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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H투자증권을 움직이는 사람들]'결과'보다 '과정'…정영채 리더십, IB 롤모델 되다①고객응대 직원평가 반영 '파격 실험'…최대 실적 귀결, 경쟁사 벤치마킹

이경주 기자공개 2020-02-24 07:59:59

[편집자주]

'고객의 만능 해결사'. NH투자증권에게 가장 적합한 수식어다. 국내 최고 투자은행(IB) 하우스이자 트레이딩(Trading)과 자산관리(WM) 부문 역시 톱티어 역량을 자랑한다. 특히 2018년 IB업계 대부로 불리는 정영채 사장 취임 후엔 2년 연속 사상 최대실적도 달성했다. 뛰어난 결과엔 치열한 과정이 있다. 지금의 NH투자증권을 만든 핵심 인물들을 소개한다.

이 기사는 2020년 02월 14일 07:00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우리투자증권(현 NH투자증권)에는 1등이 참 많습니다.' 2011년 업계에 파장을 일으킨 광고 문구다. 경쟁사가 보기엔 도발적인 내용이었다. 그해 IPO 주관, 채권 인수, ELS 발행에서 1등을 휩쓸면서 시작한 마케팅이다. NH투자증권이 골고루 잘한다는 인식도 이 때부터 생겨났다.

그리고 2020년 현재, 그 위상은 더욱 견고해 졌다. △2018년~2019년 2년 연속 유상증자 주관 1위 △2019년 IPO 주관 1위 △ 2018년~2019년 회사채 주관 2위를 자랑한다. 특히 IB 새 수익원이 된 '기업 지배구조 자문 영역'에선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현대차와 롯데, SK, 현대중공업 등 국내 내로라하는 대그룹들의 지배구조 재편을 설계했다.

1등 NH투자증권은 언제부터, 누가 만들었을까. 30년 가까이 IB 한 우물을 판 정영채 사장이라는 것에 이견을 달 사람은 없다. 2005년 정 사장이 IB사업부 대표로 부임하면서 7~8위였던 IB순위가 수년 만에 1위로 뛰었다. 2018년 대표이사가 된 이후엔 회사 전체에 1등 DNA가 전이됐다.

아이러니하게도 정 사장의 우선 순위가 1등은 아니었다. '결과'보다 '과정', '실적'보다는 '고객'을 중시했다. 당연하지만 실천하긴 어려운 교과서 같은 이야기다. 하지만 실천하면 욕심부리지 않아도 명성과 부가 부차적으로 따라온다. 정 사장 취임 이후 NH투자증권은 2년 연속 사상 최대 이익을 냈다.

◇욕심 버리고 고객만 생각…어느덧 전 분야 톱

정 사장은 1964년 경북 영천에서 태어났다. 경북사대부고를 거쳐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1988년 대우증권에 입사해 IB업무를 시작했다. 자금부장과 IB부장, IB담당 상무 등 핵심 요직을 거치면서 미래 CEO로 거론됐다. 하지만 2000년 대주주가 바뀌면서 5년 만인 2005년 대우증권을 떠났다. 우리투자증권 IB사업부대표로 자리를 옮겨 IB인생 2막을 열었다.

정 사장은 뼛속까지 IB맨이다. 전국 각지를 돌며 기업 대표들을 만나 사업과 인생에 대한 '혜안'을 얻는 것이 IB만의 특권이자 즐거움이라 생각했다. 이해 타산적으로 접근하지 않았다. 고객에 대한 애착은 그만의 영업방식을 만들었다.

딜을 따내 수수료를 받는 것은 일차원적이라고 생각했다. 고객이 원하는 다양한 고민을 해결해 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다 보니 할 줄 아는 게 많아야 했다. 그는 IB사업부 후배들과 ECM과 DCM, 부동산PF, M&A 등 전 분야에 역량을 갖추자고 제안했다. 1등은 아니더라도 NH에 맡기면 문제가 없다는 평 정도만 들으면 된다고 생각했다.

이 전략이 결론적으로는 ‘묘수’가 됐다. 특정 고객사 ECM과 DCM을 함께 수행하다보니 차별화가 됐다. 원스톱 서비스가 가능한 회사로 인식됐다. 트랙레코드가 쌓이다 보니 점차 난이도가 높은 딜들을 수행했고 어느 덧 전 분야에서 톱티어로 올라섰다. IB사업부의 선전으로 2011년 '1등 NH'라는 광고 문구가 탄생했다.

◇'콜 리포트' 창시, 전사로 확대…고객중심 영업원동력

정 사장은 IB사업부 시절 고객중심 영업지론을 시스템화하기 위해 이른 바 '콜 리포트(Call report)'를 도입했다. 본인부터 말단 직원까지 고객을 만난 후에는 반드시 콜리포트를 작성토록 했다. 언제 누구와 만나 어떤 이야기를 하고, 어떤 제안을 했는지 등 소소한 내용까지 모두 상세히 기록하게 했다.

