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0년 02월 03일 08:2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3차례에 걸쳐 진행된 금감원 제재심 결과 은행 CEO들에게 중징계 처분이 내려졌다. 금감원은 이번 ‘DLF 사태’에서 '투자자 책임'보다 ‘금융사 책임’이 더 크다고 봤다. 금감원의 판단이 타당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결과를 보면서 한 가지 의문이 들었다. ‘금융당국 책임’은 없을까.이번 DLF 제재심에서 금감원은 은행의 내부통제기준 위반을 징계의 주요 근거로 삼았다. ‘DLF 상품을 출시하고, 영업점에서 판매하는 과정에서 CEO들이 내부통제에 미흡했다'는 주장이다. 실제 불완전 판매 사례가 존재하고, 위험관리를 소홀히 하는 등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난 만큼 금감원이 내세운 법리는 타당하다.
하지만 이러한 법리에서 금감원 스스로 자유로울 수 있는지 따져봐야 한다. 금감원은 상시 감독기구다. 수많은 금융사를 대상으로 상시 감독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방대한 조직으로 운영된다. 이번에 문제가 된 고위험 상품에 대한 감독 체계도 견고하다. 금감원장→부원장→부원장보→국장으로 이어지는 내부통제 체계가 만들어져 있다.
금감원은 금융사를 상시 감독하기 위해 ‘은행·중소서민금융’과 ‘자본시장·회계’ 부문을 두고 있다. 각 부문은 부원장들이 이끌고 있다. 또 그 아래 부원장보를 각 2명씩 배치했다. 감독하는 분야를 다시 세분화해 수많은 감독국을 만들었다. 감독국에는 또 각 국마다 국장이 있고 수십명에 달하는 직원들이 존재한다.
그러나 이처럼 전문화되고 세분화된 금감원의 상시 감독 체계는 유독 이번 DLF 사태에서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손실이 불거지고 문제가 은행 외부로 알려질 때까지 금감원은 대외적으로 DLF 관련한 어떤 의견도 제시하지 않았다. 금감원은 평상시 은행, 증권사, 자산운용사 등 고위험 투자상품을 출시하는 금융사를 감독할 의무가 있다. 상품 설계는 적법한지, 금융사간 거래에서 이상은 없는지, 영업창구에서 불완전 판매가 일어나지는 않는지 감독해야 한다.
금감원이 내세운 CEO들의 내부통제기준 위반을 금감원 감독체계에 그대로 대입해 보면 '금감원장은 DLF 사태에서 자유로울 수 있나' 하는 의문이 생긴다. 소비자들의 피해를 막기 위해 금융사의 상품 설계·판매를 감시하는 과정에서 금감원장은 제대로 내부통제를 하지 못했다는 주장이 나올 수도 있다. 각 부문과 국, 부원장과 부원장보, 국장 등이 제대로 감독업무를 수행하지 못한 책임을 금감원 내부의 관리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 것에서 찾을 수 있다는 말이다.
지난 1월 조직개편에서 금감원은 "금융상품 설계, 모집, 판매 등 단계별 모니터링과 민원 데이터베이스(DB)를 활용한 상시감독 기능에 집중한다"고 밝혔다. 이는 금감원 스스로 그동안 상시감독 업무를 게을리 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은 아닐까.
소비자들이 투자를 위해 금융사의 문턱을 넘는 순간부터 ‘투자자 책임’이 생긴다. 금융사들은 상품을 기획하는 그 순간부터 ‘판매 책임’이 생긴다. 금감원은 소비자가 투자자로 나서는 순간부터, 금융사가 상품을 기획하는 단계부터 ‘감독 책임’이 생긴다. 일이 터진 뒤가 아닌 평상시에 그 책무를 감당하기 위해 금감원은 존재한다.
금감원 앞에는 DLF보다 더 심각한 후폭풍을 야기할 라임 사태가 임박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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