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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먹거리 찾은 '우량' 캐피탈사, 카드사 안 부럽네 [여전업계 위상 지각변동]③자동차금융시장 포화…고수익 포트폴리오 집중, 리테일·IB로 영토 확장

이장준 기자공개 2020-03-19 13:42:19

[편집자주]

여신전문금융업의 판도가 흔들리고 있다. 과거에는 카드사가 캐피탈사보다 '한 수' 위라는 평가가 많았다. 하지만 가맹점 수수료 인하 등 팍팍한 업황에 상황이 역전됐다. 이미 일부 캐피탈사는 자산이나 수익성 측면에서 중소형 카드사를 넘어섰다. 더벨이 여전업계에 변화가 나타난 배경을 살펴보고 카드사와 캐피탈사의 경쟁력을 되짚어봤다.

이 기사는 2020년 03월 18일 15:5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경쟁은 치열해졌으나 수익성은 개선됐다." 최근 몇년간 캐피탈업계 상황은 이렇게 요약된다. 본업인 자동차금융시장 내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수익성이 좋은 중고차나 렌탈사업에 집중했다.

새로운 먹거리를 발굴하려는 노력도 빛을 발했다. 투자은행(IB)이나 소매금융(리테일) 등 강점을 살려 경쟁력을 키웠다. 금융지주 계열사는 낮은 조달금리와 연계영업 덕도 봤다. 건전성도 개선되며 카드사 못지않게 우량한 캐피탈사들이 속속 등장했다.

◇신차 줄이고 중고차·렌탈 늘리고…자동차금융 절대강자 현대캐피탈 '굳건'

캐피탈사는 자동차금융(할부금융·오토리스·오토론) 부문의 강자였다. 하지만 은행, 카드사가 이 시장에 진입하며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미 신차 부문은 상당 부분 빼앗겼다. 업계 1위인 현대캐피탈 정도만이 신차 경쟁력을 확보했다.

대다수 캐피탈사는 수익성이 좋은 중고차 부문에 집중했다. 자동차 관련 업종에 네트워크가 탄탄한 만큼 중고차시장이 '레몬마켓(lemon market)'이라는 점을 공략했다. 중고차플랫폼을 구축해 경쟁력을 확보하기도 했다. KB캐피탈의 'KB차차차', 하나캐피탈의 '하나드림카'가 대표적이다.

리스와 유사한 렌탈로도 보폭을 넓혔다. 캐피탈사의 렌탈자산 취급에는 제약이 따르지만 수익성이 좋아 우량 캐피탈사를 중심으로 렌탈자산을 늘리는 추세다. 여전업법 감독규정상 리스자산 잔액 범위 내에서만 사업자 대상 렌탈 취급이 허용된다.

이에 따라 한 해 순이익이 1000억원을 넘는 캐피탈사가 눈에 띄기 시작했다. 작년에는 IBK·KB·메리츠·산은·신한·아주·하나·현대캐피탈 등 최소 8개사가 순이익 1000억원을 돌파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현대캐피탈이 압도적인 선두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현대·기아자동차의 캡티브(captive) 하우스 덕을 톡톡히 봤다. 작년 9월말 기준 전체 영업자산의 71.9%가 자동차금융자산인데 그 중 캡티브 자산이 90%에 육박한다.

신차 위주로 구성된 게 특징이다. 건별 수익성이 크진 않지만 규모의 경제를 이루면 안정적인 수익 창출이 가능하다. 현대캐피탈의 할부금융 및 리스자산은 작년 3분기 기준 19조3848억원에 달한다. 같은 시점 총자산은 31조9192억원을 기록했다. 캐피탈업계 자산 규모 2위인 KB캐피탈의 3배 가량 되는 수준이다.

현대캐피탈은 작년 3분기까지 3013억원의 순이익을 올렸다. 2018년 결산 기준(3113억원)에 육박한다. 작년 결산 기준으로는 여전업계를 통틀어 신한카드(5088억원) 다음으로 많은 순이익을 올린 것으로 관측된다. 동시에 건전성 지표인 1개월 이상 연체율도 2%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조달 채널이 다양하다는 점도 강점이다. 2005년 국내 여전사 중 처음으로 자체 신용을 통해 일본 채권시장(사무라이본드)에서 회사채를 발행한 이후 미국, 스위스 등 해외에서 대규모 채권발행에 성공했다. 채권발행 규모도 해외에서만 연간 1조원 수준이다. 친환경 차량의 할부금융에 활용할 그린본드 발행에도 적극적이다. 대외 불확실성이 커져도 안정적인 조달이 가능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기업금융 집중한 신한캐피탈 vs 리테일 키운 KB캐피탈

논캡티브(non-captive) 캐피탈사는 자동차금융 외 사업 다각화에 심혈을 기울였다. 대체로 리테일과 기업금융이라는 두 축을 중심으로 성장했다. 같은 금융지주 계열이면서 경쟁 구도에 있는 신한캐피탈과 KB캐피탈은 완전히 다른 전략을 택했다.

신한캐피탈과 KB캐피탈의 작년 순이익은 각각 1260억원, 1170억원이다. 업계에서 현대캐피탈 다음으로 2·3위를 차지하고 있다.

