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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CJ그룹, '겨울은 끝나지 않았다' [크레딧 애널의 수다]②현대로템 BBB급 하락 위기…CJ제일제당, 자산매각 vs 등급 하락

이지혜 기자공개 2020-02-24 08:15:05

[편집자주]

'크레딧 애널리스트 3명이 모이면 지구가 망한다' 자본시장에 떠도는 우스갯소리다. 그만큼 보수적이고 비판적이라는 뜻이다. 실제로 그들의 수다는 어둡다. 그러나 통찰이 있다. 수면 위로 떠오르지 않는 자본시장 내 불안요소가 드러난다. 머니투데이 더벨이 그들을 만났다. 참여 애널리스트의 자유로운 의견 개진을 위해 소속과 실명은 밝히지 않기로 했다.

이 기사는 2020년 02월 19일 15:1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난해 현대자동차가 AAA 등급을 반납했다. 순수 민간기업 사상 최초로 최우량 등급에 올랐던 현대차지만 글로벌 완성차 시장의 경쟁심화 등에 내몰려 결국 자리를 내줬다.

위기는 끝나지 않았다. 신용평가사들은 올해 성장전망이 밝은 곳이 거의 없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현대차그룹이 여전히 힘겨운 상황을 맞고 있다고 바라본다. 그룹 계열사인 현대로템도 신용등급이 BBB급으로 강등될 상황으로 몰렸다. CJ그룹도 힙겹기는 마찬가지다. 전사적 재무개선에 나섰지만 신용도 하방압력을 줄이기엔 역부족이다.

다만 LG그룹의 기상도는 맑다는 평가다. LG디스플레이의 신용등급은 꺾였지만 LG화학, LG이노텍 등 탄탄한 기업이 버티고 있어서다.

A: LG그룹에게는 ‘뜨거운’ 두 회사가 있다. LG화학과 LG이노텍이다. 특히 LG화학은 전기차배터리사업으로 잘 나간다. 밸류에이션을 높이기 위해 배터리사업부 분사를 추진하고 있을 정도니까. 물적분할을 진행해 구주 100% 중 50%만 시장에 내놔도 지금보다 LG화학의 밸류가 높아질 거다. 배터리사업부를 대상으로 글로벌 완성차기업 등과 전략적 제휴를 맺어도 좋고.

C: LG그룹에서 힘겨운 곳은 LG디스플레이뿐이다. LG이노텍도 애플 덕분에 실적이 잘 나오고 있잖나.

A: 나는 현대로템을 주목해서 보고 있다. 잘 살던 부모도 힘들어지면 자식을 별로 챙기지 않는다. 그룹 주력 계열사인 현대제철도 현대차 때문에 힘겨워하고 있다. 자동차강판 가격을 놓고 협상이 잘 되지 않고 있다. 건설경기 등 전방사업도 썩 좋지 않고.

B: 그래도 현대제철은 철근, 봉형강을 신규수주하지 못해도 그동안 수주했던 것에서 매출을 내니까 괜찮다.

문제는 현대로템이다. 지금 영위하고 있는 사업부문은 철도차, 중공업, 방산 등 3개인데 모두 외부에서 가져온 것들이다. 현대로템이 위기를 맞은 이유는 중공업과 철도차부문 둘다 부진하기 때문이다. 방산은 이익을 내지만 규모가 크지 않다. 이대로라면 100% BBB급으로 떨어질 거다. 어쩌면 코로나19 사태가 끝나기 전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

C: 현대로템을 보면 삼성중공업이나 삼성엔지니어링 등 건설사들의 사례가 떠오른다. 삼성중공업도 해양플랜트 건조에 도전했고 건설사들도 중동 플랜트 건설에 뛰어들었다. 기존 사업이나 국내에서는 더 이상 성장여력이 없다고 판단해 새로운 영역에 도전했다. 그러나 각종 실수로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B: 현대로템의 신용등급이 강등되면 현대차그룹에서 유일한 BBB급 기업이 되는 것인데 과연 이를 두고 볼까. 현대로템이 사업부문 별로 회사를 쪼개서 외부에 매각할 수도 있지 않을까.

