및 유통 사업을 시작해 100조원 규모의 대그룹으로 키운 입지전적 인물이다. 화려함을 멀리하고 실속을 추구하는 소박한 그의 삶의 방식이 롯데그룹의 근간을 마련했다는 평가다.

신격호 명예회장은 19일 오후 4시 향년 99세의 일기로 별세했다. 전날 저녁 위독하다는 소식을 듣고 찾은 가족들이 신 명예회장의 임종을 지켰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물론 신동주 부회장과 신영자 전 이사장 등이 모두 함께했다. 가족들은 신 명예회장의 종교인 불교식으로 애도를 마친 후 현대아산병원에서 장례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신 명예회장은 1921년 울산광역시에서 5남 5녀의 맏이로 태어났다. 울산농업고등학교를 졸업한 이후인 1941년 일본으로 건너가 와세다대학교 화학과를 마쳤다. 대학 졸업 후인 1947년 츄잉껌 제조를 시작했다. 미군들이 껌을 씹고 있는 것에 아이디어를 얻었다. 자본금 100만 엔, 종업원 10명의 법인사업체를 만들었고, 회사 이름을 '롯데'로 지었다. 평소 문학에 심취했던 그는 괴테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의 여주인공 이름에서 사명을 따왔다.

그는 일본 츄잉껌 사업에서 벌어들인 자금을 기반 삼아 1967년 46세에 한국에 롯데제과를 만들었다. 당시 한일 수교 이후 한국 투자에 대한 길이 열린 데 따라 적극적으로 움직였다. 물론 여전한 반일감정으로 인해 국내에서 그의 사업을 저지하려는 움직임도 있었지만, '한국인'으로서의 투자를 강조하면서 무난히 자리잡게 됐다. '한국투자'는 조국에 대한 애정과 그리움으로 얽힌 일생의 과업과도 같았다.

그가 국내에 세운 롯데제과는 롯데그룹은 1970년대 롯데칠성음료와 롯데삼강(現 롯데푸드)으로 국내 최대 식품기업으로 발전했다. 이어 롯데호텔과 롯데쇼핑을 설립해 당시에 불모지나 다름없던 국내 유통 및 관광 산업의 현대화 기반을 마련했다. 식품과 유통에서 시작한 사업은 신 명예회장의 주전공이었던 화학 등으로 확대, 호남석유화학(現 롯데케미칼)과 롯데건설 등을 설립하면서 국가 경제발전에도 이바지 했다.

신 명예회장은 롯데그룹을 자산규모 110조원, 연 매출 73조원의 재계순위 5위권 대그룹으로 키워낸 자수성과형 입지전적의 인물이다. 또 한국의 랜드마크 설립을 추진하며 불모지나 다름없던 한국의 관광산업을 견인한 인물로도 평가된다. 1973년 문을 연 당시 동양 최대의 초특급 호텔인 롯데호텔, 1979년 롯데백화점, 1989년 롯데월드, 2017년 롯데월드타워 등 그의 아이디어에서 비롯된 사업들은 현재 한국의 랜드마크와 마천루로 평가받고 있다.

신 회장은 평소 나서는 것을 극히 꺼리는 '은둔의 경영자'로 불렸다. 화려함보다는 소박함을 추구했다. 쓸데없는 말은 거의 하지 않을 정도로 말을 아꼈다. 외부활동보다는 본업에 집중해 성과를 내는 게 더 바람직하다는 게 평소 그의 철학이었다. 사무실의 크기나 장식도 소박했다. 그의 집무실에는 '거화취실(去華就實)'이라는 액자가 있었다. 호화로움을 멀리하고 검소한 길로 나아간다는, 내실을 지향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그의 이러한 삶의 철학은 롯데그룹의 문화가 됐다.

신 명예회장은 2017년 둘째 아들인 신동빈 회장에게 회장직을 물려줬다. 장자인 신동부 전 부회장과 신동빈 회장이 경영권 다툼을 벌이다 신동빈 회장의 승리로 끝이 났다. 신 명예회장은 두 아들 사이의 갈등이 봉합되지 않은 상황에서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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