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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익률에 갇힌 펀드, 장기 전망 사라진 운용역 [크레딧 애널의 수다]⑤단기실적 경쟁 치열, 채권 특성과 대조…성과지표 변경 절실

피혜림 기자공개 2020-02-24 13:16:50

[편집자주]

'크레딧 애널리스트 3명이 모이면 지구가 망한다' 자본시장에 떠도는 우스갯소리다. 그만큼 보수적이고 비판적이라는 뜻이다. 실제로 그들의 수다는 어둡다. 그러나 통찰이 있다. 수면 위로 떠오르지 않는 자본시장 내 불안요소가 드러난다. 머니투데이 더벨이 그들을 만났다. 참여 애널리스트의 자유로운 의견 개진을 위해 소속과 실명은 밝히지 않기로 했다.

이 기사는 2020년 02월 21일 06:5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난해 각종 헤지펀드 사태가 국내 채권시장을 강타했다. 독일 국채 금리 연계 파생결합증권(DLS) 사태로 헤지펀드는 물론 대체자산에 대한 투심이 위축됐다. 이어 환매 중단 사태를 겪은 라임자산운용 펀드가 도마 위에 올랐다. 수익률에 집중해 리스크를 등한시했던 헤지펀드 업계가 위기를 마주한 셈이다.

크레딧 애널리스트들은 수익성에 쫓기는 펀드 운용에 대해 우려를 드러냈다. 채권은 장기적 관점을 가지고 매매를 판단해야 한다. 하지만 단기 수익률을 기준으로 평가를 받는 탓에 각종 꼼수가 성행하는 환경이 조성됐다는 지적이다. 국내 자본시장 발전을 위해 관련 평가지표의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C: 신흥 헤지펀드사들에 대해 우려되는 게 펀드 플로우(flow)나 사고에 대한 경험이 있는 분들이 얼마나 있겠나. 해외 딜이나 유가증권 관련 주식 딜을 하면 그 나라 시장 제도를 다 파악해야 한다. 돈이 어떻게 건너가고 결제가 어떻게 되는 지 등을 다 맞춰보고 도상훈련을 다 해야한다. 수익률은 났는데 사고 나서 중간에 돈이 오도가도 못하면 난처하지 않나. 오퍼레이션이 된 상황 이후에 수익이 어떻게 됐냐를 따져야되는데 다들 수익만 보고 투자 여부를 본다.

A: 그런 케이스가 독일 헤리티지 DLS 사태다.

C: MMF만 봐도 어떤 기관에서는 MMF 운용자가 20년간 그 일만 했다더라. 이에 대해 롱텀 뷰(long-term view)를 가지고 운용하는 건 MMF 뿐이라는 얘기가 나왔다. 보통 작은 운용사는 MMF는 만기가 짧은 채권이고 사건이 일어날 것도 없는 데다 듀레이션을 신경 안 써도 되다보니 막내를 시킨다. 이후 업력이 조금 쌓이면 시가펀드형, 레이싱펀드 등 수익률을 가지고 경쟁하는 업무를 맡긴다.

이때 듀레이션이 3~4년 수준이라면 장기 전망에 기반해 지금은 몇년 만기 채권을 사는게 좋겠다는 식으로 배분을 해야한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어제 미국시장이 어땠으니 이 전략으로 가자고 오전에 회의를 해도 자리에 앉아서 시장을 보고 나면 '각자 알아서 해라'가 된다.

A: 기관들이 자금을 맡길 때 평가는 한달에 한번씩 하고 수익이 안나면 돈을 뺀다고 압박하니까 시가레이싱 펀드들이 딜러가 되는 거다.

C: MMF의 경우 단기채라도 사야 되니까 한국은행이 몇달 후 기준금리를 내릴지 말지에 대해 고민을 하게 된다. 거긴 그래서 몇 달 뒤를 보고 배분 전략을 세우는데 시가 매니저들은 매일매일 달린다. 거기서부터 어긋나는 거다.