도입 초기엔 직원 호응도가 떨어져 정착에 다소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정보가 쌓이면서 거시적인 기업 전략을 이해했고 또 사업부 차원에서 맞춤형 서비스를 제안할 수 있었다. 영업에 효력을 발휘하기 시작하면서 IB사업부만의 고유 제도로 안착됐다. 현재의 성공 기반이 된 조직문화다.

콜 리포트는 정 사장이 2018년 초 대표이사로 취임하면서 전사차원의 제도로 업그레이드된다. 지금도 업계에 회자되는 '과정가치' 직원평가제도다. 지난해 초부터 WM사업부 중심으로 우선 시작됐다. 과거엔 실적(KPI, 핵심성과지표)을 기준으로 100% 인사평가를 했지만 이젠 '과정가치'를 평가 항목에 넣었다. 실적이 좋아도 '과정가치' 점수가 나쁘면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게 되는 셈이다.

과정가치는 △콜리포트를 포함해 △고객을 만난 횟수 △최적의 솔루션 제공 △사후 관리 등 고객을 만족시키기 위한 일련의 활동 전반을 평가하고 있다. 실적제일주의 문화가 뿌리를 내린 증권업계 전체에 큰 파장을 일으킬 수밖에 없었다.

당연히 사내에서도 적잖은 반발이 있었다. 정 사장은 직접 장문의 편지를 써 자신의 31년 IB 경력에서 고객 중심 영업이 얼마나 중요했었는지를 설파하며 직원들을 설득했다. 더불어 '과정가치'가 고객 뿐 아니라 직원들 행복도도 높일 것이라 확신했다. 점차 동조하는 직원들도 많아졌다는 전언이다.

"실적으로 평가 받는 직원과 고객응대로 평가 받는 직원 중 누가 행복할까요. 과거엔 실적이 안좋으면 회사가 잔소리를 합니다. 그런데 고객을 즐겁게 해주면 좋은 평가를 받도록 지표를 만들어 놓은 거에요. 부담이 없잖아요. 고객을 정말 자주 만난다는 점이 가장 큰 변화에요."

◇파격 실험, 사상 최대 실적으로…IB업계 이정표 되다

내외부의 우려가 컸지만 결과는 정반대였다. NH투자증권은 지난해 당기순이익 4763억원을 기록했다. 전년(3614억원)보다 무려 31.8% 늘었다. 전년에도 사상 최대 이익을 냈는데 지난해 또 한 번 신기록을 경신했다. 모두 정 사장 취임 기간에 거둔 기록이다. 고객에 집중했더니 실적이 자연스럽게 따라왔다. 정 사장 지론이 또 한 번 먹혔다.

최근 2년 동안 후배들은 물론 경쟁사도 놀라워하고 있는 결과물이다. 덕분에 대형사 중엔 비슷한 전략을 세운 곳들이 생겨났다. 신한금융투자는 지난해 초 취임한 김병철 사장이 ‘고객 제대로 알기' 캠페인을 시작했다. 올 초 신년사에서도 강조한 내용이다. 미래에셋대우는 IB1본부가 ’제안 영업‘이라는 것을 시작했다. 고객 니즈를 수시로 파악해 고객이 원하기 전에 IB솔루션을 제안한다는 취지다.

정 사장이 NH투자증권을 넘어 업계 전체 영업 패러다임을 바꾸는 이정표 역할을 한 셈이다. 정 사장이 IB업계 대부로 불리는 배경이다.

NH투자증권 관계자는 “국내 증권업계는 최대 고객인 기업이 저성장 국면에 진입함에 따라 새로운 역할을 요구받고 있다”며 “기업이 미처 생각해 내지 못하는 솔루션을 IB가 제공하면서 해법을 찾아야 하는 시대”라고 말했다. 이어 “정 사장의 '과정가치' 지론은 NH를 넘어 IB업계 전체가 숙명처럼 갖춰야 할 역량”이라고 덧붙였다.

◆ 정영채 NH투자증권 대표이사 사장 약력

<학력>
1964. 05. 경북 영천 출생
1982. 02. 경북사대부고 졸업
1986. 02. 서울대 경영학과 졸업

<경력>
1988. 01. 대우증권 입사
1997. 03. 同 자금부장
2000. 05. 同 IB부장 및 인수부장
2003. 06. 同 기획본부장
2005. 03. 同 IB담당 상무
2005. 08. 우리투자증권 IB사업부 대표
2015. 03. NH투자증권 부사장 겸 IB사업부 대표
2018. 03. 同 대표이사 사장 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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