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4.0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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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빈의 뉴롯데 전략]외형성장 단꿈 끝났다…'위닝스피릿'에 담은 고민⑥외부변수에 큰 타격, 매출보단 수익성·변동성 주목…KPI개선도 추진

최은진 기자공개 2020-02-11 11:03:03

이 기사는 2020년 02월 10일 16:26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매출 467%, 당기순이익 7%. 롯데그룹은 지난 20년간 외형성장에 초점을 맞췄다. 자산을 불릴수록 매출도 늘었다. 롯데그룹의 주축이 '소비'와 연관된 제조 및 판매 사업인만큼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는 업으로 여겨졌다. 원가를 얼마나 줄이느냐, 규모를 얼마나 더 늘리느냐가 곧 매출이고 수익성이었다.

시대가 변하면서 성장공식도 바뀌었다. 산업 패러다임의 변화로 기존 외형성장 전략만으로 수익을 실현하는 게 어려워졌다. 특히 경기나 트렌드에 민감한 사업이라는 점이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하며 대외변수에 실적이 들쑥날쑥하게 됐다. 순이익이 20년 전으로 회귀했다는 점은 위기를 넘어 생존의 문제로 판단됐다.

롯데그룹 내부적으로 확장정책에 대해 심각하게 고심하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강조한 위닝 스피릿(Winning spirit)이라는 말에 이러한 고민이 담겨 있다고 고위 임원들은 판단하고 있다. 언제나 어느 국면에서나 이길 수 있는 전략, 결국 성장전략의 관점이 바뀌었다 것을 의미한다.

◇외형확대 전략, 20년간 자산·매출 500% 성장

'짜다'라는 이미지로 통하는 롯데그룹의 투자전략은 꽤 보수적이면서도 신중했다. '잘 모르는' 사업으로 다각화 하는 것을 경계하고, 원가절감이나 비용축소에는 적극적이었다. 그런 롯데그룹의 20년간 성장전략은 외형확대에 초점이 맞춰졌다.

식품 및 유통 등 소비재를 주업으로 삼았던 롯데그룹에게 외형성장은 곧 실적으로 이어졌다. 더 많이 더 많은 이들에게 도달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들어 매출을 키우는 만큼 수익성도 개선됐다.

제조 및 유통에서 원가절감이나 비용축소는 결국 '규모의 경제'를 얼마나 잘 활용하느냐로 귀결됐다. 더 많은 재고를 확보하고 더 넓은 유통망을 갖추는 것이 원가를 줄이는 전략이 됐다. 화학사업 역시 마찬가지였다. 범용상품을 최대한 많이 만들어 판매하는 것이 더 많은 마진을 창출하는 길이었다.

롯데그룹의 재무제표를 살펴보면 지난 20년간 쉼 없이 몸집을 부풀려 왔음을 알 수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롯데그룹의 전체 계열사의 재무지표 등을 집계한 결과 자산총액은 2000년 16조6940억원에서 2018년 115조3390억원으로 98조6450억원, 590% 증가했다. 역성장도 거의 없었다. 이 기간 롯데그룹은 딴길로 새는 일 없이 한우물만 팠다.


외형성장은 매출성장과 비례했다. 같은기간 매출액은 467% 증가했다. 증가금액은 60조원. 자산이 1억원 늘어날 때마다 매출도 일정비율씩 비례해 증가했다고 볼 수 있다.

수익성도 괜찮았다. 2010년대 초반까지만 매출과 비례하며 2000년 5170억원에 불과했던 당기순이익이 2010년 3조3930억원까지 늘어났다. 6배 성장의 쾌거, 롯데그룹의 몸집 확대 전략은 잘 먹혀들어간 셈이다. 이 당시 롯데그룹은 높은 성과를 자찬하면서 신시장 진출보다는 기존 역량을 심화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잡았다. 외형성장의 방향을 해외로 설정하기도 했다. 국내에선 이미 커질만큼 커졌다는 판단이었던 것으로 해석된다.

이 때 롯데그룹이 방향을 달리 잡아 신사업으로 진출했거나 새로운 전략을 펼쳤다면 상황은 좀 나아졌을까. 이후 롯데그룹은 세계경제 불황이라는 대외불확실성에 더해 형제의 난, 사드배치 이슈, 반일감정 등 잇딴 폭격까지 맞으면서 실적 역시 타격을 입었다.

