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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화 운용사 탐방]'헤비급' 글로벌 특화운용사들의 현주소는⑥브룩필드·블랙스톤 등 부동산·인프라 중심 대형화…'ESG 트랜드'로 재편

허인혜 기자공개 2020-03-26 13:2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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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과 집중'의 길을 택한 특화 자산운용사가 등장하고 있다. 주식과 채권, 해외·대체투자 등 투자지형도 넓히기에 몰두하고 있는 기존 자산운용사들과는 정반대다. 가장 잘 아는 하나의 투자대상에 집중, 남들과 다른 '2.0' 투자 시장을 열겠다는 목표다. 더벨이 태동기에 접어든 특화 자산운용사 현황을 살펴보고 해외사례와 국내 투자환경을 분석해 특화 자산운용사의 미래를 조망해 본다.

이 기사는 2020년 03월 26일 07:2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특화 자산운용사들은 갓 걸음마를 뗐지만 해외 특화 자산운용사들은 대형 종합 자산운용사 못지 않은 규모를 갖추고 있다. 우리나라 자산운용업계보다 수십년 빨리 부동산과 인프라 투자에 초점을 맞춘 해외 특화 자산운용사들은 부동산·인프라 발전에 맞춰 급성장했다.

해외 특화 자산운용사들은 특화 자산에 투자한다는 정체성을 넘어 '지속가능한' 새로운 투자 시대를 대비하고 있다. 세계 1위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자산운용과 글로벌 최대 부동산·인프라 자산운용사인 브룩필드, 초대형 글로벌 자산운용사 블랙스톤그룹 등은 과거의 캐시카우였던 1세대 에너지·단순 부동산 투자 등을 포트폴리오에서 제거하고 신재생에너지·대중교통·인프라 투자 등 새 투자처에 적극적으로 진출하고 있다.

◇'체급이 다른' 해외 부동산·인프라 자산운용사

해외 특화 자산운용사는 특화 운용사이면서 종합자산운용사 못지 않은 '대형사'라는 특징이 있다. 태동기에 갓 들어선 국내 자산운용사와 달리 특화 운용사로 출발해 이미 대형 운용사의 문턱을 넘어선 자산운용사가 상당하다. 국내 자산운용업계보다 수십년 이상 앞선 글로벌 시장의 업력, 한 국가에 국한하지 않는 투자 대상과 해외 부동산·인프라 사업의 발전 세 박자가 특화 자산운용사의 성장을 견인했다. 호주와 영국, 유럽에서 특히 발달했다.

캐나다 토론토의 브룩필드자산운용사(Brookfield)는 세계에서 가장 큰 부동산·인프라 특화 운용사로 손꼽힌다. 부동산과 운송, 데이터인프라, 신재생에너지 등 부동산과 인프라 투자에 초점을 맞췄다. 브룩필드의 집계 기준으로 부동산 운용자산(AUM)만 2020억달러, 우리 돈으로 약 250조원에 이른다. 지난해 상반기를 기준으로 부동산 분야 운용자산 2위인 종합자산운용사 블랙스톤그룹 대비 55조원가량 많은 수치다. 1899년 상파울루 철도·전기회사로 시작해 실물자산 투자에 강하다. 2018년 KB자산운용의 'KB글로벌리얼에셋인컴펀드'에 1500만달러를 한꺼번에 투자하며 국내에도 이름을 남겼다.

대중교통도 글로벌 특화 자산운용사들의 먹거리다. 영국의 equitix는 사회간접자본(SOC) 전반에 투자하는 한편 특히 철도에 집중하는 자산운용사다. 컨소시엄을 구성해 런던 교통(TFL)의 엘리자베스 라인의 지분 100%를 인수했다. 런던 전역을 연결하는 철도망을 구성해 매년 2억명 이상의 이용객을 목표로 잡았다. 런던발 출퇴근 열차 템스링크 투자도 단행했다. 같은 시기 삼성증권과 미래에셋대우, 하나금융투자 컨소시엄도 템스링크를 운영하는 기업 XLT의 지분 33.3% 인수에 도전해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런던과 파리, 브뤼셀을 오가는 국제철도 High Speed 1도 equitix의 투자대상이다.

