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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트리온, 합병 시 헬스케어 '대규모 재고' 해소 가능 의약품 유효기간 이슈, 시밀러 판가 하락…재고 손상 가능성

서은내 기자공개 2020-03-30 08:14:45

이 기사는 2020년 03월 27일 18:5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이 또 한번 합병을 언급했다. 일각에서는 셀트리온이 합병을 추진하는 가장 큰 배경으로 셀트리온헬스케어의 대규모 재고자산을 주목하고 있다.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은 27일 열린 정기주주총회에서 셀트리온, 셀트리온헬스케어, 셀트리온제약 3사의 합병 방안을 오는 3~4분기 중 제시, 주주 의결을 부치겠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그동안 '설' 정도로 얘기돼온 셀트리온 합병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2018년 까지만 해도 서 회장은 공식 석상에서 합병을 크게 언급하지는 않았다. 이후 작년 주주총회, 올초 JP모건 헬스케어 등 공식석상에서 "주주들이 원하면"이라는 단서를 달고 합병 추진 가능성을 언급하기 시작했다. 주주를 앞세운 원칙은 변함없었지만 올해는 3분기에 청사진을 내놓겠다며 보다 구체화했다.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가 둘로 나뉘어 온 것은 초기 상업화에 대한 리스크를 분산하기 위해서였다. 셀트리온 초창기 시장에서는 제품 론칭에 대한 의구심이 컸다. 이 과정에서 생산과 판매법인을 나눠 셀트리온헬스케어가 판권을 받고 물량을 구매함으로써 리스크를 일부 분담한 것이다. 헬스케어는 일정기간 안전재고를 보유해야하는 의약품 사업의 특수성을 감안해 생산재고에 대한 부담도 흡수하는 완충 역할도 했다.

문제는 셀트리온헬스케어가 사들인 재고 자체가 부메랑이 돼 돌아왔다는 점이다. 셀트리온은 바이오시밀러를 생산해 셀트리온헬스케어에 넘긴다. 셀트리온은 승승장구했지만 셀트리온헬스케어의 재고는 계속 문제의 중심에 놓였다. 작년 말 기준 헬스케어의 재고자산은 1조6000억원이 넘는다. 셀트리온의 매출 자체는 실제 연결실체가 외부에 판매한 규모가 아니라 헬스케어가 매입한 규모란 점에서 불거진 회계 논란도 이 지점에서 비롯됐다.

그런 만큼 셀트리온과 헬스케어가 합병을 해야만 하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헬스케어 자체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필요성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주주들이 원하면 하겠다는 서 회장의 말 뒤에 사실상 헬스케어의 니즈도 큰 비중을 차지할 것이란 의미다.

바이오시밀러 업계 관계자는 "업계에서는 몇년 전부터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가 합병하지 않고서는 셀트리온헬스케어가 더이상 존립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오기 시작했다"며 "서 회장의 지분 역시 셀트리온헬스케어에 치중돼 있는만큼 헬스케어를 안정적인 궤도로 높이는 것이 중요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셀트리온헬스케어는 지난해 말 기준 서 회장의 개인 지분율은 36%가량이며 특수관계자 지분율을 전부 합치면 약 45%에 달한다. 셀트리온은 서 회장 개인 지분 없이 셀트리온홀딩스를 통해 20%를, 셀트리온스킨큐어를 통해 2.12%를 보유하는 구조다. 또 홀딩스나 스킨큐어가 보유한 셀트리온 주식은 상당부분이 주식담보대출로 잡혀있다.

셀트리온헬스케어의 재고자산은 2019년 말 총 1조6236억원이다. 작년 초 재고 금액은 1조7000억원 가량으로 2018년 매출실적(7135억원)의 2배가 넘는 규모만큼을 연초 재고로 가지고 있었던 셈이다.

셀트리온헬스케어는 2019년 실적이 크게 증가하며 매출 1조1000억원을 돌파, 영업이익 흑자전환을 이뤘다. 미국에서 신규 론칭된 트룩시마가 실적을 견인, 수익성이 개선된 데 따른 것이다. 과거 쌓여온 실제 재고가 해소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일차적인 문제는 의약품의 유효기간이다. 수년간 셀트리온은 헬스케어에 제품을 공급하며 대규모 재고를 형성해왔다. 통상 원료의약품은 유효기간이 5년~7년, 완제의약품은 2년~3년이다. 재고자산의 감액 평가에 따른 손실 우려가 제기되는 부분이다.

재고가 유효기간 내의 제품이라 해도 걸림돌이 있다. 셀트리온헬스케어가 셀트리온으로부터 제품을 사오는 매입가격은 대략 셀트리온 생산 원가의 2배 수준이다. 셀트리온헬스케어가 높은 가격으로 사들였지만 과거 생산된 재고 가격에 비해 최근 바이오시밀러 제품 가격이 하락했다.

앞선 관계자는 "최근 유럽에서 바이오시밀러 가격이 대폭 하락하면서 오리지널 가격의 30% 수준으로 내려왔다"며 "셀트리온으로부터 헬스케어가 제품을 공급받을 때 당시에는 비싼 가격으로 사왔지만 현재 판매 가능한 가격도 떨어져 손상 가능성이 클 것"이라고 짚었다.

대형회계법인 관계자는 "유통기한이 남아있어도 시장의 수요가 줄어 판매가능성이 떨어지거나 혹은 판매 가격이 떨어져 회계장부상 액수만큼 실현 가능성이 없을 경우 저가법 평가를 통해 감액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두 회사간 합병이 성사되면 생산 원가가 원가가 되므로 전체적으로 볼 때 수익성을 높일 수 있으며 재고자산의 문제에 있어서 감액의 가능성도 줄일 수 있다. 즉 대규모 자산의 문제가 줄어드는 것이다.

셀트리온헬스케어는 2019년 감사보고서 주석에는 재고에 대한 부분이 언급돼있다. 핵심 감사사항을 통해 "연결회사 재고자산은 2019년 말 1조6236억원으로 총자산의 57%를 차지해 연결재무제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유의적"이라고 밝혔다.

또 "재고자산에 대해 취득원가와 순실현가능가치 중 낮은 금액으로 측정해야 하며 변동대가 추정, 예상판매가격 추정이 필요하다"며 "이 과정에서 다양한 불확실성 및 복잡성을 적절히 고려하지 못할 경우 재고자산 과대계상 위험이 존재한다"고 명시했다. 다만 회계상 문제는 없다고 적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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