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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를 움직이는 사람들]'반도체 개발 35년' 미래 기술 이끈다⑤김진국 부사장, 실패 두려워 않는 후배 연구원 양성

윤필호 기자공개 2020-03-13 08:04:24

[편집자주]

SK하이닉스는 세계 반도체 시장 최전선에서 삼성전자와 함께 국내 산업군을 이끈 쌍두마차로 떠올랐다. 그러나 지난해 미·중 무역분쟁 여파로 업황이 악화되면서 부진의 늪에 빠졌다. 이런 가운데 인사를 단행하며 다시 비상하기 위한 채비를 갖췄다. 더벨은 다시 전성기를 재연하기 위한 SK하이닉스의 주요 인물들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0년 03월 11일 10:2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SK하이닉스 역사의 산 증인인 동시에 우리 회사의 미래를 이끄는 리더."

김진국 SK하이닉스 미래기술연구원장 부사장에 대해 이석희 최고경영자(CEO) 사장이 회사 미디어 채널에서 언급한 평가다.

김 부사장은 지난 35년간 D램 개발 업무에 종사하며 경력을 쌓은 기술 전문가로 지금은 연구개발(R&D) 과정을 총괄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반도체 시장에서 확고한 지위를 구축했다. 하지만 반도체 산업은 어느 사업보다 치열한 기술 경쟁을 벌여야 한다. 지금처럼 반도체 시장이 불안한 상황에서는 꾸준한 기술 혁신을 유지하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 미래기술연구원에 지속적으로 공을 들이는 이유다.

연구원은 중장기적으로 미래 기술 트렌드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연구개발(R&D)을 진행하고 있다. 연구원장인 김 부사장은 총 책임자로서 미래 기술 트렌드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중장기적 로드맵을 그리고 있다.

◇D램 개발 외길 35년

김진국 SK하이닉스 미래기술연구원장 부사장
1964년생인 김 부사장은 연세대학교 전기공학과를 졸업했다. 1986년 현대전자에 입사한 이후 35년 세월 동안 반도체 업계에서 제품 개발 업무를 담당했다. SK하이닉스에 따르면 그는 오랜 기간 D램 개발에 종사한 SK하이닉스의 역사이자 최고 전문 기술자로 꼽힌다. 현대전자 시절부터 64M D램을 비롯해 256M, 2Gb, 4Gb, 8Gb D램 등 대부분 개발 과정에 모두 참여했다고 알려졌다.

2001년 하이닉스 반도체 미국법인에서 근무했으며 2005년부터 D램 개발사업부 MM소자그룹장으로 재직했다. 전자공시에 공식적으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시기는 상무보로 재직 중이던 2009년부터다. 이듬해인 2010년 1월 상무로 승진했다. 2012년부터 모바일(Mobile)개발본부 모바일소자그룹장, 이듬해 모바일개발본부장으로 부임했다. 최고 기술자로 떠오른 그를 모바일 관련 부서로 이동시킨 배경에는 대세로 떠오른 스마트폰 반도체 수요 증가가 깔려있다. 용량이 크고 속도가 빠른 반도체 개발 필요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당시 회사는 SK그룹에 인수합병으로 정신이 없던 상황이었지만 그의 자리는 흔들림이 없었다. SK하이닉스는 모바일로 재편되는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추세에 맞춰 대응했고 김 부사장은 확고한 신뢰에 보답하듯 개발에 몰두했다. 김 부사장은 이 과정에서 다수의 업적을 달성했는데 이 가운데 대표적인 케이스로 20나노급 D램 개발이 있다. 그는 세계 최초로 이중 매립 게이트형(Dual Buried Gate) 기술을 활용해 맞춤형 모듈을 만들었고 결국 개발에 성공했다.

