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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그룹 경영권 분쟁]'조원태 찬성' 국민연금, 작년과 입장 다른 이유는KCGS·ISS 권고 뒤집을 명분 못 찾아, 대한항공 노조 지지선언 영향도

유수진 기자공개 2020-03-26 18:07:58

이 기사는 2020년 03월 26일 17:13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적극적 주주권 행사에 나서고 있는 국민연금이 한진그룹 오너일가의 경영권과 관련해 1년 전과 상반되는 결정을 내려 눈길을 끈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고 조양호 전 회장의 대한항공 사내이사 연임을 막아섰으나 올해 조원태 회장의 한진칼 사내이사 재선임안에는 찬성표를 던지기로 최종 결정했다.

재계에서는 국민연금이 작년과 올해 서로 다른 입장을 취한 배경에 대해 다양한 해석을 내놓고 있다. 그 중 국민연금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수탁위)가 조 회장의 연임을 반대할 만한 뚜렷한 이유를 찾지 못했다는 주장에 힘이 실린다. 작년에 수탁위는 “기업가치 훼손 내지 주주권 침해 이력이 있다”며 조 전 회장 연임에 반대했다.

국민연금 수탁위는 26일 오전 제8차 위원회를 열고 다음날 열리는 한진칼 주총에서 조 회장의 이사 연임안에 찬성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조 회장은 의결권 있는 지분 40.81%의 지지를 얻어 사실상 연임 확정권에 들어가게 됐다. 확보된 우호지분은 △조원태 및 특수관계인(22.45%) △델타항공(10%) △대한항공 자가보험 등(3.8%) △국민연금(2.9%) △카카오(1%) △GS칼텍스·한일시멘트·경동제약(0.66%) 등이다.

수탁위는 이날 오전부터 마라톤 회의를 벌인 끝에 의결권 행사 방향을 결론지었다. 회의에는 위원 9명이 모두 참석했다. 일부 위원이 해당 안건에 이견을 제시했으나 과반이 찬성 의사를 표하며 최종 입장이 정해졌다. 이날 회의는 매우 침착하고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으며 위원들간 언성을 높이거나 표대결을 벌이는 상황은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날 위원들은 국민연금 의결권 자문사인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과 글로벌 자문사 ISS의 권고를 뒤집으면서까지 조 회장을 반대할 명분이 없다는 데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한진그룹 정상화를 위한 한진칼 주주연합(KCGI, 조현아, 반도건설)이 대한항공 리베이트 의혹의 책임자로 조 회장을 지목하고 나섰으나 이 또한 입증할 근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최근 코로나19 여파로 국내 항공사들이 심각한 위기를 겪고 있다는 점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도 대한항공 노동조합 등 임직원들의 지지선언도 조 회장이 가점을 받는데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조 회장은 취임 직후부터 노조와의 스킨십을 강화하는 등 노사관계 개선에 힘써왔다. 이 같은 리더십이 직원들의 전폭적인 지지로 이어졌고, 국민연금의 결정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했을 거라는 해석이다.

노조와의 관계는 지난해 조 전 회장 때와 가장 큰 차이점이기도 하다. 당시 조 전 회장은 오너일가의 갑질 등에 따른 후폭풍으로 임직원들의 신뢰를 잃은 상태였다. 직원들은 지지 대신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민주노총 등과 함께 연임 반대 주주활동을 펼쳤다. 사회적 여론도 오너일가 전체를 지탄하는 방향으로 모아졌다.

당시에도 국민연금 수탁위는 주총 직전까지 장고를 거듭했다. 수탁위 내 분과위원들간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 쉽사리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결국 주총 전날 오후 8시까지 회의를 벌인 끝에 반대로 입장을 정했다. 수탁위는 “조 회장이 기업가치 훼손 내지 주주권 침해 이력이 있다고 판단했다”고 짧게 배경을 설명했다.

재계에서는 한진그룹이 국민연금의 첫 스튜어드십 코드 적용 사례로 지목돼 본보기성으로 피해를 입었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국민연금이 2018년 7월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한 이후 적극적 주주권 행사에 나서려던 차에 한진그룹에 대한 여론이 악화돼 반대 결정을 내렸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조 전 회장은 2대주주였던 국민연금(11.56%) 등의 반대로 20년 만에 대한항공 대표이사 자리에서 물러났다.

한 재계 관계자는 “작년에 국민연금이 한진그룹 오너일가 갑질 등 사회적 여론에 휩쓸려 주총 전날 늦게 반대로 결정을 했었다”며 “이를 두고 내부적으로 정말 올바른 결정이었는지 고민이 깊었던 걸로 안다”고 전했다.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대한항공 노조가 조원태 회장을 전폭 지지하고 있다는 점 등이 리더십 평가에 좋은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며 “국민연금이 최근 조 회장에 대한 국민 여론 등도 반영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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