C: 현대차가 그런 식으로 현대로템을 쉽게 버리지는 못할 거다. 공공성이 있어서다. 현대로템은 정부에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현대차가 현대로템을 팔아서 정부의 미움을 사려고 할까? 현대차가 추진하는 수소차나 전기차는 정부의 지원이 필요한 사업이다. 그런데 적자를 좀 봤다고 해서 현대로템의 철도차부문 등을 팔아 정부에 협조하지 않는다는 이미지를 심어주지는 않을 거다.

A: 포스코플랜텍의 사례를 잊어서는 안 될 거다. 포스코플랜텍도 계열지원 가능성 등을 고려해 신용등급 ‘A-/긍정적’에서 시작했다. 그러나 정작 결정적 순간에 지원을 받지 못해 신용등급이 1년도 되지 않아 내리막길을 걸었다.

B: 현대차가 현대로템을 도와주려면 수천억원 규모로 지원해야 할텐데?

A: 현대차도 현대로템을 지원할 여력이 많지는 않다. 현대차가 안정적으로 운영되려면 영업이익률이 5% 정도 돼야 한다. 현대차에게 영업이익률 5%는 상징적 숫자다. 글로벌 신용등급을 유지하기 위한 마지노선이다. 미래를 위해 CAPEX 투자를 지속하고 있지만 이를 감당할 만한 현금창출력이 있다는 것을 입증해야 한다. 그러나 지금 영업이익률은 3%대다. 현금창출력은 나빠졌는데 대규모 투자를 지속하면 차입금이 불어나면서 AA+도 높아보이는 상황이 될 수도 있다.

현대차가 전기차와 수소차 투자를 열심히 한다고 지금같은 경쟁력을 유지할지도 장담할 수 없다. 지금은 글로벌 5위 완성차회사지만 전기차시대에서도 이 정도 경쟁력을 지킬지 미지수다. 다만 현재 신용등급이 바뀌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릴 거다.

B: 현대차에게 AAA가 부담스럽다는 것이지 AA+의 자격이 없다는 것은 아니다.

A: 현대차가 어려운 상황에 처했는데 지금 현대로템을 돕는 건 어렵다. 두산중공업이 두산건설을 챙기듯 현대로템을 챙기지 않을 거다.

B: CJ그룹도 눈여겨 보고 있다. 그동안 낸 보고서에서도 CJ그룹을 지켜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한국기업평가가 CJ제일제당의 아웃룩에 ‘부정적’을 달기도 했고. 신용평가사의 정기평가 기간이 돌아오는 것을 CJ그룹이 부담스러워할 수도 있다. 유휴부동산 매각 등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이 정도로는 역부족일 수 있다. 나는 CJ그룹이 자산을 더 팔려고 하기보다 차라리 등급이 떨어지는 것을 선택할 것이라고 본다.

A: CJ제일제당의 등급이 떨어져도 AA급이니까.

B: AA급만 유지하면 버틸 만하다. 실제로 현대캐피탈, 현대카드도 AA+에서 AA0로 신용등급이 떨어졌을 때 큰 타격을 받지 않았다.

A: 오히려 불확실성을 지우는 게 CJ그룹에게 더 나을 거다. 투자자들은 해당기업에 투자한 뒤 신용등급이 떨어지는 것을 더 싫어한다. 부정적 아웃룩을 달고 있으면 금리는 아랫 등급 수준으로 오르고, 공모채 흥행도 잘 되지 않으며, 크레딧 이슈로 연일 거론되기만 한다. 비록 오너의 눈치가 보여 말은 못해도 CJ그룹도 등급이 떨어지는 게 낫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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