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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태빙과 인수 빙그레, CB로 얽힌 남다른 인연 적대적 M&A 가능성에 긴장 관계 벌어지기도

노아름 기자공개 2020-04-02 14:28:07

이 기사는 2020년 04월 01일 14:4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해태제과식품이 빙과사업법인 해태아이스크림을 빙그레에 매각키로 결정하면서 두 회사간 남다른 인연이 M&A 시장을 중심으로 회자되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동종업계 경쟁사이자 빙과사업의 카운터파트(거래 상대방)로 전환사채(CB)를 놓고 미묘한 긴장관계를 형성했던 과거 사례가 부각되는 분위기다.

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해태제과식품은 해태아이스크림 지분 100%를 빙그레에 매각할 계획이다. 거래 금액은 1400억원으로 빙그레는 지난달 31일 계약금(인수대금의 10%)을 지급한 상태다.

양사가 주력 사업회사에 대한 지분매입 등의 형태로 인수·합병(M&A) 시장에서 인연을 맺은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빙그레가 경쟁사 크라운해태그룹 지주사인 크라운해태홀딩스 및 사업회사 크라운제과의 지분을 확보한 배경과 이후 대응 양상은 흥미롭게 전개됐다.

12년 전으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보면 빙그레와 크라운해태는 적대적 M&A 가능성으로 팽팽한 긴장감이 연출됐다. 빙그레는 2008년 10월 29일 흥국투자신탁의 수탁회사인 한국증권금융이 소유하던 크라운제과 전환사채를 장외매수했다고 밝혔다. 주식으로 환산하면 37만8126주다. 이는 크라운제과 지분 21.29%에 해당한다.

당시 윤영달 회장은 크라운제과 지분 23.81%를 보유한 최대주주였지만 빙그레가 전환사채(CB)를 전량 주식으로 바꿀 경우 2대 주주(15.62%)였던 라자드에셋매니지먼트가 어느 쪽의 우호세력이 되느냐에 따라 경영권을 뒤흔들 수 있는 이벤트로 인식됐다. 이에 크라운제과 측은 빙그레의 갑작스런 CB 투자에 상당한 부담감을 느꼈던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당시 크라운제과는 빙그레의 CB 매입을 적대적 M&A 시도로 받아들인 분위기였다"며 "이후 크라운제과측이 빙과사업 체질개선 필요성을 느끼고 여러 방안을 강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사실 양사의 미묘한 신경전은 과거에도 지속돼왔다. 2005년 해태제과를 인수하며 개최한 기자간담회에서 윤 회장은 해태제과에 이어 또 다른 빙과사업자를 인수해 업계를 양강 구도로 재편할 것이라고 발언했다.

당시 사명이 구체적으로 언급되지는 않았지만 롯데를 제외하곤 과점사업자가 명확해 윤회장이 빙그레를 겨냥한 발언이라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불편한 심기를 내비치고 있었던 빙그레는 3년 뒤 펀드를 통해 크라운제과 CB 매입에 나섰다는 분석도 있었다.

현재는 크라운해태홀딩스가 지주사 전환 등 지배구조 재정립 과정을 거치며 빙그레의 지분관계가 어느 정도 정리된 상태다. 2009년 빙그레는 일부 CB에 대해서만 전환권을 행사해 총 5.12%(75만5000주)의 크라운제과 지분을 확보했다.

이후 2017년 3월 크라운제과가 지주사 크라운해태홀딩스와 사업회사 크라운제과로 분할되며 빙그레의 소유지분 또한 나뉘었다. 당시 빙그레는 크라운제과 지분을 지주사 신주로 교환하며 크라운해태홀딩스 지분을 7.67%로 늘렸다.

이후 현재까지 빙그레는 크라운해태홀딩스 주주명부에 사명을 올려두고 있다. 윤석빈 대표가 소유한 두라푸드(38%), 윤 회장(11.32%)에 이어 빙그레는 크라운해태홀딩스 지분 7.67%를 확보한 3대주주다.

빙그레가 해태아이스크림을 인수하면서 그간 빙과사업을 둘러싼 양사의 긴장관계는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각사는 경쟁력을 지닌 주력사업에 더욱 집중할 계획이다. 해태제과는 빙과사업을 매각해 확보한 자금으로 다른 식품 사업에 집중하고, 빙그레는 점유율 제고를 꾀해 빙과사업에서 독보적 위치를 점유하게 됐다.

투자업계에서는 크라운해태그룹이 아이스크림법인을 빙그레에 매각하며 새로운 분위기가 조성될 것으로 내다본다.

해태아이스크림은 '부라보콘', '바밤바', '누가바' 등 소비자에게 친숙한 아이스크림 브랜드 생산해 판매하고 있다. 롯데제과, 빙그레, 롯데푸드와 더불어 빙과 '빅4' 기업 중 하나로 시장 인지도가 상당하다. 하지만 2013년 이후 판촉경쟁이 심화돼 해태제과식품의 아이스크림부문 외형이 축소됐고, 2018년 아이스크림 가격정찰제 도입 이후 신성장동력을 모색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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