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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동조선해양 '회생'이 남긴 물음 [thebell note]

구태우 기자공개 2020-03-31 08:05:50

이 기사는 2020년 03월 30일 07:5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다음달 1일 성동조선해양 통영조선소가 28개월만에 재가동에 들어간다. 근로자들은 용접기의 녹을 없애고 기름칠을 하며 문 열 채비에 한창이다. 휴업 기간이 길었던 만큼 다시 문을 여는 것에 대한 업계의 기대감도 높다.

그동안 조선업계에서 성동조선해양의 회생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이는 거의 없다. 중소 조선소는 중국보다 경쟁력이 낮고 발주 물량도 충분치 않다. 청산하는 게 시장 논리에 부합한다는 견해가 많았다.

성동조선해양은 4차례 매각 시도 끝에 HSG중공업에 인수됐다. 메가 블럭과 '리트로핏(개조)' 사업을 중심으로 회생하는 계획을 짰다. 국내 '빅3' 조선소와 수주 논의도 진행 중이라고 한다. 시장의 기우를 단번에 잠재운 셈이다.

그동안 국책은행의 지원을 받은 조선소들은 시장의 냉소와 여론의 비난을 받아 왔다. '물먹는 하마', '밑빠진 독' 등 혈세를 지원하는 게 능사가 아니라는 지적이 잇따랐다. 이때마다 기업의 부실을 정부가 책임지는 '악순환'을 바꿔야하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었다.

모든 일에는 양면성이 있는 것처럼 기업 구조조정도 명과 암을 충분히 볼 필요가 있다. 부정적으로만 보였던 일들이 시간이 지난 후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얘기다.

대우조선해양은 2008년 한화와 포스코, GS 등 굴지의 대그룹이 인수를 희망했다. 한화그룹이 6조원을 제안하면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하지만 재무적 투자자로 나선 금융권이 2008년 금융위기를 이유로 자금지원을 꺼리면서 매각이 무산됐다. 당시는 조선산업이 초호황이던 때였다.

더 큰 위기는 2015년 찾아왔다. 대우조선해양은 해양 플랜트의 대규모 부실로 조 단위 손실을 냈다. '수주 절벽'까지 겹치면서 국내 조선 '빅3'는 유례없는 불황의 시기를 보냈다. 대우조선해양이 산업은행 등 국책은행의 지원이 없었다면 이 시기를 견딜 수 있었을까 반문하고 싶다.

현재 대우조선해양의 재무구조는 이전보다 안정화됐다. 부채비율은 2009년과 비교해 20분의 1 수준으로 낮아졌다. 현대중공업그룹에 인수를 앞두고 있는 지금이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할 적기라는 얘기도 나온다.

이들 조선소를 살리는데 천문학적인 혈세가 들어간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조선산업 발전과 지역 생태계 측면에서 '득보다 실이 컸다'고 말할 수만은 없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고심 끝에 두산중공업에 유동성을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이번에도 회의론이 제기됐고 기업 구조조정의 원칙을 확립해야 한다는 주문도 나왔다. 이동걸 산은 회장은 정상화에 실패할 경우 대주주에 책임을 묻겠다고 말했다.

원칙을 지킬 때 선명성이 돋보이는 건 주지의 사실이다. 원칙 이면에는 '기술 유출'과 '산업 경쟁력 약화'라는 불편한 사실이 있다. 기업 구조조정에 명쾌한 정답은 없다. 다만 "(유동성 지원이 뱅커로서) 손해보는 장사는 아니었다"는 이 회장 말의 함의를 되새겨 보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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