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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FO 워치]SK하이닉스, 시장 '엄친아', 은행권 대출→회사채로 환승차진석 CFO 부임후 국내·외 조단위 시장조달

김슬기 기자공개 2020-02-27 08:07:58

이 기사는 2020년 02월 26일 13:0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SK하이닉스는 회사채 시장에서 '엄마친구아들(엄친아)'로 불린다. 재무구조가 탄탄한 데다가 반도체 업황이 살아나면 어떤 업종보다 현금이 빨리 유입되는 곳이기 때문이다. 기관들이 SK하이닉스를 애정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SK하이닉스는 시장의 관심을 자금조달에 잘 활용했다.

차진석 재무·구매담당(CFO·최고재무관리자)에게는 기회였다. SK하이닉스는 올해초 1조원이 넘는 자금을 조달했다. 그는 2019년 초부터 지금까지 SK하이닉스의 살림살이를 맡고 있다. 그가 SK하이닉스로 왔을 때에는 D램 가격 등 주력 품목의 가격 하락으로 현금흐름이 크게 훼손되고 있었다. 2017~2018년 무차입 경영기조를 이어오다가 순차입금 플러스로 돌아섰다. 그는 지난해부터 전방위적으로 회사채 시장을 통한 자금조달에 힘을 쓰고 있다.

◇연초 1조 회사채로 조달…조달방법 바뀌나

올 초부터 SK하이닉스는 회사채 시장에서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당초 5000억원의 자금을 공모로 조달할 예정이었지만 반응이 뜨거웠던 탓에 1조600억원으로 증액 발행했다. 이번 결정으로 단일회차 기준으로 국내 최대 규모의 회사채 발행회사로 자리매김했다. 3년물 3400억원, 5년물 3600억원, 7년물 1300억원, 10년물 2300억원을 골고루 끌어왔다.

SK하이닉스가 회사채 조달에 성공한 이유는 올해 반도체 업계가 반등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컸다. 지난해와는 달리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상승세를 보이고 있고 고객사의 D램과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등 낸드플래시 재고 수준이 낮아지면서 올해 SK하이닉스의 실적이 반등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SK하이닉스는 D램 세계 2위 시장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는 곳으로 시장 반등과 함께 수익성 회복 속도도 그만큼 빠르다.

크레딧업계에서는 SK하이닉스에 대해 SK그룹의 지원을 고려하지 않아도 승승장구하는 회사로 보고 있다. 여타 기업들이 모회사의 재무적인 지원까지 감안해 등급평가를 받는 것과 대조적이다. SK하이닉스의 회사채는 너도나도 가져가려고 하는 기관들이 넘쳐난다.

SK하이닉스가 SK그룹으로 편입된 2012년과 비교하면 신용등급은 A등급에서 현재 AA까지 올라왔다. 금리하락기라는 점을 감안해도 3%대 후반(만기 5년)에서 1%대 후반까지 금리가 낮아졌다. 2012년부터 현재까지 SK하이닉스는 총 9번 국내에서 공모채를 발행했다. 회사채의 규모는 점차 확대됐다. 위상이 달라지면서 자신감도 그만큼 커진 것이다. 연간 기준으로 보면 2012년 2000억원이었지만 2015~2016년 5000억원대, 2018년 6400억원, 2019년 9800억원으로 늘었고 올해에는 1조원을 넘겼다.


이번에 조달한 자금은 전액 채무상환자금으로 사용한다. 2015년에 발행한 'SK하이닉스 제214-1회', 'SK하이닉스 제 215-2회' 상환금 3100억원을 갚고 올해 상환이 돌아오는 장·단기차입금 1조원 가량을 갚을 예정이다. 1조원 가량의 은행권 차입을 회사채로 메우게 되면서 자금조달 계획에도 변화가 생겼다는 분석이다.


국내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기업이 회사채 시장을 두드릴 때에는 은행권 차입의 어려움, 중도 상환에 대한 수고로움, 회사채 금리 등을 모두 고려하게 된다"며 "SK하이닉스의 의도가 어디에 있는 것인지는 확실치 않지만 은행권 차입을 회사채로 대체하고 있다는 사실은 분명해보인다"고 설명했다. 이번에 상환하는 장·단기차입금의 이자율은 2%대로 현재 조달한 회사채 금리의 1%대보다 높다.

◇차진석 CFO의 고민 "빈 현금곳간 채우기"

최근 몇 년간 SK하이닉스의 재무구조는 롤러코스터를 탔다. 2017년말 차입금은 4조1710억원, 2018년 5조2820억원이었고 현금성자산을 차감한 순차입금은 같은 기간 -4조3840억원, -3조870억원 등으로 사실상 무차입 기조를 유지해왔다. 당시 반도체 슈퍼사이클에 진입하면서 승승장구했기 때문이다.

SK그룹 편입 후인 2012년부터 2016년까지 10조원대 중후반의 매출을 기록했다면 2017년 반도체 호황으로 매출액 30조원대, 2018년 40조원대로 증가하면서 사상 최대 실적을 냈다. 당기순이익 역시 2조원대에서 2017~2018년 10조원대까지 확대됐다. 막대한 투자를 진행해야 하는 반도체 산업의 특성을 고려하더라도 현금흐름이 좋을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2019년 들어서 차입금이 10조원대까지 확대되고 현금흐름이 악화되면서 순차입금이 7조5000억대까지 확대됐다. 잉여현금흐름(FCF)이 마이너스(-) 9조원대까지 확대됐다. 반도체 업황이 꺾이면서 매출은 다시 20조원대로 순이익은 2조원대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차 CFO는 2019년부터 본격적으로 살림살이를 책임지면서 쉽지 않은 선택을 해야 했다. 현재 SK이노베이션의 CFO인 이명영 부사장이 이끌었던 SK하이닉스 CFO 자리를 받았다.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29회 행정고시 재경직에 합격한 그는 총무처와 국세청, 옛 재정경제부 등을 거쳐 2000년 SK그룹 구조조정추진본부에 왔다. 2008년부터 2018년까지 SK이노베이션의 재무를 맡으면서 성장에 기여해왔다.

SK그룹의 핵심계열사인 SK하이닉스로 오면서 그의 존재감은 커졌지만 고민은 깊어졌다. 미래성장을 위한 연구개발(R&D)에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 설비투자(CAPAX) 자금을 확보하는 일이 중요했다. 그가 선택한 것은 전방위적인 시장조달이었다. 공모 회사채 조달 외에도 기업어음(CP)와 해외 채권 발행 등 전방위적인 시장 조달을 강구했다. 2012년 이후 7년만에 4000억원의 CP를 조달했고 해외에서도 5억달러(약6000억원)의 한국물(Korea Paper)를 조달했다.

현금흐름이 좋지 않자 주주환원책의 일부인 배당도 축소했다. 2018년 주당 1500원이었던 현금배당을 2019년 사업연도에는 1000원으로 줄였다. 총 배당금이 1조260억원에서 6840억원으로 감소했다. 최대한 자금을 확보하면서 허리띠를 졸라매는 선택을 했다.

올해 SK하이닉스의 반등에 따라 재무구조에도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자금조달은 결국 비용을 수반하는 일이다. 금융비용을 상쇄할 정도로 성장해야 조달에 진정한 의미가 있다. 올해 반도체 업황 뿐 아니라 현재 불확실성으로 자리하고 있는 코로나19 등이 해소되어야 본격적인 SK하이닉스의 성과를 볼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차 CFO의 승부수가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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