존 레잉 그룹(John Laing)도 철도 투자에서는 국내 특화 자산운용사들의 바로미터가 될 만하다. 자산관리와 인프라 프로젝트 투자를 투트랙으로 관리한다. 캐나다 온타리오에서 결성된 대중교통 컨소시엄 Mobilinx의 회원사로 지난해 12월 개통한 시드니 경전철(Sydney Light Rail) 등에 투자한 바 있다.

이밖에 인터미디어트캐피탈그룹(ICG), GIP(global infrastructure partners), 3i, QIC(Queensland Investment Corporation Act) 등이 대표적인 국제 인프라 투자사로 불린다. 3개사 모두 에너지와 수송, 폐기물 등 대체투자 영역에 투자한다. 예컨대 ICG의 투자 포트폴리오는 미국 천연가스 업체 액세스(Access), 천연가스 화력발전소 채널뷰(Channelview), 영국의 폐기물 관리 업체 비파(Biffa) 등이다.

◇좌초자산 피하고 '지속가능성'에 자금 태운다

해외 자산운용업계의 특화 투자는 최근 기후변화에 초점을 맞췄다. 글로벌 시장조사 기관 프레킨(Preqin)에 따르면 최근 대체투자 시장은 유럽 중심의 신재생에너지 투자로 재편되고 있다. 자산운용업계가 환경운동가가 되어서가 아니라 글로벌 정부가 각국이 협의한 기후변화 정책에 따라 기후변화에 악영향을 주는 기업들에 크레딧 이슈를 부과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정유와 화학 등 환경변화에 악영향을 미치는 사업에 '좌초자산(stranded asset)'이라는 이름까지 붙였다.

작게는 개발·추출 신설 사업을 불허하거나 크게는 아예 금융사발 자금 지원을 불발시켜 높은 신용도의 회사가 한순간에 몰락하기도 한다. 실례로 국내 A자산운용사가 투자한 해외 채권투자형 펀드에서 자산을 편입한 석탄·팜유 유통사가 낮은 ESG 지수로 금융기관 이용 제재를 받으며 법정관리에 들어가 투자자 환매가 미뤄지기도 했다.

기후변화와 ESG 지수 등을 포함한 '지속가능한 투자'에 방점을 찍은 대표적인 곳은 미국의 글로벌 임팩트 투자 그룹 '진(GIIN)'과 '토닉(Toniic)'이다. 자산운용사를 포함한 기관투자자들이 임팩트 투자를 목표로 설립했다. 유엔 지속가능개발목표(SDGs) 아래 70개의 투자 테마를 정리하고 테마에 따라 투자한다. 진과 토닉 각각 200여개의 기관투자자 회원이 활동하고 있다.

이같은 흐름은 대형 종합 자산운용사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블랙록자산운용은 1월 총매출에서 25% 이상을 석탄화력 등에서 벌어들이는 기업에 투자하지 않기로 결론짓고 상반기까지 이들의 주식과 채권을 팔기로 했다. 브룩필드자산운용은 자회사를 통해 테라폼 파워(TerraForm Power)의 지분 38%를 인수했다. 테라폼 파워는 북미와 유럽 일대 풍력과 태양광 에너지에 초점을 맞춘 재생에너지 업체다.

한편 국내에서도 특화 자산 투자에 도전하는 자산운용사가 늘어나고 있다. 대형 금융사 중에서는 하나금융그룹이 하나대체투자자산운용, 다비하나자산운용으로, 우리금융그룹이 ABL글로벌자산운용으로 특화 자산운용사에 진출한 바 있다. 한화그룹도 한화생명과 한화자산운용의 연결고리를 통해 해외 대체투자 자산운용사를 인수할 채비를 마쳤다.

이밖에 전문 사모운용사의 특화 펀드 진출도 눈에 띈다. 더블유자산운용은 10년 만에 아트 펀드를 부활시키고 투자 포트폴리오를 확대했다. 2017년 더블유자산운용이 출시해 350억원을 설정한 미술품 투자 펀드 '더블유아트전문투자형사모투자신탁제1호'는 3년 만기를 채우고 올해 청산됐다.

하이즈에셋자산운용은 지난해 말 영세어민들의 노후선박 교체 자금을 지원하는 '하이즈동해어부1호' 펀드를 설정했다. 선박 대여 산업이 발달하고 있지만 20년 이상의 노후 선박은 대여가 금지돼 선박 교체 수요가 늘어나리라고 전망했다. 강원도 삼척시 소재 선주 20~30명을 대상으로 2~3톤 규모의 낚시선박 건조를 위한 자금을 지원한다는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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