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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업용부동산 걸음마, 글로벌 규모로 'JLL' 키울 것" [thebell interview]장재훈 JLL코리아 대표

고진영 기자공개 2020-02-27 09:34:10

이 기사는 2020년 02월 26일 07:32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농사의 기본은 토양이다. 뿌리를 내린 흙이 건강하지 않으면 작물 역시 쑥쑥 자라지 못한다. 국내 상업용 부동산 시장은 아직 비료가 많이 필요한 땅이다. 리먼 사태 이후 본격적으로 투자가 시작된지 고작 10여년이다 보니 충분히 비옥해질 여유가 없었다. 부동산컨설팅회사 JLL(존스랑라살)코리아의 장재훈 대표는 “이제 막 시작단계”라고 했다.

◇상업용 부동산 시장, 물류 중심 성장 지속

지난해 국내 상업용 부동산 투자규모는 역대 최대인 16조원을 기록했다. 대체투자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전년보다 25%나 늘었다. 하지만 일본이나 싱가포르에 비하면 여전히 초라한 수준이다. 기업들 대부분이 상업용 부동산을 직접 소유 중인 국내 시장의 특성 탓이다.

장 대표는 “강남 테헤란로만 봐도 펀드나 리츠 등을 통해 유동화되어 있는 건물은 몇 개 안된다”며 “대기업들이 대부분 사옥을 임대해서 쓰고 건물은 투자대상으로 활용되는 선진시장과 다른 형태”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요즘 들어선 국내 시장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대표적으로 삼성그룹은 최근 2년간 3조원에 가까운 부동산을 팔아치웠다. 몇천억의 돈을 건물에 묶어두느니 이를 유동화해 연구개발이나 인력채용 등에 쓰고, 더 큰 수익을 벌어들이는 게 낫다는 판단을 기업들도 하고 있다는 뜻이다. 장 대표는 정부 또한 리츠 활성화 정책 등을 펴고 있는 만큼 상업용 부동산 시장은 갈수록 커질 수밖에 없다고 자신했다.

△장재훈 JLL코리아 대표

아직은 갈 길이 멀다. 국내 시장이 성장 초기단계이다 보니 JLL코리아는 인원이 300명에 불과하다. JLL 지사별로 중국이 1만5000명, 인도 1만2000명, 일본 1000명, 베트남·인도네시아가 각각 600명 정도를 갖춘 것에 한참 못미친다. 아시아·태평양 지역 3위라는 국내 경제규모가 무색한 수준이다. 장 대표는 “회사에 있는 동안 그룹 내에서 JLL코리아를 한국 경제에 걸맞은 비중으로 키우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향후 성장전략의 핵심은 물류센터다. 지난해 초 장 대표는 업계에서 가장 먼저 물류·산업 부동산 서비스팀을 신설하고 관련 전문가를 영입했다. 물류센터의 매입매각뿐 아니라 컨설팅, 임대, 자산관리 등의 서비스를 모두 제공하고 있다.

이밖에 3~4층 규모의 중소형 건물에 대한 임대나 매입매각 분야도 중점적으로 키울 계획이다. 장 대표는 “현재 중소형 부동산은 시장 자체가 투명하지 않고 정확한 자료 공급이 안되기 때문에 투자자들이 시세보다 비싸게 사는 등 부작용이 굉장히 많다"며 "이를 체계화 한다면 또 다른 성장동력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단순 에이전트보다 조언자, '사람' 우선

장 대표는 올해 출범 20주년을 맞은 JLL코리아의 첫 한국인 수장이다. 이제 3년차가 됐다. 대표에 선임된 데는 JLL그룹에서 20년 가까이 일하는 동안 자산관리와 투자 쪽 경험을 골고루 쌓은 점을 인정받았다는 평가다. 실제로 그는 대표 취임 전부터 지금까지 매입매각부과 자산관리부 부서장을 동시에 맡고 있다. 이는 JLL 전 지사에서 유일한 사례다. 꼼꼼하고 정적인 관리부서, 변화가 많은 딜 부서의 성격이 워낙 다르다 보니 두 분야를 어떻게 같이 감당하느냐는 질문을 그룹 내부에서 받기도 한다. 그만큼 비즈니스 전반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는 얘기다.