순위 경쟁을 시키니까 거기서 압박감을 느끼고 수익률 더 내리기 위해서 파킹(채권 매입 직후가 아닌, 수익이 유리할 때 장부에 기록하는 것)이나 불법거래를 하는 거다.

모순이 많다. 펀드 듀레이션이 제일 짧은 쪽에서 장기 관점으로 접근하고, 듀레이션이 긴 펀드들은 오히려 시간이 짧다.

Q: 장기적 관점으로 평가 기준을 바꾸면 되지 않나?

C: 쉽게 안 바뀐다. 은행이나 보험 아웃소싱 담당자라면 나라도 그럴 거다. 포트폴리오를 짜려면 펀드에 금액을 배분해야 한다. 한 종목당 10% 거래 제한도 있다.

아웃소싱 담당자는 투자금액을 잘게 쪼개서 여러 기관에 뿌리고 체크한다. 석달 투자 결과를 보고 최하위 수익률 기관의 투자금을 빼 1, 2등한테 준다.

그들은 어차피 거기 10년, 20년 있는 게 아니다보니 좋은 성과를 받고 잘 보여서 올라가야되는 입장이다. 쉽게 바뀌기 어려운 환경인 셈.

A: 엄청 단기적이다. 10곳 세워놓고 밑에 2곳 걷어내고 또 세우고 반복이다. 장기 뷰를 가지고 판단하기 힘든 이유다.

옛날에 사고난 파킹 거래나, 소위 말하는 자전이라는 게 큰 기관한테 리테일 펀드 희생시켜서 수익률 몰아주기를 하는 거다. 예를 들면 리테일 펀드에 내껄 비싸게 팔고 별로인건 다른데 보내고, 좋은거 싸게 사와 딴데 맡겨서 돌리는 거다. 과거에도 이런 일이 많아서 문제가 됐다.

C: 정상적 거래 형태로도 얼마든 할 수 있다. 채권매니저한테 편한 운용사는 채권형 말고 혼합형이 큰 곳이다. 혼합형은 주식과 채권을 반씩 편입한다.

혼합형펀드 실적은 주식에 연동되는 측면이 크다. 채권은 잘 안 보인다. 신이 아닌이상 내 예측이 맞을 확률이 반반이라면 아침에 생각한대로 주문을 넣고 수익이 나면 제일 민감한 펀드에 그 수익을 몰아주는 거다. 터지면 혼합형에 넣으면 된다. 이런 체리패킹이 가능하다.

정말 심한 경우엔 아침에 출근해서 똑같은 종목을 하난 사고 하난 파는 거다. 둘 중에 하난 맞을 테니 이후 틀린 건 혼합형에, 맞는건 레이싱 펀드에 넣는거다.

A: 그건 불법이다. 금감원이 알면 징계다.

C: 하면 안된다곤 하는데 솔직히 밝혀내기 쉽지 않다. 그건 개인 양심에 달린 문제다.

A: 결국 KPI(핵심성과지표)를 바꿔야한다는 거다.

C: 싱가포르 채권 헤드가 와서 경악했다는 사건도 있지 않나. 펀드 퍼포먼스랑 데이터를 보고 그 사람이 질문을 했다더라. 전날 분명히 금리가 올랐는데 이 펀드들은 왜 수익률이 안 빠지냐고.

물론 대응을 잘해서 그럴 수 있지만 몇몇 펀드들만 금리가 오르든 아니는 안 빠지는 펀드들이 있다. 그가 한국 채권시장 상황을 듣곤 매니저가 한두달 실적으로 평가받는 건 말도 안된다고 했다더라. 자기가 생각한 공통 뷰를 기반으로 장기적 관점에서 채권을 담아야 한다고. 하지만 계속 이렇게 해왔기 때문에 쉽게 바뀌긴 어려울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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