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숙 경신그룹 회장, 위기 속 빛난 '1인 4역' [진격의 중견그룹]③창업주 작고 후 경영 맡아, '어머니·가장·CEO·학생' 수행…글로벌 車부품사 일궈
신상윤 기자공개 2020-02-28 10:12:21
[편집자주]
중견기업은 대한민국 산업의 척추다. 중소·벤처기업과 대기업을 잇는 허리이자 기업 성장의 표본이다. 중견기업의 경쟁력이 국가 산업의 혁신성과 성장성을 가늠하는 척도로 평가받는 이유다. 대외 불확실성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산업 생태계의 핵심 동력으로서 그 역할을 묵묵히 수행하고 있다. 이처럼 한국 경제를 떠받치고 있는 중견기업들을 면밀히 살펴보고, 각 그룹사들의 지속 가능성과 미래 성장 전략을 점검하고자 한다.
이 기사는 2020년 02월 26일 12:5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와이어링 하네스 등 자동차부품 전문기업 경신그룹은 창업 초기 안정적인 구매처를 확보하며 순조롭게 출발했다. 하지만 10여년 만에 창업자가 작고하면서 회사는 선장을 잃었다. 위기에 구원투수로 등판한 사람은 창업자의 부인 김현숙 회장(사진)이다. 그는 '1인 4역(어머니+가장+CEO+학생)'을 묵묵히 수행하며 풍랑에 빠졌던 경신그룹을 글로벌 자동차 부품사로 키워냈다.1936년생으로 올해 만 나이 84세인 김 회장은 자서전 '나의 행동이 곧 나의 운명이다'에서 어린 시절의 꿈이 교사였다고 밝혔다. 6·25 전쟁을 겪으면서도 학업에 꿈을 놓지 않았고, 수도여고와 수도여자사범대학교 등을 거치며 교사의 꿈을 키웠다. 하지만 전쟁 직후 부친의 소개로 만난 고(故) 이기홍 경신공업 창업자와의 인연은 그가 꿈꿔왔던 것과는 완전히 다른 길로 인도했다.
김 회장은 현대건설 자재부장이었던 남편과의 슬하에 딸 5명과 아들 1명을 낳았다. 막내아들이 현재 경신그룹을 이끌고 있는 이승관 대표이사다. 김 회장은 남편이 경신공업을 창업할 당시 6남매를 키우는 가정주부였다. 하지만 1985년 창업자가 작고하면서 그의 운명은 180도 달라졌다.
당장 6남매의 어머니 역할과 더불어 가장의 역할까지 도맡아야 했다. 또 남편의 땀과 노력이 깃든 경신공업과 직원들을 살려야 했다. 평범한 가정주부였던 그가 경영자의 길을 걷는 것은 쉬운 결정이 아니었다. 그때 김 회장을 독려했던 사람은 고(故) 정세영 현대차 초대 회장이다.
정 회장은 김 회장의 남편이 현대에서 근무할 때부터 부부 동반 식사 자리 등 교류가 잦아 친분이 있었다. 특히 그는 경신의 사명도 지어주는 등 회사에 각별한 애정도 있었다. 여기엔 필수 부품 중 하나인 와이어링 하네스 공급 차질은 자동차 생산에도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판단도 작용했다.
김 회장은 정 회장의 독려로 경신공업의 구원투수로 등판했다. 그 결과, 평범한 가정주부에서 어느덧 여성 CEO(최고경영자) 대모로 불리고 있다. 한 발 더 나아가 남성 중심의 자동차업계에서 홍일점이던 김 회장은 관심을 넘어 신화로 기억됐다. 특히 그는 사장 부임 첫해인 1985년 '100만 불 수출탑'을 받은 데 이어 1987년 'KS 표시 허가' 등의 성과를 이뤄내며 남편의 빈자리를 훌륭하게 채웠다.
여기엔 학생 신분의 김 회장도 한몫했다. 기술과 경영 등에 전무했던 그는 숭실대학교 최고경영자 과정을 시작으로 연세대, 서울대, 전국경제인연합회, 서강대 등을 다니며 배움의 끈을 놓지 않았다. 주경야독의 결과일까. 전문경영인으로 김 회장의 입지도 점점 굳건해졌다.
김 회장은 어머니와 가장, CEO와 학생 등 1인 4역을 맡으면서도 경신을 글로벌 자동차 부품사로 키워냈다. 특히 여성 기업인을 위한 노력에도 앞장섰다. 한국여성경제인협회 인천지회 초대 회장, 인천경영자총협회 회장 등을 역임하며 후배 양성에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2018년에는 이 같은 공로를 인정받아 제2회 여성 기업인 명예의 전당 헌정자로 선정됐다.
다만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가질 수 있는 선입견을 제거하기 위해 특별한 일을 제외하면 작업복을 즐겨 입었다. 직원들과의 소통도 중요시 여긴 그는 노사대화 및 신입사원 가족에게 편지 전달 등 노력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회장의 남은 역할 중 하나는 가업의 승계다. 연매출 2조원이 넘는 중견그룹으로 성장한 경신그룹은 2016년 지주회사 경신홀딩스를 설립하며 지배구조 개편과 승계 작업을 시작했다. 그의 막내아들 이승관 대표이사는 2010년 경신그룹이 '제2의 창업'을 선포하는 해에 경영일선에 첫 이름을 올렸다. 이 대표는 현재 지주사 경신홀딩스를 정점으로 신기술·신제품 개발 등을 통해 미래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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