업계 베테랑인 장 대표에게 딜을 성공적으로 끄는 노하우가 있냐고 물었다. 그는 큰 고민없이 “돈의 논리도 중요하지만 '사람'을 파악해야 한다”고 답했다. 부동산의 가치를 판단하는 데 의외로 감성적인 부분이 꽤 작용한다는 것이다. 장 대표는 “똑같이 생긴 아파트가 늘어서 있어도 사람마다 동과 호수에 대해 선호도가 다르다”며 “부동산에도 주관이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고 투자 담당자나 매각 측의 백그라운드, 인간적 부분을 알아가는 게 딜을 잘 이끌어 내는 중요한 요소”라고 설명했다.

어떤 딜을 맡을 지를 정할 때는 절대 수익성만을 기준으로 하지 않는다고 했다. 장 대표는 “우리 일은 농사를 짓는 것과 똑같다, 지금 과일나무에 열매가 열렸다고 계속 따먹기만 하면 다 죽고 없어질 것"이라며 "당장 돈이 안되더라도 고객사와의 신용 또는 관계를 유지하는 데 필요하거나, 우리가 도움을 줄 수 있는 상황이라면 거래를 맡고 있다"고 부연했다.

특히 기억에 남는 딜로 부산 기장군에 있던 한글라스(한국유리)의 공장을 꼽았다. 위치가 애매한 데다 공업지구라 인허가상 당장 개발도 힘들어 매각이 난해한 물건이었다. 하지만 당시 한국유리 주주였던 프랑스 '생 고방(Saint Goban)'이 JLL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통해 매각자문을 부탁해왔고, 장 대표는 충분히 도전해볼만하다고 여겼다. 1년 넘게 고생을 한 끝에 결국 이 공장부지는 주인을 찾아갔다. 건설업체인 ㈜동일이 인수자로 나섰다.

장 대표는 "간혹 매각이 어려운 물건을 성사해 클라이언트들의 고민거리를 해결할 때 보람을 느낀다"며 "거래를 하든 자산관리를 하든 단순 에이전트보다는 조언자, 파트너의 느낌을 받도록 해주는 게 가장 좋다고 직원들에게 항상 강조한다"고 말했다.

◇임원실 따로 없다, "직원 성장 발판 만들 것"

직원들에게 소통을 중시하는 것도 위와 같은 이유에서다. 회사 외부에서뿐 아니라 내부에서도 커뮤니케이션을 최우선으로 두고 있다. 장 대표는 "부동산회사는 사람이 전부"라며 "서로 활발히 의견을 나누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의 말이 상투적으로 들리지 않은 것은 JLL코리아의 자유로운 분위기 때문이다.

JLL코리아는 정해진 자리를 두지않는 '자율좌석제'(스마트 오피스)로 운영되고 있다. 사장실이나 임원실도 따로 없다. 때로는 장 대표가 신입사원 옆에 앉기도 하고 직원들과 매일 섞여 이야기를 나눈다. 그가 들은 바로 한 직원은 원대한 야망이 있는데, 언젠가는 JLL 글로벌 본사의 이사회 멤버가 되겠다고 한다. 장 대표는 "충분히 가능하니 꼭 되라고 했다"고 말했다.

이는 대표로서 그의 또 다른 꿈이기도 하다. JLL코리아를 직원들이 세계로 나아갈 만큼 성장할 수 있는 비옥한 텃밭으로 만드는 일이다. "작년에는 리서치 팀장이 아태지역 총괄인 싱가포르 지사로 갔고, 2년 전에는 HR에 있던 직원도 싱가포르로 옮겼죠. 또 누가 있었는데…" 장 대표는 자랑스럽게 생각에 잠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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