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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금융을 움직이는 사람들]정석영 지주 CRO, 내부등급법 승인 특명⑨옛 LG증권 출신, 딜러·글로벌 경험…내부등급 통해 M&A 실탄 확보 절실

이장준 기자공개 2020-03-18 11:15:24

[편집자주]

우리금융에는 위기극복 DNA가 있다고 말한다. 1998년 외환위기로 인한 대규모 구조조정, 공적자금 투입과 관치 외풍, 지주사 해체와 재출범, 채용비리 사태로 빚어진 경영 공백, 최근 DLF 사태까지 많은 아픔을 겪으면서 더욱 성장하고 단단해진 인재들이 바로 우리금융 위기극복 DNA의 핵심이다. 이곳을 이끌어가는 주요 인물들의 면면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0년 03월 12일 08:30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우리금융그룹이 인수·합병(M&A)을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실탄 확보'다. 이를 위해 지주 출범 때부터 꾸준히 내부등급법 승인을 받기 위해 준비해왔다. 감독당국으로부터 자체 리스크관리 시스템을 인정받아야 발목을 잡고 있는 자본비율 규제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다.

정석영 우리금융지주 리스크관리부문 전무(사진)의 임무는 명확하다. 그는 은행 본연의 예대 업무보다 소위 '첨단 업무'라 불리는 트레이딩, 파생 쪽 경험이 풍부하다. 특유의 예리한 분석력과 빠른 적응력으로 눈앞에 놓인 숙제를 풀어낼 적임자라는 평가다.

1964년생인 정 전무는 부산상고와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숫자에 밝은 배경이다. 이력 중에서는 1990년 대학 졸업과 입행 사이에 6년의 공백이 눈에 띈다. 그는 사회생활을 은행에서 시작하지 않았다. 약 2년 가량을 LG증권(현NH투자증권)에서 근무했다.

은행에 발을 디딘 건 1996년. 우리은행의 전신인 상업은행이 국제부 업무를 담당할 경력자를 뽑을 때 지원해 적을 옮겼다. 은행에서 담당한 첫 역할은 딜러(dealer)였다. 2002년 런던지점 차장으로 발령받았을 때도 딜러로서 업무를 무난히 수행한 것으로 전해진다.

국내에 복귀한 2004년에는 그간의 경력을 인정받아 투자금융부 부부장으로 승진했다. 그가 이때까지 주로 맡았던 트레이딩, IB, 국제, 파생 등 업무는 정통 '뱅커'가 접하기에 쉽지 않은 영역이다. 전문성은 높지만 예대업무와 관련된 커리어가 부족했던 게 사실이다.

다행히 그는 이후 영업점에서 경험을 쌓을 수 있었다. 2008년 양점동지점장, 2010년 목동중앙지점장을 역임했다. 영업에서도 능력을 인정도 받았다는 후문이다. 이듬해인 2011년 이순우 당시 은행장이 취임하면서 그를 러시아법인장으로 발탁한 것도 이 때문이다.

당시 그는 빠른 적응력을 보여줬다. 특히 외국어에 능통한 모습을 보여 주변을 놀라게 했다. 이 전 행장이 취임 두 달여 만에 법인을 방문했을 때 전공자도 아닌데 이미 유창하게 러시아어를 구사할 정도였다고 한다.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진출한 현대자동차부터 현지 고려인들까지 네트워크도 탄탄히 다져놓은 상태였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정석영 전무는 영어, 러시아어 가리지 않고 어학 능력이 뛰어난 훌륭한 자원"이라며 "외국에서 인허가를 받을 때도 기여를 많이 했다"이라고 말했다. 그가 러시아법인장을 지내던 시절 우리은행은 상트페테르부르크 지점과 블라디보스토크 사무소를 개설했다.


2년간 러시아에서 활약한 뒤에는 다시 영업현장으로 돌아갔다. 2013년 연세금융센터장, 2016년 서대문영업본부장을 지냈다. 올해 초 우리금융지주 리스크관리부문 전무(CRO)로 발령받기 전까지 7년 가량을 영업전선에서 뛴 것이다.

사실 정 전무가 은행 내에서 인맥을 구축하기엔 쉽지 않았다. 경력직으로 들어왔기 때문에 동기가 거의 없었다. 투자금융부를 제외하면 본점에서 근무한 경험도 많지 않다. 은행 내에서 전문성을 필요로 하는 IB 업무나 해외 근무가 많은 탓도 있다. 그런데도 주요 영업점 등을 거쳐 지주 전무까지 올랐다는 건 그의 실력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정 전무는 기본적으로 말수가 적은 편으로 알려졌다. 꼼꼼하고 예리한 분석력이 강점으로 꼽힌다. 특히 CRO를 역임한 건 그동안 난이도가 높은 직무를 많이 경험해 까다로운 리스크도 잘 관리할 것으로 기대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가 이끄는 지주 리스크관리부문 산하에는 리스크관리부와 모형검증팀이 있다. 리스크관리부는 그룹 리스크관리 정책을 수립하고 사업 담당 부서의 신사업 등을 점검한다. 다른 한 축인 모형검증팀은 그룹의 신용·시장·운영 등 리스크모델을 검증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내부등급법 승인 이슈도 해결해야 한다는 의미다.

현행 표준등급법이 아닌 내부등급법을 적용하면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을 높일 수 있다. 본격적으로 M&A에 나설 우리금융으로서는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이다. 취임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에 막중한 임무를 맡긴 건 그만큼 우리금융이 그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는 뜻으로 비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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