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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벤펀드 포트폴리오 긴급점검]풋옵션발 4월 위기설 '모락모락'전환차익 불발에 풋옵션 행사 집중 예상…상환 실패시 발행사·펀드 동반부실 우려

이민호 기자공개 2020-03-18 10:17:17

[편집자주]

코스닥벤처펀드 ‘4월 위기설’이 고개를 들고 있다. 올해 4월은 코스닥벤처펀드 출시 2년이 경과하며 풋옵션 행사가능일이 집중될 것으로 예상되는 시기다. 코스닥벤처펀드는 공모주 우선배정 혜택을 받기 위해 도입 직후 제로 쿠폰금리 등 불리한 조건에 메자닌을 쓸어담았다. 이는 발행사 상환여력 악화와 코스닥벤처펀드 부실 가능성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오고 있다. 더벨이 운용사별 코스닥벤처펀드에 대한 메자닌 편입 현황과 엑시트 가능성을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0년 03월 11일 07:0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내달부터 코스닥벤처펀드로부터 비롯된 코스닥시장 혼란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다음달은 2018년 4월 도입 직후 메자닌을 쓸어담은 코스닥벤처펀드의 풋옵션 행사 가능 시기가 몰리는 시기다.

주가 부진으로 전환차익을 누릴 가능성이 줄어든 상황에서 풋옵션 행사가 집중될 경우 발행사의 상환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 차환발행이나 추가조달에 실패하면 개별 코스닥벤처펀드와 발행사뿐 아니라 코스닥시장 전체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코벤펀드, 3개월 만에 2.9조 유입…메자닌 발행액 급증

2018년 4월 도입된 코스닥벤처펀드는 출시 직후 큰 인기를 얻으며 시중자금을 끌어모았다. 도입 이후 그 해 상반기말까지 약 석달만에 설정액 기준 2조9412억원으로 몸집을 불렸다. 이 중 공모펀드가 7820억원, 사모펀드가 2조1592억원으로 사모펀드 비중이 압도적으로 컸다.


코스닥벤처펀드가 단기간 큰 자금을 흡수할 수 있었던 데는 총 투자금액 중 3000만원 한도로 10%(300만원)까지 적용되는 소득공제 매력과 함께 코스닥시장 공모주의 30%에 대한 우선배정 매력이 크게 작용했다. 혁신기업에 대한 모험자본 공급이 코스닥벤처펀드의 도입 목적이었던 만큼 펀드자산의 50% 이상을 벤처기업 또는 벤처기업 해제 7년 이내인 코스닥 상장사 주식과 메자닌에 투자하고 이 중 펀드자산의 15% 이상을 신규발행 메자닌을 포함한 신주로 담는 운용조건을 만족해야 했다.

이런 혜택을 받기 위해 해당 의무투자비율을 충족해야 하는 기간이 단 6개월로 제시되며 코스닥벤처펀드 운용사들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운용사들은 기간 내에 이 비율을 맞추기 위해 신주보다 비교적 조달이 용이한 신규발행 메자닌을 발행시장에서 쓸어담기 시작했다.

국내 메자닌 발행시장은 코스닥벤처펀드 출시 이전까지만 해도 메자닌 형태로 자금을 조달하려는 발행사의 공급물량이 더 많은 반면 인수는 몇몇 메자닌 투자전문 운용사에 국한된 인수자 우위시장으로 형성돼 있었다. 발행사로서는 낮은 신용등급에도 발행이 용이한데다 회사채보다 조달금리가 낮고 전환사채(CB)의 경우 보통주 전환시 자본으로 인정돼 재무 건전성을 강화할 수 있는 매력이 작용했다.

CB·신주인수권부사채(BW)·교환사채(EB)를 포함한 메자닌 발행액은 해를 거듭할수록 증가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2015년 7915억원, 2016년 1조6974억원이었던 공·사모 메자닌 발행액은 2017년 4조5408억원으로 급증했다.

하지만 코스닥벤처펀드 등장 직후 시장 주도권을 쥔 것은 발행사였다. 코스닥벤처펀드의 메자닌 인수 수요가 단기간 몰리자 표면이자율과 만기이자율이 0%로 책정된 메자닌이 시장에 쏟아졌다. 사실상 채권의 기능을 상실해 코스닥벤처펀드가 메자닌을 보유하더라도 이자를 챙길 수 없고 오히려 보유기간이 늘어날수록 기회비용이 발생되는 셈이다.

코스닥 상장사들은 조달비용을 낮출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2018년 메자닌 발행액 4조3479억원 중 1조1894억원이 코스닥벤처펀드가 출시된 4월부터 6월 사이에 집중됐다. 메자닌 발행액 자체는 2017년과 유사했지만 이 중 CB 발행액은 이 기간 2조4275억원에서 3조1253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CB는 BW와 달리 전환시 사채권이 소멸돼 발행사에 상대적으로 유리했기 때문이다.

