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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업 구조조정]'월급 못 주는' 이스타항공, 퇴출 그림자 짙어진다항공법 개정으로 면허취소 요건 완화…"금융지원 등 인공호흡기 필요"

유수진 기자공개 2020-02-27 08:16:00

[편집자주]

아시아나항공에서 시작한 항공업계 구조개편 바람이 저비용항공사들로까지 불고 있다. 항공산업의 성장세는 이어지고 있으나 늘어난 항공사와 격화된 경쟁, 그리고 한일 갈등에 본격적으로 항공업 구조조정이 시작됐다는 분석이 많다. M&A를 통해 도약을 시도하는 항공사도 있고, 허리띠 졸라매기에 나선 항공사도 이미 등장했다. 구조조정 한파가 몰아칠 것으로 예상되는 항공업계의 어려운 현실을 더벨이 들여다봤다

이 기사는 2020년 02월 26일 12:35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저비용항공사(LCC) 이스타항공이 항공업계에서 실제 퇴출될 수 있는 위기에 놓였다. 지난해 공포된 항공사업법 개정안이 오는 28일 본격 시행되면 재무상태가 부실한 항공운송사업자에 대한 면허취소가 이전보다 쉬워지게 된다.

이스타항공의 재무구조는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 상태다. 지난해 초 맥스(B737-MAX8) 운항 중단과 보이콧 재팬으로 실적 악화를 겪은 데 이어 최근 코로나19 사태까지 겹치며 완전자본잠식에 빠졌을 것으로 유력하게 추정된다. 지난해 말 비상경영을 선언하며 허리띠를 바짝 졸라맸으나 결국 이달 임직원 월급을 40%밖에 주지 못했다.

26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재무 여건이 좋지 않은 항공운송사업자를 빨리 시장에서 퇴출시킬 수 있도록 요건을 완화한 항공사업법 개정안이 오는 28일부터 시행된다. 항공사업법 제28조는 이날부터 국토교통부 장관이 부실 항공사에 면허취소나 사업 정지를 명할 수 있는 자본잠식 기간 요건을 2년으로 규정한다. 기존엔 3년이었으나 법이 바뀌며 1년 단축됐다. 항공사 입장에선 면허취소가 현실화할 가능성이 이전보다 커진 셈이다.

현행법상 국토부 장관은 항공운송사업자가 완전자본잠식에 빠지거나 50% 이상 자본잠식 상태가 1년 이상 지속될 경우 재무구조 개선을 명할 수 있다. 하지만 이후로도 50% 이상 잠식이 2년 이상 이어지면 면허취소나 사업중단까지 꺼내들 수 있다. 개정안을 제안했던 안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은 “자본잠식이 지속되는 부실 항공사가 시장에서 퇴출될 수 있도록 유도해 항공산업 전반의 건전성을 강화하려는 것”이라고 목적을 밝혔다.

항공업계에서는 이번 개정안 시행으로 이스타항공의 위기감이 짙어졌다고 보고 있다. 사실상 완전자본잠식에 빠져 국토부로부터 재무구조 개선 명령이 떨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스타항공은 비상장사이기 때문에 분기별 실적을 공시하지 않는다. 오는 4월 감사보고서가 나와야 지난해 영업실적과 재무상태 등 재무 지표들을 공식적으로 확인 할 수 있다. 하지만 50% 이상 잠식은 물론이고 완전자본잠식도 피하지 못했을 거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국내 LCC업계 5위권 항공사인 이스타항공은 2009년 첫 비행기를 띄운 이래 한 번도 자본잠식에서 벗어났던 적이 없다. 심지어 2011년부터 2016년까지 6년 연속 완전자본잠식 상태였다. 그나마 2017년(70.7%)과 2018년(47.9%)엔 상황이 조금씩 나아져 잠식률을 100% 이하로 낮추는데 성공했다. 국내 항공시장 성장에 따른 여객 확대로 경영 상황이 나아진데다 채무재조정, 신주인수권부사채 발행 등 재무구조 개선 노력을 기울인 결과였다. 이대로라면 2019년엔 자본잠식을 완전히 떨쳐낼 수 있을 거란 기대감도 나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지난해 초 맥스 운항 중단 사태의 직격탄을 맞으며 기세가 꺾였다. 날지 못하는 비행기 두 대는 돈을 벌어오기는커녕 이미지 추락과 주기료 부담만 안겨줬다. 하반기 보이콧 재팬 움직임이 확산되며 급히 동남아 등 노선 재편에 돌입했으나 수백원대의 적자를 냈을 것으로 추정된다. 국내 항공사 중 지난해 4분기 적자를 내지 않은 곳은 정비비에 대한 회계기준 변경으로 손익개선 효과를 본 대한항공이 유일하다.

특히 이스타항공은 LCC 가운데서도 유독 기초체력이 약한 회사로 손꼽힌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선제적으로 비상경영을 선포하고 무급휴직 확대 등 위기극복 경영체제를 도입했으나 좀처럼 '터널의 끝'이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비상경영의 강도를 높였으나 항공사 중 최초로 일반 직원 임금을 체불했다.

최종구 이스타항공 대표이사(사장)는 25일 입장문을 내고 “회사는 최근 고객 환불 급증과 이로 인한 매출 급감으로 자금운용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최소한의 회사 운영을 유지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으로 임직원의 2월 급여를 40%만 지급하고 나머지 급여는 추후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월급날 당일 사과와 함께 임금 체불 소식을 전한 것이다. 이날 이스타항공 직원들의 통장에는 연말정산 정산금도 들어오지 않았다.

이는 곧 회사의 재무상태가 임직원의 월급을 온전히 지급하기 어려운 수준으로까지 치달았다는 의미라는 해석이 나온다. 경영진이나 임원들이 위기극복에 대한 결기를 다지는 차원에서 자발적으로 임금 일부를 반납하는 것과 심각성의 정도가 다르다는 것이다. 앞서 이스타항공 임원들 역시 급여의 30%를 자진 삭감하고 직책 수당을 반납하는 등 최근 항공업계 전반에 일고 있는 비용 절감 움직임에 동참했다. 위기감을 느낀 조종사들도 고통 분담을 위해 임금 25% 삭감을 결정했다.

항공업계에서는 지금과 같은 상황에선 정부가 보다 적극적으로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항공사가 고사할 때까지 그냥 보고만 있어서는 안된다는 지적이다.

한 항공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등의 영향으로 모든 항공사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고 특히 LCC는 더욱 심각한 상황”이라며 “항공사들이 시장에서 사라져야 할 만큼 망가진 게 아니지 않느냐. 정부가 금융지원 정책 등을 통해 일시적으로나마 인공호흡기를 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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