*출처=한국신용평가. 단위=억원

신한캐피탈은 기업금융에 집중했다. 작년 9월 기준 신한캐피탈의 기업금융과 투자금융자산은 각각 4조308억원, 1조5347억원을 기록했다. 전체 영업자산의 79.5%를 차지한다. 반면 자동차금융자산은 3885억원에 불과하다. 자동차금융시장 경쟁 격화에도 영향을 크게 받지 않고 성장한 배경이다.

기업금융은 건전성 관리가 핵심이다. 신한캐피탈은 특정 부문에 치우치지 않고 안전자산 위주로 취급했다. 과거 선박금융과 육류담보대출(미트론)에서 거액 부실이 발생했던 경험을 교훈 삼았다. 덕분에 고정이하여신(NPL)비율은 작년말 기준 0.77%를 기록했다.

신한캐피탈 관계자는 "금융그룹 차원에서도 GIB(Group+CIB) 조직을 꾸려 연계영업이 활발하다"며 "글로벌 및 대체투자를 비롯해 IB 자산을 많이 늘려왔다"고 말했다.

신한캐피탈을 필두로 IBK캐피탈, 산은캐피탈도 기업금융 위주로 성장해왔다. IBK캐피탈과 산은캐피탈은 작년 1067억, 1048억원의 순이익을 달성했다. 지난해 처음 1000억원대 순이익을 낸 메리츠캐피탈도 기업금융을 키운 게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KB캐피탈은 'KB차차차' 흥행에 힘입어 본업인 자동차금융에서 강한 면모를 보였다. KB차차차는 국내 1위 중고차 플랫폼이다. 등록된 매물만 12만대가 넘는다. 올들어서는 3.0 버전을 선보이며 전면 재편에 나서 힘을 실었다.

여기에 개인신용대출로 영역을 확장했다. 캐피탈사가 공격적으로 가계대출을 늘리긴 쉽지 않다. 금융당국이 캐피탈사의 가계대출 증가율을 전년 대비 7% 이내로 관리하도록 총량규제를 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KB캐피탈은 가계대출 총량규제에서 제외되는 중금리대출 위주로 취급액을 확대했다.

작년 9월말 기준 KB캐피탈의 영업자산 9조8631억원 가운데 7조7977억원이 자동차금융(렌터카 포함)자산이다. 여기에 개인금융자산까지 더하면 9조원 수준으로 전체의 91.3%에 달한다. 반면 기업금융자산은 8626억원에 그쳤다. 총자산도 지난해 처음 10조원을 돌파하면서 중소형 카드사보다 덩치가 커졌다.

작년 사상 최대치인 1016억원의 순이익을 올린 아주캐피탈도 KB캐피탈과 비슷한 전략을 취했다. 수익성이 낮은 신차 비중을 줄이고 중고승용, 렌터카 취급 비중을 늘리며 포트폴리오를 재편한 덕분이라는 설명이다.

◇낮은 조달금리 덕 본 금융지주계 약진…'효자' 계열사 부상

캐피탈업을 논할 때 빠질 수 없는 게 조달 비용이다. 수신 기능이 없는 여전사는 신용등급이 조달금리를 결정짓는 주요 변수가 된다. 신용등급이 오르면 조달금리를 낮출 수 있다. 부모를 잘 만난 금융지주계 캐피탈사들은 신용등급을 높게 평정 받아왔다.

현대캐피탈은 장기 신용등급 AA+를 유지해왔다. 지난해 11월 모회사인 현대·기아차의 신용등급 하락에 따른 여파로 현대캐피탈의 신용등급도 AA0로 한 노치(norch) 낮아졌다. 그럼에도 캐피탈사 가운데 가장 높은 신용등급을 유지해왔다.

다음은 금융지주 계열 캐피탈사들이 나란히 AA- 등급에 분포돼있다. KB·하나·신한·IBK·산은·JB우리·BNK·NH농협캐피탈이 여기 해당한다. 그중 5개사가 지난해 순이익 1000억원을 넘겼다. JB우리캐피탈도 819억원, BNK캐피탈과 NH농협캐피탈은 각각 789억원, 503억원의 순이익을 올렸다.

*자료=NICE신용평가 2020산업전망 및 산업위험 평가 할부리스업 일부 발췌

금융지주계 캐피탈사는 어느덧 그룹 내에서 '효자' 계열사로 자리잡았다. 하나캐피탈은 지난해 자산 규모도 하나카드와 엇비슷하게 커졌고 순이익은 2배 수준으로 격차를 벌렸다. JB우리캐피탈은 819억원대 순이익을 기록해 전북은행(1095억원)을 바짝 쫓고 있다.

아주캐피탈은 신용등급이 A+임에도 1016억원의 순이익을 올렸다. 추후 우리금융으로 편입될 것이 예상돼 수익성은 더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금융 계열사로 보면 우리카드(1142억원)에 육박할 만큼 많은 순이익을 냈다.

캐피탈업계 관계자는 "리테일을 많이 취급한 캐피탈사들은 최고금리 인하, 가계대출 총량규제 등 이슈로 성장세가 주춤했다"며 "다만 규모 자체를 키우고 건전성이 개선되며 안정 궤도에 들어섰다"고 말했다.

다만 코로나19 등 경기하강으로 캐피탈업계 전반적으로 건전성 위험이 커지는 상황이다. 수익성 확대를 위해 진출한 부동산 PF, 기업금융 익스포져도 확대되는 게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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