코스닥벤처펀드 설정액은 선풍적인 인기를 누렸던 출시 직후보다 다소 감소한 상태다. 운용업계는 현재 사모 코스닥벤처펀드 설정액이 1조8000억원 수준일 것으로 보고 있다. 공모 코스닥벤처펀드 설정액이 약 4000억원이란 점에서 공·사모 통틀어 2조2000억원 정도의 시장이 형성돼있는 셈이다.

도입 당시 편입한 메자닌 물량을 여전히 보유하고 있는 코스닥벤처펀드가 많다는 의미다. 운용전략이 복잡하지 않아 중소형 전문사모 운용사에서도 운용 부담이 없는데다 메자닌과 공모주 편입으로 작은 설정액으로도 수익률을 크게 끌어올릴 수 있는 이점이 작용했다.


◇풋옵션 행사시 상환여력 의문…코스닥시장 전반 혼란 우려

운용업계가 우려하는 코스닥벤처펀드발 ‘4월 위기설’은 발행사 우위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인수조건에 삽입한 풋옵션에서부터 출발한다. 풋옵션은 메자닌 인수자가 발행사에 조기상환을 청구할 수 있는 장치로 2018년 4~6월 메자닌 발행액 1조1894억원 중 풋옵션이 삽입된 물량은 1조462억원에 이른다. 당시 풋옵션 행사가능일은 대부분 발행 1년 6개월, 2년, 2년 6개월 이후로 각각 책정됐는데 운용업계는 이 중에서도 2년으로 결정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보고 있다.

코스닥벤처펀드가 도입 직후부터 다수 설정된 점을 고려하면 다음달이 첫 번째 풋옵션 행사가능일이 된다. 1년 6개월로 책정된 경우에도 지난해말 결산일에 임박해 풋옵션 행사를 피하려는 발행사의 요구가 많았던 점을 고려하면 올해 초로 미뤄졌을 가능성이 높다.

풋옵션 행사시 가산되는 이자율은 만기이자율을 기본으로 하는데 만기이자율 0%인 메자닌의 경우 풋옵션을 행사해도 원금만 챙길 수 있다. 이 때문에 인수자로서는 수익률이 제한되는 풋옵션 행사보다 보통주 전환을 통해 장내에서 엑시트하는 것이 유리하다.

하지만 전환차익은 전환청구 가능일에 주가가 전환가액보다 높게 형성돼야만 누릴 수 있다. 전환청구 가능일은 대부분 발행 1년 이후로 설정되는데 문제는 2018년 4월 직후 메자닌을 발행한 대부분 상장사의 주가가 리픽싱을 거치고도 전환가액보다 낮게 형성돼있다는 점이다.

이는 2018년 4~6월 종가 기준 820~900 수준에서 움직였던 코스닥지수가 그 해 10월 큰 폭의 하락을 경험한 이후 현재까지 한 번도 770 이상 오른 적이 없으며 올해 들어서는 700 아래에 머물러있을 만큼 부진했기 때문이다. 개별기업 주가흐름 차이를 고려하더라도 전환청구보다 풋옵션 행사물량이 더 많을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다.

운용업계는 무엇보다 코스닥벤처펀드의 풋옵션 행사 집중이 코스닥시장 전반에 혼란을 야기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코스닥벤처펀드 출시 당시 재무 건전성이 열악한 몇몇 상장사가 메자닌 발행을 통한 자금 확충에 나선 것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이들 상장사가 현재 보유하고 있는 현금성자산은 대부분 당시 메자닌을 통해 조달한 자금으로 상환여력이 부족하다는 평가다.

유상증자는 경영권 축소와 주가 하락 압박이 크고 금융권 대출은 신용등급 및 담보여력 부재로 불가능한 상황에서 메자닌 신규발행 및 차환발행이 발행사에게는 가장 용이한 선택지로 꼽힌다. 하지만 이 경우 주가 부진을 반영해 전환가액이 낮아지거나 이자율이 가산되는 등 이전 메자닌보다 발행사에 불리한 조건으로 조달할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운용사가 메자닌시장을 보수적으로 평가하고 있는 분위기도 발행사들에게는 악재다. 발행사들이 상환자금 조달에 실패한다면 채무불이행에 직면해 코스닥벤처펀드는 풋옵션 행사에도 엑시트가 불가능해질 우려가 있다.

운용업계 관계자는 “사모펀드의 경우 일반적으로 풋옵션 행사가능일 도래 3~6개월 이전부터 발행사와 상환여부에 대한 협의에 나서는 것을 감안하면 이미 코스닥벤처펀드에 편입된 대부분 메자닌 물량에서 상당 부분 논의가 진행됐을 것”이라며 “메자닌 발행사가 기존 투자자 차환발행이나 추가자금 확충에 노력하고 있지만 이에 실패할 경우 발행사 부실이 몰려 코스닥시장 전반으로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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