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4.04(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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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빈, '지주·케미칼·제과·FRL·캐논' 등기이사만 유지 건설·쇼핑·칠성음료·호텔 사내이사 일괄 사임…대법원 판결 '결정적' 분석

최은진 기자공개 2020-02-26 09:05:29

이 기사는 2020년 02월 25일 13:57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롯데건설과 호텔롯데 뿐 아니라 롯데쇼핑과 롯데칠성음료의 사내이사직도 내려놓았다. 지난해 국정농단 사태에 대한 대법원 판결로 집행유예 선고를 받은 데 따라 영위할 수 없는 사업인 '부동산 개발업'을 취급하는 계열사들이 주요 타겟이 된 것으로 보인다. 신 회장이 사내이사직을 유지하는 계열사에는 이제 롯데지주를 비롯해 롯데케미칼과 일본 합작사 등 총 5곳만 남았다.

신 회장이 롯데그룹의 계열사 97곳 가운데 사내이사로서 특정직책을 겸직을 하고 있던 곳은 총 9곳이었다. 롯데지주·제과·케미칼·호텔은 대표이사로, 롯데쇼핑·건설·칠성음료·캐논코리아비즈니스솔루션은 사내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에프알엘코리아는 기타비상무이사로 있었다.

이 가운데 2월 말 현재기준으로 법인등기부등본에 신 회장 이름이 사내이사로 올라있는 곳은 5곳으로 확인됐다. 롯데지주·케미칼·제과·에프알엘코리아·캐논코리아 등이다. 이 외 롯데건설·호텔롯데·칠성음료·쇼핑 등 4곳은 지난해 12월 말일자로 사임한 것으로 나온다. 롯데건설이 먼저 공시를 하며 알려진 이 내용은 시간차를 두고 공개됐지만 사실상 신 회장은 동시에 자리를 내려놓은 셈이다.

롯데그룹 측은 신 회장 개인의 결정이기 때문에 알 수 있는게 전혀 없다는 입장이지만 지난해 대법원 판결이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롯데건설과 호텔롯데의 경우엔 집행유예 선고를 받은 자는 부동산 개발업을 할 수 없다는 법규정 때문에 불가피 하게 자리를 내려놓을 수 밖에 없었을 것으로 관측된다.

롯데쇼핑과 롯데칠성음료의 경우엔 계열사 독립경영 체제를 안착시키고 구조조정 추진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조치일 것이란 게 시장의 주된 평가다. 롯데쇼핑은 올해 대규모 점포정리 등 구조조정을 앞두고 있고 롯데칠성음료는 롯데주류의 정상화를 골몰하고 있다. 각각의 전문성과 속도감 있는 의사결정 체제를 위한 결단이었을 것으로 관측되는 이유다.

일각에서는 롯데쇼핑과 롯데칠성음료가 '신재생에너지 발전사업'을 사업목적으로 영위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오프라인 점포 및 공장부지 등을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개발부지로 활용하겠다는 복안으로 추가한 사업목적이다. 이 역시 부동산 개발업과 연결 돼 있다. 롯데쇼핑은 2010년에, 롯데칠성음료는 지난해 주주총회에서 추가하며 사업에 대한 의지를 보여줬다. 이를 감안할 때 이 두 회사의 사내이사직 사임도 독립경영 체제나 전문성 확립을 위한 신 회장의 선택이었다기 보다는 부동산 개발업에 대한 의지로 불가피 하게 사내이사직을 내려놓았다는 분석이 더 설득력을 얻는다.

여기에 더해 롯데칠성음료에 적용되는 주세법도 영향을 미쳤던 것으로 보인다. 주세법 13조에 따르면 금고 이상의 형 및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그 유예기간 중에 있는 자는 주류제조 면허를 취급할 수 없다. 신 회장이 사내이사직을 유지하는 한 사업에 타격을 입을 수 밖에 없다. 주류사업 영위를 위해 신 회장의 사임은 불가피 했을 것으로 보인다.


롯데그룹 내부적으로도 신 회장이 집행유예 기간동안 최대한 법률이슈를 회피하기 위한 조치일 것이라는 데 무게를 싣는다. 사업영위를 위해 불가피 하게 자리에서 내려와야 하는 경우를 제외하고서도 간접적으로 맞딱드릴 수 있는 법률적인 문제를 최대한 피하겠다는 의도라는 얘기다.

롯데그룹의 고위 관계자는 "집행유예 선고를 받으면 할 수 없는 사업들이 있고 이를 감안해 이번 결단이 이뤄진 것"이라며 "나머지 법률이슈가 없는 곳들을 굳이 사임할 이유 있겠느냐는 게 회장의 현재 생각"이라고 말했다.

신 회장이 사내이사직을 현재까지 유지한 계열사에도 관심이 쏠린다. 롯데지주는 사실상 그룹 최상위에 있는 만큼 신 회장이 직접 지휘할 필요성을 느꼈을 것으로 추정된다. 롯데케미칼의 경우엔 조단위의 대규모 투자건이 걸려 있는데다 신 회장이 애착을 갖고 직접 챙기는 계열사라는 점에 사내이사직을 유지한 것으로 보인다.

롯데제과의 경우엔 지주로 분리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이라는 점에 사내이사직을 내려놓기 부담이 따랐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에프알엘코리아와 캐논코리아는 일본기업과의 합작사인만큼 신 회장이 직접 관여할 필요가 있었다고 본 것으로 풀이된다.

물론 이 모든 분석은 시장과 업계의 평가일 뿐 신 회장의 진짜 의도에 대해선 밝혀진 바 없다. 롯데건설·호텔롯데 등과 같이 법률적인 문제가 걸려 있지 않는 한 신 회장 개인의 선택일 수 있는 만큼 현재 사내이사직을 유지하고 있는 계열사에서도 언제 내려올 지 알 수 없는 일이다. 롯데그룹 측도 일관되게 '알 수 없다'는 공식입장을 내놓는 것도 이 때문이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신동빈 회장 개인의 문제이기 때문에 회사측에서는 알 수 있는게 전혀 없는 상황"이라며 "대법원 판결이 배경이 됐다는 것 외에는 확인할 수 있는 게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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