그간 외형성장을 이뤄놓은 덕에 매출은 그럭저럭 꾸준히 성장했지만, 수익성이 발목을 잡았다. 더 많은 고객을 끌어모으기 위해 판관비 등을 쓰면서 비용이 커졌고 매출성장률이 줄어들면서 규모의 경제도 힘을 잃었다. 2010년 이후 롯데그룹의 매출액은 한자릿수로 줄어들었다.

특히 최근들어 이러한 위기는 심화되는 분위기다. '위기의 상시화'라는 말이 그룹 내부적으로 돌만큼 정치적인 이슈는 물론 대외 여건에 따라 실적이 급전직하 하는 일이 빈번해졌다. 롯데그룹의 사업모델이 소비재에 편중돼 있는데다 산업 패러다임의 변화로 '대체재'가 늘어난 데 영향을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2018년 당기순이익이 5520억원으로 20년 전 수준으로 회귀했다는 것은 내부적으로 꽤 아픈 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매출액이 당시보다 6배나 커졌는데도 그만큼의 수익을 내지 못했다는 것은 위기관리가 전혀 되지 않고 있다는 의미로도 해석되기 때문이다. 경기나 대외변수 등에 따라 들쑥날쑥한 실적, 상호보완적이지 못한 사업 포트폴리오가 화두가 됐다.

◇대외변수 취약한 포트폴리오, 순익 20년 전으로 회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새롭게 '롯데의 정신'으로 강조하고 있는 '위닝 스피릿'이라는 말에도 이러한 고민이 담겨 있다. '이기는 습관'이라는 의미로 해석되는 이 말에는 어느국면에서도 성공하고 이길 수 있는 정신을 갖자는 당부가 담겨 있다. 불확실한 여건에 따라 들쑤날쑥하는 성과를 확실한 전략으로 극복해보자는 포부도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는 실적을 보는 관점의 변화로 이어졌다. 그동안 외형성장에 초점을 맞춘 전략이었다면 이제는 질적성장을 이루기 위한 전략을 고민하기에 이르렀다. 특히 수익성 측면의 고민이 이어지고 있다. 단순히 원가를 낮추거나 비용을 줄이며 창출하는 수익성이 아닌 수익성을 제고할 수 있는 사업모델의 고민이 시작됐다는 평가다.

예컨대 화학 계열사의 경우엔 범용제품이 아닌 고부가제품으로 포트폴리오를 다각화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그간 외형성장 중심의 전략을 펼치며 범용제품을 주로 취급했지만 수익성이 더 높은 고부가제품으로 포트폴리오를 개편하면서 언제 어느국면에서든 실적을 낼 수 있는 체질로 개선하겠다는 목표이다. 유통사업 역시 온라인과 연동된 구매방법을 새롭게 고안한다거나 마진이 많이 남는 명품판매를 강화하는 등의 대안을 고민하고 있다.

사업 전략 뿐 아니라 숫자를 보는 관점 역시 달라졌다. 매출 혹은 영업이익, 영업이익률 등 실적의 변동성까지 눈여겨 보기 시작했다. 매출에 초점을 맞춘 성장전략이 한계에 봉착했다는 데 핵심 계열사 수장들도 이견이 없는 상황이다. 그간 '실적 확대'에 초점을 뒀던 임원성과평가(KPI)도 손 보는 방안도 고민하고 있다고 전해진다.


실제로 주요 계열사들의 영업이익률을 보면 대부분 한자릿 수에 불과하다. 경쟁사 대비해서 볼 때도 현저하게 낮다. 롯데쇼핑의 경우 3% 안팎으로 신세계나 현대백화점에 비해 낮은 수익성을 나타내고 있다. 롯데제과나 롯데칠성 역시 한자릿수 영업이익률에 그치고 있고, 이 마저도 해마다 변동성을 보이고 있다. 그나마 선방하던 롯데케미칼도 마찬가지 상황에 처했다.

어느 국면에서나 실적을 낼 수 있는 전략, 위닝 스피릿이란 말에 담긴 의미는 결국 위기관리에 능한 포트폴리오이다. 지나치게 대외변수에 취약한 사업 포트폴리오를 관리할 수 있는 새로운 전략을 고민하기 시작한 셈이다.

롯데그룹 고위 관계자는 "들쑥날쑥한 변동성 높은 실적을 어떻게 관리할 지, 어떤 국면에서도 성과를 낼 수 있을 지 고민하고 있다"며 "신동빈 회장이 강조한 위닝 스피릿은 결국 단순 매출만 늘려서는 안 된다는 위기 의식이 반영된 것으로 전사적으로 수익성에 고심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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