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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파장]증권사 'ELS 마진콜' 5조 추정…A사 1.2조 '최대'연초 키운 자체헤지북 '부메랑'…대형 증권사 경영위기 비화 가능성

최필우 기자공개 2020-03-23 07:04:04

이 기사는 2020년 03월 20일 15:5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주가연계증권(ELS) 자체 헤지 증권사들이 추가 증거금 요청(마진콜)을 받는 금액이 총 5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규모가 최대 1조2000억원에 달하는 증권사도 있는 것으로 알려져 마진콜 리스크가 대형 증권사 경영 위기로 비화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삼성·미래·한국, 자체 헤지 비중 높은 증권사 '시험대'

2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전체 자체 헤지 규모와 지수 하락폭을 감안했을 때 국내 증권사들의 마진콜 규모가 5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대형사의 경우 사별로 1조원 안팎, 중소형사들도 1000억~2000억원의 추가 증거금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ELS 자체 헤지에 적극적인 증권사들은 기업어음(CP)을 포함한 자산 매각과 더불어 단기자금시장에서 자금 수혈에 나섰다. 조달된 자금을 외화로 바꿔 마진콜 자금을 메워야 한다. ELS나 파생결합증권(DLS)의 헤지거래는 대부분 달러로 이뤄진다.

국내에서 자체헤지 규모가 가장 큰 곳은 삼성증권이다. 삼성증권의 자체 헤지 북 규모는 7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더불어 한국투자증권과 미래에셋대우가 6조~7조원 수준의 자체 헤지 북을 운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체 헤지 북 규모에 마진콜 규모가 정확히 연동되는 건 아니지만 백투백헤지 의존도가 높은 중소형사에 비해 대형사들의 증거금 부담이 큰 편이다.

*출처:한국예탁결제원

삼성증권의 자체헤지 북 운용에 대한 자신감은 익히 알려져 있다.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전산 시스템을 갖춰 꾸준한 수익을 창출해왔다. 홍장표 파생운용본부장이 트레이딩 룸을 진두지휘하는 '키맨'이다.

일부에서는 100%에 가까운 삼성증권의 자체 헤지 비중이 위험하다고 보고 있다. 삼성증권은 2017년 외국계 IB 출신 인력을 영입해 백투백헤지 비중을 늘리려 시도했지만 여전히 자체 헤지 북이 대부분인 것으로 파악된다. 백투백헤지를 위해 파트너로 삼아야 할 외국계 IB들이 파생 시장에서 삼성증권을 주요 경쟁자로 분류하고 있는 탓이다.

업계에서는 삼성증권이 지난해 연말과 올초에도 자체 헤지 포지션을 대거 구축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삼성증권은 지난해 12월 1조5476억원, 올해 1월 1조3348억원, 2월 9777억원에 달하는 ELS를 발행했다. 삼성증권의 북 비율을 봤을 때 자체 헤지 포지션 구축을 위한 발행이었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한국투자증권 역시 ELS 헤지 운용 '명가'로 꼽히는 곳이다. 지난해 핵심 인력이 이탈했으나 지현준 투자금융본부장이 업계 최고 수준의 수익을 내며 공백을 메웠다. 지난해 12월 1조1418억원, 지난 1월 9496억원, 2월 8901억원 규모로 ELS를 발행하며 삼성증권의 뒤를 바짝 쫓았다.

미래에셋대우는 뒤늦게 시동을 걸었다. 지난해초 미래에셋대우가 야심차게 영입한 김연추 에쿼티파생본부장이 적응 시간을 가지면서다. 취임 첫해 수익에 연연하지 않고 김 본부장의 헤지 포지션 구축 매커니즘과 기존 미래에셋대우 방식의 절충안을 마련하는 데 집중했다. 부임 첫해 눈에 띄는 성과를 내진 못했으나 2년차에 발돋움 할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가 주를 이뤘다.

미래에셋대우는 올들어 발행을 늘리고 자체 헤지 포지션을 빠르게 키운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해 12월 ELS 9328억원을 발행한 후 1월에는 다소 주춤했으나 지난달 발행량 9129억원을 기록해 삼성증권, 한국투자증권과 비슷한 수준으로 올라섰다.

문제는 2월 중하순부터 ELS 주요 기초 자산이 폭락하면서 불거졌다. 유로스톡스 50은 지난달 20일 3867포인트에서 지난 19일 2454포인트로 1413포인트 하락했다. 한달새 36.5%가 하락한 셈이다. S&P 500은 지난달 19일 3393포인트에서 지난 19일 2409포인트까지 내려갔다. 한달 만에 984포인트 29%가 빠졌다.

예상치 못한 수준의 폭락이 이어지자 자체 헤지 증권사들은 증거금 리스크에 직면했다. 자체 헤지 북을 운용하는 증권사들은 유렉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등에 외화로 증거금을 납부하고 있는데 증시 급락으로 추가 증거금을 요구하고 있다. 최근 자체 헤지 북을 늘려오던 곳들은 고점에서 헤지 포지션을 구축했기 때문에 마진콜 금액이 지수 하락에 따라 빠르게 늘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운용손실 확대 가능성…새 포지션 구축도 '난항'

자체 헤지 증권사들은 마진콜 뿐만 아니라 추가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도 염두에 둬야 하는 상황이다. 최악의 경우 ELS 헤지 운용 손실이 막대한 규모로 커질 수 있다. 올들어 자체 헤지 규모를 키우던 곳들은 충격파가 더 클 수 밖에 없다. 기존에 쌓아 놓은 포지션이 크지 않으면 급락 후 새 포지션을 구축해 손실분을 만회하는 게 가능하지만 연초 발행을 늘렸던 곳들에는 해당되지 않는 얘기다.

자체 헤지 포지션이 크지 않다고 해도 신규 발행과 새 포지션 구축으로 손실폭을 메우는 건 쉽지 않아 보인다. 증시 변동성이 커지면서 ELS 쿠폰 금리는 연 8% 넘어 조만간 연 10%에 달할 전망이다. 수익성 개선에도 불구 대부분의 지수형 ELS 투자자들의 조기상환이 지연되면서 원활한 발행을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실물 경제 타격으로 지수가 추가 하락할 가능성이 남아 있는 것도 현 시점에서 무턱대고 자체 헤지 북을 늘리기 어려운 요인으로 꼽힌다.

증권사 관계자는 "연초 발행량과 자체 헤지 북을 빠르게 키웠던 곳들은 지수 급락으로 급제동에 걸린 상태"라며 "외화 증거금 확보에 전력을 쏟고 있어 당장 운용손실 만회나 자체 헤지 전략 수정에 착수할 겨를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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