또 다른 성과로 세계 최초 실리콘관통전극(TSV) 기술 기반 고대역폭메모리(HBM)를 개발을 주도한 점을 꼽을 수 있다. 고성능, 저전력, 고용량 D램인 HBM은 1.2V 동작전압에서 1Gbps 처리 속도를 구현할 수 있어 1024개의 정보출입구(I/O)를 통해 초당 128GB의 데이터 처리가 가능했다. TSV 기술을 활용해 20나노급 D램 4단을 적층하는 작업이 관건이었는데 AMD(Advanced Micro Devices)와 공동 개발을 지휘하며 성사시켰다.

김 부사장은 확실한 기술 경쟁력으로 수익 증대에 기여한 점을 인정받아 2014년 D램 기술본부장에 올랐다. 본부장으로 재직하며 업계 최초 '와이드 IO2' 모바일 D램 개발 성공도 주도했다. 와이드 IO2는 20나노급 공정을 적용한 8Gb 용량의 제품이다.

◇후임 양성 철학 '실패에서 배우자'

SK하이닉스는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기술 혁신에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SK 인수 직후인 2013년 연구소 명칭을 미래기술연구원으로 바꾸고 최고경영자(CEO) 직속으로 편재해 독립성을 강화한 방안도 이 같은 노력의 일환이다. 현역 연구원들이 혁신 기술 개발에 나설 수 있도록 발판을 마련하는 중책은 기술 장인인 김 부사장의 몫으로 돌아왔다.

김 부사장은 2017년 12월 부사장 승진과 함께 미래기술연구원장으로 취임했다. 오랜 기간 R&D에 매진하며 구축한 노하우를 활용해 후배 연구원들의 연구를 이끌어주는 역할을 맡았다. 그는 연구원장 취임 후 풍부한 개발 경험을 돌이켜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업무에 임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했다. 그 일환으로 실패 사례를 공유하기 위한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좋았을 컬(문화를 뜻하는 컬처의 첫 글자)' 경진대회를 2018년부터 개최했다.

경진대회에는 '기술 혁신은 수많은 실패 끝에 이룰 수 있다'는 김 부사장의 철학이 녹아있다. 실패 사례를 공유해 배움으로 연결하고 다시 도전할 수 있도록 문화를 만들겠다는 의미다. 기술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한 아이디어를 머릿속에 담아두지 않고 도전할 수 있도록 습관화하자는 취지도 담겼다.

김 부사장은 미래 반도체 발전 방향으로 연구원들에게 D램의 미세화(Shrink)와 낸드플래시의 단수 확장(Stack up)을 제시했다. 이를 실행하기 위한 두 가지 전략으로 '진화적 개발(Evolutionary Path)'와 '혁신적 개발(Revolutionary Path)'을 꺼냈다. 진화적 개발이 현재에서 미래로 나아가는 개념이라면, 혁신적 개발은 미래를 현재로 가져오기 위해 준비하는 개념이다.

구체적으로 진화적 개발은 물리적·기술적 한계에 부딪힐 때까지 발전시키겠다는 발상이다. 기술 로드맵을 재정비했고 대응 조직들도 개편하면서 메모리 솔루션을 적기에 확보하겠다는 계획이다. 혁신적 개발은 단기적으로 메모리 사이의 융합, 중장기적으로 메모리와 시스템 반도체의 융합 기술을 준비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미래기술연구원은 자체적인 예측뿐 아니라 민간기업, 연구소, 학교 등 기관에서의 미래 전망을 종합해 앞으로 준비해야 할 주요 기술들을 검토하고 있다.

김 부사장은 작년 말에 사내에 설립한 '행복문화위원회' CCO(Chief Culture Officer)직도 겸임하고 있다. 위원회는 이공계 출신이 97%를 차지하는 구성원들의 특성을 고려해 현장 주도의 사내문화와 혁신 참여율을 높이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었다. 이는 SK그룹 차원에서 진행하는 '딥 체인지(Deep Change)' 기조와도 연결된다. 업무 방식을 조금씩 변화시켜 사내 구성원들이 각자의 행복을 찾아가는 문화로 만들기 위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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