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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효준 CIO "목표수익률 초과달성 어렵다" 작심발언 국민연금 기금위 회의서 일갈 "운용규모 대비 인력 턱없이 부족"

한희연 기자공개 2020-02-20 10:05:19

이 기사는 2020년 02월 19일 10:2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민연금이 올해 목표 초과수익률을 전년과 동일한 0.22%포인트로 동결하기로 한 배경에는 안효준 기금운용본부장(기금이사, CIO)의 간곡한 호소가 있었던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당시 기금운용위원회 회의 자리에서는 목표수익률을 상향하자는 안과 전년 수준을 유지하자는 두 가지 안을 놓고 위원들의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하지만 급격히 커진 운용규모와 해외 투자확대에 따른 리스크 부담에 비해 운용인력은 턱없이 부족한 점 등 고충을 토로한 안효준 기금 이사의 작심 발언으로 인해 1년간 목표수익률을 유지하기로 최종 결론을 냈다.

국민연금이 공개한 '2019년도 제 9차 기금운용위원회 회의록(2019년12월27일 개최)'에 따르면 안 본부장은 '2020년도 목표 초과수익률(안)'에 대한 논의를 시작하는 자리에서 "주어진 초과수익률을 최선을 다해 달성하는 게 저희들의 맨데이트(역할)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면서도 "기금 규모가 연말 730조원 내외로 급격하게 증가하면 현재 주어진 조직 하에서는 패시브운용이 증가할 수 밖에 없다"고 호소했다.

회의에는 1안인 상향조정(0.24~0.29%포인트)과 2안인 전년유지(0.22%포인트) 등 두가지 안이 올라갔다. 참석위원들은 이중 어느 한 쪽을 골라야 했다. 실무검토의견의 경우 기금운용본부에게 적극적인 운용을 요구할 경우 1안을, 안정적인 운용을 요구할 경우 2안을 선택하도록 했다.

목표초과수익률은 기금운용본부가 벤치마크 수익률 대비 달성해야 할 초과수익의 목표치다. 기금의 안정적인 초과수익 달성과 장기수익률 제고를 위해 기금운용의 적극적 수준을 제시한다는 목적으로 설정됐다. 이는 목표정보비율(IR)과 목표 액티브위험(TE)의 곱으로 산출된다. 2013년까지 0.5% 수준이었던 IR은 2014년부터 0.4%로 고정돼 있는 상태다. 결국 리스크 테이킹 계획 정도에 따라 TE를 설정, 매년 목표를 정해 놓는 셈이다.


논의 시작 단계에서 안 본부장은 위원이 아닌 입장에서 알파 초과수익률에 대해 말하는 게 조심스럽다면서도, 기금운용본부의 현실적 어려움에 대해 조근조근 설명을 이어갔다.

현재 국민연금은 해외투자를 적극적으로 확대하는 추세에 있다. 수익률 제고를 위해 국내보다는 해외에서 돌파구를 찾으려는 의도다. 안 본부장은 해외주식과 해외채권, 해외대체 비중증가를 감안하면 매달 3~4조원, 연간으로는 40~50조원을 집행해야하는데 이에 비해 운용인력이 지나치게 부족하다고 토로했다.

2018년 기준 1인당 운용규모는 2조5000억원 정도다. 하지만 현재 운용규모인 730조원을 감안하면 인당 3조원의 자산을 운용하는 꼴이라는 얘기다. 조직적 한계를 감안하면 패시브하게 운용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이고, 결국 알파 초과수익률 증가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점을 안 본부장은 강조했다.

안 본부장은 "전 기금운용위원회 의사록에서 안정적인 장기 초과수익률을 제시하는게 바람직하겠다고 제안한 것을 봤다"며 "저희 조직(상황)과 향후 기금 규모라든지 이런 점을 감안해 달성 가능한 안정적인 목표 초과수익률을 정립해 주셨으면 한다"고 언급했다.

안 본부장은 인력난의 대표적인 예로 대체투자 부문을 꼽았다. 국민연금의 대체투자는 2018년 약 15조원, 2019년 약 25조원의 약정을 한 상태다. 안 본부장은 자신의 주장을 강조하기 위해 다소 자극적인 표현을 쓰기도 했다. "속된말로 가랑이 찢어지게 해서 25조원을 했다"며 "대체투자의 경우 대표적인 노동집약산업"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딜을 프로세싱하고 듀 딜리전스(Due Diligence: 투자 대상 기업에 대한 실사)에 이어 집행을 해야하는 과정에서 이를 이끌어갈 운용역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며 "현재 운용역이 사실 부족한데, 특히 부동산 같은 경우 자산이 계속 늘어나면서 투자 뿐 아니라 모니터링을 계속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박능후 장관은 이같은 안 본부장의 설명에 "기금운용본부의 인력난을 충분히 알겠다"며 "조만간 체계적으로 늘릴 수 있도록 정부 차원에서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안 본부장의 발언에 이어 위원들은 1안과 2안에 대한 각각의 의견을 나눴다.

김성주 위원(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현재 기금 규모가 급격히 늘어나고 포트폴리오를 크게 변경하고 있는 상황에서 향후 10년내가 아마 공격적 투자를 할 수 있는 시기이고 이후는 또 다른 상황이 조성될 수 있다"며 "목표는 좀 도전적으로 설정하고 보상체계는 강화하는 이중적인 대책이 마련됐으면 좋겠다는 의미로 1안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유재길 위원(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은 "초과수익률을 제대로 달성한 경우가 10년새 3번밖에 없었고 목표 초과수익률을 달성한 경우는 2017년 한해였다"며 "낮은 실적에도 불구하고 높은 목표치를 설정하는 경우 그만큼 위험성이 크기 때문에 2안을 지지한다"고 언급했다.

최규완 위원(한국외식업중앙회)은 "추가 투자와 수익이 높은 하이리스크 투자에 인력이 필요하다 하면 먼저 그 조건이 충족돼야 훨씬 높은 수익률을 요구할 수 있을 것"이라며 2안을 지지했다.

이길연 위원(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도 "기본적인 여건을 조성해 주는 것에 대해 책임을 보장하지 못하면서 잘하라고만 하기가 좀 그렇다"며 "(인력충원)이 1년 안에 단기간 시정될 가능성이 낮아보여 2안에 동의하겠다"고 의견을 냈다.

이찬진 위원(참여연대)은 "직접운용 능력을 확충해야 한다는 것은 기금운용본부의 절실한 조직적 과제이고 인력문제 때문에 해외에 위탁하는 형태로 가는 것은 너무 불행하다"며 "100명 정도의 인력이 증원되는 전제하에 1안에 동의하지만 이 조건이 이행안될 것 같아 2안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결국 박 장관은 "2안으로 결정하되 1년간 인력을 증원시키는 방법을 구체적으로 추진하자"며 "내년 이맘때는 1안보다 조금 더 높은 안을 내놓고 재논의하자"는 말로 해당 안건의 논의를 마무리했다.

이같은 목표 초과수익률 결정을 토대로 기금운용본부는 지난 1월 리스크관리위원회와 투자위원회를 통해 2020년 목표 액티브위험을 자산군별로 배분해 지난 5일 기금위에 이를 보고했다. 자산 비중 변화로 인한 목표 액티브 위험 하향 조정 여유분을 전년 목표 액티브 위험(TE)의 기여도 비울로 자산군별로 배분하는 작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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