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0년 03월 23일 15:1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스트스프링자산운용이 외국계의 '무덤'이 된 한국 시장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다. 최근 3년 동안 실적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어서다. 2012년부터 이스트스프링자산운용을 이끌어온 박천웅 대표조차 시장이 어려워지면서 고전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 공시에 따르면 이스트스프링자산운용의 2019년 영업수익은 214억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2018년보다 3.2% 감소한 수치다. 지난해 순이익은 17억원으로 2018년 23억원에 비해서도 26% 감소했다.


박천웅 대표가 회사를 이끌면서 펀드 및 일임자산 운용 규모는 계속해서 늘어왔다. 다만 수수료 수입이 줄고 영업 비용도 점차 늘어나면서 매년 가져가는 순이익 규모가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박천웅 대표가 이스트스프링자산운용을 맡기 바로 전인 2011년말 기준 펀드와 일임계약을 합한 운용자산(AUM) 규모는 9조 6000억원이었다. 박 대표 부임 이후 지난해말 기준 AUM 규모는 13조원을 넘어섰다.

다만 AUM 확대에도 불구하고 펀드를 통해 벌어들이는 수입은 예전보다 적어졌다. 최근 자산운용업계에서 운용보수 등 수수료를 낮추는 추세가 이어진 게 원인으로 풀이된다. 2012년 부임 첫해 집합투자기구운용보수는 110억원이었다. 지난해말 집합투자기구운용보수는 115억원이다. AUM은 3조 5000억원 넘게 늘었으나 운용보수 증가는 5억원에 그친 셈이다.

또 상대적으로 수수료가 높은 주식형에서 유출이 있었던 점이 최근 성과 부진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지난해말 기준 주식형펀드 설정액은 8238억원으로 2018년말 8277억원보다 소폭 감소했다. 2017년말까지만 하더라도 주식형 펀드 설정액이 1조 1600억원 규모였다. 최근 2년간 주식형에서 자금 유출이 두드러졌다.

이스트스프링자산운용 관계자는 "미·중무역분쟁 등으로 인해 최근 몇년간 주식 시장 변동성이 컸고 이로 인해 주식형에서 유출이 있었던 게 수익감소의 원인으로 보인다"라며 "지난해 운용자산 규모는 2조원 가까이 늘었지만 상대적으로 운용보수 등이 적은 채권형 위주로 성장해 수수료 수익에 이바지한 바가 상대적으로 적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외국계 자산운용사가 국내 시장에서 영업이 쉽지 않은 점도 이스트스프링자산운용이 고군분투하고 있는 배경으로 풀이된다. 외국계 자산운용사는 그간 줄줄히 펀드 사업을 접거나 축소하는 등 국내 시장을 떠나고 있다. 국내 자산운용사들이 외국 회사의 펀드를 수입(화이트라밸링)해오거나 협업하는 방식 등으로 해외 투자에서도 어깨를 견주면서 외국계 자산운용사의 영업 환경이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이스트스프링자산운용은 그나마 PCA자산운용 시절에는 PCA생명을 통한 캡티브 마켓(Captive Market)이 있었지만 미래에셋생명에 매각된 이후에는 새롭게 시장을 개척해야하는 어려운 과제를 떠안았다.

자산운용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박천웅 대표 덕에 이스트스프링자산운용은 어려운 상황을 잘 헤쳐가고 있다고 평가를 받는다. 박천웅 대표는 메릴린치인베스트먼트 펀드매니저로 시작해 모건스탠리증권 리서치헤드, 우리투자증권 해외사업부 대표, 미래에셋자산운용 홍콩 법인 사장 등을 지냈다. 20년 경력의 베테랑으로 이스트스프링자산운용의 성장을 이끈 주역이다.

박천웅 1기(2012년~2014년)와 2기(2015년~2017년)을 각각 성장과 성숙을 이끌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캡티브 마켓이 사라진 뒤 2012년 사명을 PCA자산운용에서 이스트스프링자산운용으로 바꾸고 국내 시장에서 꾸준히 성장해왔다.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 2018년 3번째 임기 연장을 이뤄내기도 했다.

다만 박천웅 대표 3기 들어서 실적부진이 이어지고 있어 반등의 계기를 마련할 필요성이 대두된다. 이스트스프링자산운용은 기관투자가 등을 대상으로 해외 투자 상품을 전문적으로 공급하고 차근차근 외형을 확장해나간다는 방침이다.

이스트스프링자산운용 관계자는 "자산운용사 경영 실적이 다소 시차가 있는 만큼 올해부터는 본격적으로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보고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