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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라이트벤처스, '영호남 초기기업' 동반자 [VC 라이징스타]260여개 포트폴리오, 삼성전자·대구시 등 LP네트워크 탄탄

박동우 기자공개 2020-02-27 08:09:34

[편집자주]

창업 생태계의 마중물인 정책자금 홍수속에 최근 3년간 등장한 벤처캐피탈(VC)이 무려 50곳이 넘는다. 치열해지는 벤처투자업계에서 이들은 저마다 무기로 입지를 넓혀가고 있다. 신생 VC들의 탄생 스토리와 운용 철학 등을 짚어보고 그들의 생존 전략과 활로를 모색하고자 한다.

이 기사는 2020년 02월 26일 15:0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모두가 서울로 향할 때 지방으로 발걸음을 돌린 이들이 있다. 2017년 대구에 둥지를 튼 인라이트벤처스의 승부수는 적중했다.

인라이트벤처스는 짧은 기간에 덩치를 불린 하우스다. 지금까지 8개 펀드를 론칭했고 운용자산은 1200억원을 넘겼다. 지역 회사를 육성하고 원천기술을 보유한 기업의 성장에 마중물을 붓는다는 철학으로 벤처캐피탈 업계에 돌풍을 일으켰다.

◇ 김용민·박문수·손민호·유동기 4인 뜻 모아 창업

인라이트벤처스는 2017년 7월 설립된 유한책임회사(LLC)형 벤처캐피탈이다. 지난 3년간 인라이트벤처스는 박문수·김용민 공동대표 체제 아래 기틀을 다졌다. 두 사람의 위상은 지배구조에서도 드러난다. 작년 9월 기준으로 두 사람은 지분을 각각 26.6%씩 보유했다.

2005년 대성창업투자에 입사해 투자팀장과 이사 등을 지낸 박문수 파트너는 베테랑 벤처캐피탈리스트다. 1250억원 규모 대형조합인 '연구개발특구 일자리창출펀드'를 운용하면서 알테오젠, 수젠텍, 코아스템 등 굵직한 생명공학 포트폴리오를 발굴한 경험을 갖췄다.

김용민 파트너는 현대모비스, 한국기술투자, 한국벤처투자, 삼성벤처투자 등을 거쳤다. 여러 회사를 옮겨다니면서 신생기업의 옥석을 가리는 선구안을 체득했다. 피투자기업을 사후관리하는 노하우도 얻었다.

인라이트벤처스의 출범을 논의한 시점은 201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두 사람은 기술 스타트업 업계의 열악함에 눈길이 갔다. 창업팀이 제대로 투자를 받지 못하는 바람에 유망한 기술이 사장되는 현실에 안타까움을 느꼈다.

이들은 기술 사업화를 지원하고 회사의 성장전략을 제시하는 벤처투자사를 만들자고 의기투합했다. 타임와이즈인베스트먼트 출신 유동기 파트너와 수림창업투자에 몸담았던 손민호 파트너도 창업 원년 멤버로 이름을 올렸다.

사명인 '인라이트(enlight)'는 초기기업과 동행하는 미션으로 직결된다. 김 파트너가 회사 이름을 지었다. 그는 '깨닫다, 이해하다'는 뜻을 지닌 성경 속 옛말 'enlight'에서 영감을 얻었다. 초기기업이 겪는 고난을 이해하면서 벤처캐피탈과 피투자기업이 함께 성장하는 바람을 담았다.

인라이트벤처스가 강조하는 또 하나의 키워드는 '지역'이다. 수도권에 거점을 둔 다른 하우스와 달리 대구시에 본사를 차렸다.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길러내는 터전으로 영남권을 낙점한 배경은 무엇일까. 인라이트벤처스는 탄탄한 기반산업과 R&D 환경을 거론한다.

삼성전자 사업장과 대구경북과학기술원(디지스트) 등이 자리잡고 있어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판단했다. 지방자치단체가 전기·전자, 소프트웨어, 헬스케어 등 주력 업종을 전략적으로 육성하는 노력도 주목했다.


