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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테크 분사' 쿠팡, 쇼핑 적자 지속 기정화? 매출원가·판관비 등 확대 추세…'공격적 투자' 의지 변함없어

정미형 기자공개 2020-04-03 10:30:36

이 기사는 2020년 04월 01일 14:3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쿠팡이 적자 기조를 지속적으로 염두에 두고 있다. 핀테크 사업부 분사는 내부적으로 쇼핑사업을 통한 흑자 전환이 어려울 것이라는 판단 아래 결정됐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쿠팡은 1일 자로 결제서비스 ‘쿠페이’를 담당하는 핀테크 사업 부문을 분사해 ‘쿠팡페이’를 설립했다. 기존의 결제 사업을 통해 검증된 핀테크 사업을 확대한다는 게 쿠팡이 내건 대외적인 목적이다.

하지만 대내적으로는 전자금융업인 핀테크 사업의 건전성 제고를 위한 불가피한 선택으로 보인다. 전자금융업을 영위하기 위해선 미상환잔액 대비 자기자본 비율이 20%를 넘어야 한다. 쿠팡은 2018년 여러 차례 유상증자에 나서며 이 비율을 끌어올렸지만, 지난해 다시 전자상거래 사업(쇼핑)에서 대규모 적자가 나며 이 비율을 지키지 못했다.

쿠팡이 기본 건전성 비율을 지키지 못하자 보다 못한 금감원이 제재에 나섰다. 지난해 4월 쿠팡의 전자금융업 대상으로 부문 검사를 진행하고 경영유의 처분을 내렸다. 쿠팡 입장에선 현재의 적자를 해소하거나 독립 법인으로 사업을 떼어내는 결정을 해야 했다.

결과적으로 금감원의 경영유의는 제재이긴 하지만 현 상황에서 쿠팡이 전자금융업을 영위할 수 있는 팁을 준 것으로 해석된다. 쿠팡은 당장 적자 탈출이 어렵다는 판단 아래 핀테크 사업 분사라는 묘책을 선택하게 됐다. 쿠팡은 2013년 법인 설립 이후 6년간 쌓인 누적 적자만 약 3조원에 달한다. 아직 발표 전인 지난해 적자 규모는 1조원을 크게 넘어설 것으로 업계에선 관측하고 있다.


쿠팡의 흑자 전환은 매년 1조원이 넘는 적자를 상쇄하고도 남는 이익을 창출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규모의 경제를 위해 공격적인 투자를 지속하고 있는 쿠팡 입장에서는 투자도 하고 이익도 내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란 쉽지 않다. 현재 쿠팡의 국내 온라인 시장 점유율은 10%에도 못 미친다. 쿠팡이 벤치마킹하는 아마존(시장점유율 약 40%)처럼 되기 위해선 아직 흑자전환보다는 적자 기조를 통한 확장책을 유지할 수밖에 없다.

재무 지표들도 쿠팡이 아직 적자 기조에서 벗어날 마음이 없다는 것을 뒷받침한다. 현재 상황에서 흑자 전환을 위해선 비용 통제가 이뤄져야 하는데 통제하려는 움직임은 없다. 결국 매출이 증가할수록 판관비도 비슷한 속도로 늘며 적자가 지속되는 구조다.

적자의 주원인은 높은 매출원가율에 기인한다. 2018년 쿠팡의 매출원가는 3조6727억원, 매출원가율은 무려 83%에 이른다. 이는 쿠팡의 직매입 비중이 90% 수준으로 높은 것도 있지만 판매가에 마진을 거의 붙이지 않고 판매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저렴한 가격과 빠른 배송을 바탕으로 유통시장 내 영향력을 빠르게 확산하자는 전략과 맞닿아 있다.

늘고 있는 판관비와 인건비도 적자를 향해 있다. 보통 매출이 늘수록 판매관리비도 늘어나는데 쿠팡은 직매입 비중이 높아 판매관리비 증가 속도가 더 빠르다. 매출이 늘수록 직매입 재고 자산이 늘고 이의 관리와 물류, 배송, 마케팅 등의 비용도 함께 늘 수밖에 없다. 2018년 기준 쿠팡의 판매관리비는 1조8471억원이다.

연간 인건비도 1조원에 달한다. 쿠팡의 임원들이 대부분 해외 인사들로 이뤄졌고 지난해 하반기 미국 금융 전문가인 케빈 워시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이사와 제이 조르겐센 전 월마트 부사장 등 인재 영입에 공을 들여 인건비 부담은 더욱 커졌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연법인세 자산이나 부채를 따로 설정하지 않은 점도 아직 흑자를 고려하고 있지 않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연법인세는 회계상 법인세와 세법상 법인세가 다를 때 그 차이를 이월해 연기한 법인세를 뜻한다. 이연법인세가 나왔다는 점은 그만큼 손익이 활용할 수 있을 정도로 나온다는 추정이 가능하다. 만성 적자로 법인세를 내고 있지 않은 쿠팡이 앞으로도 적자 기조를 염두에 두고 있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쿠팡 안팎에서도 단기간 흑자전환 가능성이 적다고 보고 있다. 이커머스 시장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쿠팡이 시장점유율을 확대하기 위해 추가 출혈을 감내할 것으로 관측되기 때문이다. 쿠팡 흑자전환을 주도할 물류 관리 자회사 쿠팡풀필먼트서비스(CFS)도 아직 흑자 규모가 크지 않아 어느 정도 수익이 올라오기까지 시간이 더욱 필요한 상태다. CFS는 2018년 61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업계 관계자는 “쿠팡 적자 규모가 워낙 크기 때문에 당분간 흑자를 내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며 “롯데 등 유통 대기업들이 이커머스 시장 공략에 본격적으로 나서며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는 점도 쿠팡에는 부담”이라고 지적했다.

쿠팡 관계자는 “쿠팡은 성장을 위해 투자를 지속한다는 기조”라며 “앞으로도 혁신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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