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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과 교수' 사외이사로 택한 ㈜한화, 튀는 결정 왜? 정체성 확립·사회적 가치 창출 기대…최종현학술원 통해 SK그룹과 연결

김성진 기자공개 2020-02-27 08:14:59

이 기사는 2020년 02월 26일 14:43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화는 왜 새로운 사외이사 후보로 철학과 교수를 선택했을까. 2000년대 들어 단 한 번도 순수 인문학과 출신 사외이사가 없었던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이례적인 인사라고 평가할 수 있다. 그동안 ㈜한화의 사외이사들은 대부분 경영학, 경제학, 법학과 혹은 군 출신 인물들이 주를 이뤘다.

8명의 이사회 구성원에 철학과 교수 한 명을 포함시키는 것은 어찌 보면 아주 큰 변화는 아니다. 그러나 지난 20년 넘게 유지되어온 암묵적 기준과 형식을 깨뜨리고 새로운 색깔의 인물을 이사회에 포함시키려는 것을 두고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보는 것은 더욱 어렵다. 이는 단순 보여주기일까, 아니면 새로운 변화를 위한 포석일까.

㈜한화가 지난 25일 '주주총회소집결의' 공시를 통해 2명의 인물을 새로운 사외이사 선임 후보 선임했다고 밝혔다. 한 명은 김승헌 방위사업연구원 비상근 고문이고 또 다른 한 명은 이석재 서울대 철학과 교수다. 이들은 각각 오는 3월 27일 임기가 만료되는 김창록, 이광훈 사외이사의 뒤를 이을 예정이다.

이중 눈길을 끄는 인물은 단연 이석재 서울대 철학과 교수다. 지난 20년간 ㈜한화의 사업보고서를 모두 살펴본 결과 사외이사를 지낸 인물들 중에 순수 인문학과 출신은 단 한 명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주총에서 이 교수가 사외이사로 선임될 경우 사실상 최초로 회사 경영과 직접적으로 관련 없는 인물이 이사회 구성원이 되는 셈이다.

이 교수는 서울대 철학과 출신으로 예일대학교에서 철학과 박사학위를 취득했으며, 오하이오 주립대학교에서 교수 생활을 하기도 했다. 현재는 서울대 철학과 교수와 함께 재단법인 최종현학술원의 이사를 맡고 있다.

그렇다면 한화그룹의 본체라고도 볼 수 있는 ㈜한화가 이 교수를 사외이사 선임 후보로 선택한 배경은 무엇일까. 이 교수를 이사회 구성원으로 편입시켜 노리는 효과는 무엇일까. 철학이라는 학문 자체가 실용과는 거리가 먼 학문인만큼 단기적인 경영성과 향상을 위한 결정은 아닌 것으로 분석된다.

오히려 이 교수를 사외이사 후보로 선택한 것은 경영성 제고보다는 기업의 정체성 확립 및 사회적 가치 설정과 관련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재계 한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기업들이 기업인 혹은 관 출신 인물들을 예우 차원에서 사외이사로 선임하는 경우는 있지만, 철학과 교수를 사외이사로 선임하는 것은 흔한 일은 아니다"며 "어떤 개인적인 연결고리가 있지 않은 이상 사회적 가치창출을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 교수는 최근 들어 사회적 가치의 중요성을 설파하는 SK그룹과 직접적인 관계가 있다. 현재 재단법인 최종현학술원의 이사회 이사로 활동하고 있는데, 최종현학술원은 최종현 SK그룹 선대회장 20주기를 기념해 만들어진 학술원이다. 지정학리스크, 과학혁신 등을 의제로 삼고 컨퍼런스를 진행하며 국제학술교류프로그램과 국제포럼을 통해 학술회의를 열고 있다. 최종현학술원의 대표이사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맡고 있다.

㈜한화 관계자는 "과학기술이 급격히 발전을 하다 보니 과거에 직면하지 못했던 새로운 문제들을 직면하고 있다"며 "이석재 교수 사외이사 선임을 통해 기업 정체성을 확보해나가고 새로운 비전을 제시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한화와 SK의 오너일가는 이후락 전 중앙정보부장을 통해 멀리 연결돼 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누나인 김영혜씨의 남편이 이 전 중앙정보부장의 차남 이동훈 전 제일화재 회장이며, 5남 이동욱씨는 SK그룹 창업주인 최종건 회장의 4녀 최예정씨의 남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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