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인베스트

'리테일 외면' 부동산신탁사 채권, 규제 한파 '이중고' 실적·신용 불안, 물량 소화 난항…정부 부동산정책 '불확실성 가중'

김시목 기자공개 2020-02-27 08:03:46

이 기사는 2020년 02월 24일 14:4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부동산신탁사 채권이 핵심 투자처인 증권사 리테일 수요에서 잇따라 외면받고 있다. 대한토지신탁 기업어음(CP)에 이어 업계 최강자 한국토지신탁 회사채까지 달라진 기류를 실감하고 있다. 한때 주택경기를 업고 리테일 주요 상품으로 부상했지만 최근 신용도가 열위한 다른 업종 대비 짧은 만기나 금리매력에도 물량 처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업계에서는 고점을 찍고 하방을 시작한 부동산신탁사 실적 부진과 신용등급 변동성이 지속된 여파가 큰 것으로 보고있다. 금융당국의 부동산 규제 역시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인이다. 주택가격 상승을 막기 위한 규제와 증권사 리스크를 경계한 프로젝트파이낸싱(PF) 제한 등 금융당국 행보가 기업은 물론 투자자 심리를 위축시키고 있다는 평가다.

◇ 업계 1위 한토신 리테일 수요 부진

2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국토지신탁은 이달 중순 공모채(2000억원) 기관자금 모집에서 미매각을 냈다. 발행 직전 극적으로 투자자를 찾아 물량 처분에 성공하면서 증권사가 떠안은 물량은 없지만 올해 첫 A급 채권 미매각 전례로 남았다.

한국토지신탁 채권의 발행금리(2.5%)를 고려하면 리테일에서 2%대 초반으로 판매가 이뤄지는 것으로 보인다. 채권 관련 상품이 2~3% 수준이 대부분이란 점을 고려하면 최소한의 금리 매력에도 투자자들의 수요예측 참여가 부진했다는 평가다.

대한토지신탁의 경우엔 1월 CP 물량이 아직도 판매 중이다. 한 증권사의 경우 출시(100억원 가량)된 지 한 달 가량 지났지만 판매율은 50% 수준에 그친 것으로 파악된다. 1년 만기에 3% 수준의 고금리를 제시한 결과치고는 상당히 저조한 성과로 분석된다.

한국토지신탁과 대한토지신탁에 대한 리테일 수요 기류는 신용등급이 아래인 BBB급 ㈜두산, 대한항공 등과도 배치된 것으로 파악된다. 특히 ㈜두산의 경우 2년물에 3% 수준으로 만기는 되레 길었지만 하루 만에 물량이 처분됐다. 물량 역시 300억원에 달했다.

증권사 리테일 관계자는 "다른 업종 대비 확연히 물량을 달라는 수요가 적은 편"이라며 "만기나 금리 등의 측면에서 매력을 일정 부분 갖추고 있지만 저조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특히 업계 1위에 대한 시각이 우호적이지 못한 점은 상징적"이라고 덧붙였다.

◇ 우울한 전망, 부동산 규제 이중고

부동산신탁사의 부침은 분양률 저하와 이에 따른 실적 저하 전망 등이 반영된 여파가 크다. 한국토지신탁의 경우 장기신용등급의 경우 'A0'을 보유하고 있지만 현 추세라면 조정 가능성이 상존한다는 평가다. 대한토지신탁은 이미 기존 단기신용등급(A2)을 반납했다.

실제 한국토지신탁은 지방 부동산 경기침체로 수익성이 악화되기 시작했다. 지난해 3분기 순이익은 800억원을 힘겹게 넘었다. 전년 동기 대비 24% 축소됐다. 사업자금을 직접 조달하는 차입형 토지신탁이 주력이라 실적 등락폭이 더욱 가팔랐다.

여기에 금융당국의 증권사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 부동산 규제 기류가 강한 점도 불안 기류를 확산시키고 있다. 증권사 PF뿐만 아니라 주택가격 상승을 막기 위한 부동산 정책 발표가 다시 나올 것으로 전해지면서 부동산신탁사들이 노심초사하고 있다.

현재로선 지난해 말 정부의 '12·16 부동산 대책' 규제가 수도권 사업자인 대형건설사 대상이지만 점차 지방으로 확대될 가능성을 고려하면 부동산신탁사 사업 위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계속된 규제가 투자와 건설 심리를 억누를 것이란 분석이다.

시장 관계자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부동산신탁사들이 주택경기 활황을 등에 업고 외형 팽창을 계속해오면서 투자자 반응이 나쁘지 않았다”며 “하지만 정부의 부동산 규제의지가 강하고 계속 대책을 쏟아내면서 경기 위축에 대한 우려가 커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주)더벨 주소서울시 종로구 청계천로 41 영풍빌딩 5층, 6층대표/발행인성화용 편집인이진우 등록번호서울아00483
등록년월일2007.12.27 / 제호 : 더벨(thebell) 발행년월일2007.12.30청소년보호관리책임자김용관
문의TEL : 02-724-4100 / FAX : 02-724-4109서비스 문의 및 PC 초기화TEL : 02-724-4102기술 및 장애문의TEL : 02-724-4159

더벨의 모든 기사(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및 복사와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copyright ⓒ thebell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