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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한 채권시장...캐피탈업계, 여신성장 목표치 수정 업종 특성상 시장조달 의존도↑, 여전채 차환 등 유동성 대책마련 분주

진현우 기자/ 이장준 기자공개 2020-03-26 08:25:44

이 기사는 2020년 03월 24일 15:4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캐피탈업계가 얼어붙은 채권시장 내 투자심리로 올해 경영목표로 수립한 영업자산 성장계획을 다시 들여다보고 있다. 수신기능이 없는 캐피탈사는 필요자금의 70% 이상을 시장성 조달에 의존하고 있다. 항공운송·호텔·여행 등 해당 업종 익스포저가 타 금융권 대비 미미해 단기적 영향은 제한적이지만, 코로나19로 빚어질 최악의 경기상황에 대비해 경영계획을 일부 수정하고 있다.

캐피탈사들이 현 상황에서 가장 우려하고 있는 부분은 채권시장이다. 캐피탈사는 영업용 재원을 주로 채권시장에서 조달한다. 일반 회사채보다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회사채와 함께 기업어음(CP), 자산유동화전자단기사채(ABSTB), 은행권 차입 등을 적절히 섞는 구조다. 문제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회사채 차환위험(리파이낸싱 리스크)이 높아졌다는 점이다.

캐피탈사들이 유동성위험에 빠질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2019년 말만 하더라도 캐피탈사가 발행하는 여전채(회사채)는 무위험자산으로 여겨지는 국고채 대비 금리차(스프레드)가 작아지면서 조달여건이 안정적인 것으로 평가됐다. 일반 기업들이 발행하는 회사채보다 조금 더 금리가 높아 시장에서 물량을 소화하는데도 충분했다.

하지만 기준금리 인하에도 불구하고 채권시장 내 투자심리가 급격히 얼어붙으면서 만기를 앞둔 여전채 상환에 대한 우려도 커지는 실정이다. 현재 캐피탈사들이 처한 상황은 지난 2015년 대우조선해양 사태와 비슷하다. 당시 회계이슈로 인해 대우조선해양의 신용등급이 투기등급으로 떨어지자 위험자산으로 인식되던 여전채에 대한 수요가 줄어들었다.

다만 캐피탈사들은 통상적으로 3년물로 발행하던 회사채를 만기가 짧은 단기채권 형태로 차환하면서 유동성 위기에 적절히 대응했다. 일례로 2016년 2차 매각에 실패했던 아주캐피탈은 차환발행 기간이 길어지자 영업볼륨을 줄이고 자산을 매각했다. 당시 우량자산인 자동차를 담보로 한 차입전략을 적극 활용했다. 당시 자산 규모가 5조원에서 3조원 수준까지 떨어졌지만, 현재 다시 6조원 규모로 회복한 상황이다.

통상적으로 3년물로 발행하던 회사채를 만기가 짧은 단기채권 형태로 차환하고 조달재원을 다변화하면 당장 심각한 유동성 위기를 맞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업계 지배적인 분석이다.

최근 대형 카드·캐피탈사들의 경우엔 떨어진 시장 수요를 감안해 금리를 높여 발행하는 사례도 포착되고 있다. 보통 기준금리가 떨어지면 채권가격이 오르고, 채권금리가 떨어지는 게 일반적이다. 다만 유동성 확보 차원에서 일부 발행기관 입장에선 금리를 높여 향후 혹시 모를 차환발행 부담을 줄이기 위해 선제적인 대비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수년간 쌓아왔던 자금 융통성을 기반으로 단기적인 대응여력은 갖춰져 있다는 게 캐피탈업계 중론이다. 현재 감독당국이 주도해서 만든 채권시장안정펀드도 유동성 강화를 위한 기대요인으로 꼽힌다.

물론 지난 2008년 금융위기 땐 삼성카드와 신한카드, 현대캐피탈 등 AA- 이상의 높은 신용등급을 보유한 여전사들만 지원을 받아 실효성이 떨어진단 지적이 제기됐었다. 과거엔 채권시장안정펀드가 선별적으로 우량 회사채만 취급했지만 올해엔 투자적격 등급(BBB+)까지 투자대상으로 삼아야 한다는 설명도 부연했다.

A캐피탈 관계자는 “여전채를 발행해 조달한 재원으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등에게 자금이 들어간 만큼, 채권시장안정펀드가 여전채 매입에도 참여해줄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라며 “아직까진 여전채가 시장에서 소화되고 있지만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 차환을 둘러싼 유동성 문제도 조금씩 부상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업계에선 단기 대응여력은 어느 정도 갖춘 상태지만, 경기침체가 길어질수록 영업에 미칠 영향은 계속해서 커질 수밖에 없다는 게 공통된 전언이다. 이에 캐피탈사 내부적으로도 비상 대응팀을 구성해 외형성장을 위한 여신자산 확대에 속도조절을 기하는 방향으로 계획을 수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동시에 최근 수년간 포트폴리오 다변화 차원에서 늘려온 개인사업자들을 대상으로 한 신용대출과 관련해선 연체율이 높아질 상황을 다각도로 모니터링하고 있다.

B캐피탈 관계자는 “캐피탈사들은 조달수단 다변화와 현재 보유중인 재무 융통성을 기반으로 유동성 대응능력을 기르기 위해 여러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불확실한 조달환경을 고려해 대부분 여신자산을 늘리는 부문과 관련해선 속도조절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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