▲인라이트벤처스 임직원 일동. 김용민(왼쪽에서 첫번째)·박문수(오른쪽에서 첫번째)·손민호(오른쪽에서 두번째)·유동기(왼쪽에서 일곱번째) 파트너가 함께 2017년 인라이트벤처스를 설립했다. (출처:인라이트벤처스)

◇ 출범 3년 만에 AUM 1200억 도약

대구·경북권을 기반으로 유한책임출자자(LP) 네트워크를 다진 덕분에 운용자산(AUM)이 빠르게 불어났다. 인라이트벤처스가 운용 중인 펀드는 모두 8개로 1246억원 규모다.

100억~200억원 규모의 펀드를 집중적으로 론칭했다. 지난해 9월 결성한 '달빛 혁신창업·성장지원펀드'의 약정총액이 250억원으로 지금까지 만든 조합 가운데 최대 규모다. 영·호남의 숨겨진 스타트업을 발굴한다는 취지를 살려 LP로 산업은행과 대구시, 광주시 등을 확보했다.

삼성전자도 인라이트벤처스의 펀딩에 힘을 싣는 출자자다. 2018년 삼성벤처투자에서 203억원 규모 CD 1호 신기술투자조합(인라이트 2호 CD펀드) 운용권을 넘겨받았다. 올해 초 잇달아 결성한 '6호 CD펀드'와 'CG 2호 펀드'의 LP로도 참여하는 등 긴밀한 관계를 구축했다.

피투자기업을 고르는 기준은 LP들의 니즈와 맞닿아 있다. 지역에 소재지를 둔 스타트업 중에서도 핵심기술을 여러 영역으로 접목할 여지가 있는 회사를 눈여겨본다. 삼성전자의 벤처 육성 프로그램인 '씨랩 아웃사이드'가 배출한 기업군에서도 투자처를 물색한다.

특히 '산업연계성'에 방점을 찍었다. 중앙정부나 지방자치단체에서 정책적으로 육성하는 산업과 관련된 회사에 주목한다. 펀드 이름의 갈래를 'CD'와 'CG'로 나눈 이유이기도 하다.

대구 지역기업 육성을 목표로 한 CD펀드는 인공지능(AI), 자율주행차에 특화한 벤처기업에 투자한다. 경북 도내기업을 키우는 CG펀드는 ICT제조업과 소재·부품·장비 기업을 중점적으로 발굴한다.

260여건의 포트폴리오 중 수도권을 제외한 지역에 자리잡은 기업이 80%를 차지한다. 냉매 없이도 신선식품을 낮은 온도에서 보관할 수 있는 포장재를 개발한 '에임트', 중소 상공인을 대상으로 간편결제앱을 제공하는 '파이어씨드', 디지스트 교내 창업팀이 세운 대체육 생산 스타트업 '씨위드' 등이 대표적인 투자 사례다.

인라이트벤처스는 단순한 재무적 투자에 그치지 않는다. 경영을 자문하는 조언자 역할도 중시한다. 대구 본사뿐 아니라 광주와 제주에 지사를 두고 피투자사의 빌드업에 나선다. 권역별로 돌아가며 '파트너스 데이' 상담회를 열어 스타트업의 애로사항을 듣고 해결책을 모색한다.

최근 유동기 파트너가 새 수장에 오른 인라이트벤처스는 200억원 안팎의 추가 펀드레이징을 구상하고 있다. 초기기업에 투자하는 펀드, 지역 대기업의 핵심사업과 시너지를 내는 벤처를 발굴하는 펀드 등 다양한 컨셉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고민 중이다.

펀드레이징과 투자를 빠르게 병행하며 급성장한 인라이트벤처스는 2020년 퀀텀점프를 준비한다. 유 대표는 "지역 스타트업을 유니콘으로 도약시키는 과제가 앞에 놓여 있다"며 "초기단계 기업의 성장을 돕겠다는 초심을 잊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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