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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al Story]미련없이 진행된 세하 매각, 결국 한국제지 품으로③동종업체 일제히 관심…흥행 성공으로 이어져

조세훈 기자공개 2020-04-03 15:18:29

[편집자주]

백판지 생산업체 세하 매각이 성공리에 마무리됐다. 세하는 구조조정 전문 회사인 연합자산관리(유암코)의 첫 바이아웃 딜이었다는 점에서 여러모로 의미가 깊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세하 인수 시도부터 뼈를 깎는 구조조정 과정, 최종 매각에 성공했던 성과를 총 세 편에 걸쳐 자세히 들여다 본다.

이 기사는 2020년 04월 02일 15:0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난해 유암코는 우량기업으로 탈바꿈한 세하의 매각을 추진한다. 첫 경영권 인수 기업의 투자금을 회수해 선순환 구조를 만들기 위한 조치였다. 사상 최대 영업이익과 더불어 업황도 우상향을 나타내면서 세하 인수전은 그야말로 뜨겁게 전개됐다. 재무적투자자(FI)의 단독입찰을 제한하는 강수를 뒀지만 국내 다수 제지업체가 예비입찰에 뛰어들 만큼 흥행에도 성공했다. 유암코가 부실채권(NPL)뿐 아니라 구조조정 기업 바이아웃까지 강한 면모를 보이면서 당초 설립 취지를 달성했다는 평가다.

◇이례적 매각 기준에 시장도 화들짝…결과는 '흥행'

유암코가 세하 매각을 본격화 한 시점은 작년 하반기다. 보유기간을 늘리면 배당수익 증가로 내부수익률(IRR)을 높일 수도 있었지만 회사의 장기적 성장을 위해 새 주인을 찾아주기로 한 것이다. 투자금 회수로 자금을 확보하고 트랙레코드를 쌓아 펀딩에 나서려는 투자운용 전략도 영향을 미쳤다. 매각주관사로 삼일PwC를 선정하고 투자설명서(IM)를 배포했다.

그러나 정작 매각 작업이 시작됐지만 시장에서는 묘한 기류가 포착됐다. 유암코가 사모펀드(PEF) 운용사 등 재무적투자자(FI)의 단독 입찰을 제한한 것이다. 국내 M&A 시장에서 PEF의 영향력이 높아진 점을 고려하면 다소 의아한 움직임이었다. 유암코는 한 차례 구조조정을 거친 임직원들의 미래를 고려해 이같은 판단을 내렸다고 설명한다. 구조조정을 감수하고 기업재기에 동참한 이들이 또 다시 FI 손을 거치기 보다는 동종업체에 인수돼야 안정적인 성장을 이뤄낼 수 있다는 배려였다.

시장의 판단은 엇갈렸다. 백판지 시장의 우호적 환경이 조성된 점은 강점으로 거론됐다. 온라인 택배 활성화가 이뤄지면서 백판지 시장의 수요가 매년 성장해왔다. 2017년에는 중국이 고지 수입을 중단하면서, 백판지의 원료인 국내 고지 가격이 낮게 유지됐다. 세하의 주력상품인 백판지의 경우 고지 비중이 약 65~70%에 달해 고지 단가가 영업이익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 이런 우호적인 조건으로 세하는 지난해 142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캐시카우'의 존재감을 보였다.

반면 FI의 단독입찰이 제한되면서 흥행 실패 가능성도 점쳐졌다. 제지업계는 펄프가격 인상으로 수익성이 저하됐다. 인수 여력을 가진 기업들이 많지 않은 데다 업계 1위인 한솔제지는 독과점 이슈 때문에 입찰 참여 자체가 제한적이었다. 업계 2위인 무림그룹도 마찬가지였다. 세하는 옛 무림그룹 계열사이기도 했지만 무림측은 2014년 워크아웃 때와 마찬가지로 인수의지가 없다는 의사를 나타냈다.

유암코의 과감한 베팅은 성공적이었다. 한국제지, 아세아제지, 한창제지, 영풍제지, 범창페이퍼월드 등 동종업계 기업들이 지난해 12월 이뤄진 예비입찰에 일제히 참여했다. 수익 다각화 차원에서 세하를 매력적인 매물로 평가한 것이다.

인수 열기는 지난 2월 초 진행된 본입찰에서도 확인됐다. 한국제지와 한창제지, 신대양제지, 범창페이퍼월드 등 4곳 이상의 전략적투자자(SI)가 참여했다. 원매자들은 자금 확보를 위해 컨소시엄 형태를 구축했다. 한국제지는 모회사 격인 해성산업과 손을 잡았고, 범창페이퍼월드는 파빌리온프라이빗에쿼티(PE)와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한국제지 최종 인수자로 낙점…매각 과정서 잡음도

매도자 측은 협상 우위를 점하기 위해 이례적으로 모든 정보를 차단하는 전략을 펼쳤다.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이 이뤄지기 전까지 어떤 정보도 공식적으로 확인해주지 않았다. 이런 '깜깜이' 매각이 진행되면서 본입찰에 참여한 후보군들은 '연막작전'을 펼치는 진풍경도 연출됐다.

제지업계 사이에서 매각 초기 유력 원매자로 평가된 한국제지가 인수전에서 발을 뺐다는 이야기가 계속 흘러나왔다. 당초 신풍제지 평택공장 설비 인수를 놓고 '저울질'한다는 소식에서 세하 실사 후에는 한발 더 나아가 인수를 포기했다는 관측이 나왔다. 제지업계 관계자는 "한국제지 측에서 실사 후 세하의 매력도가 떨어진다고 판단해 인수전에서 발을 뺀다는 이야기를 내부적으로 했다"며 "동종업계에서는 한국제지가 사실상 인수 포기를 한 것으로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한편 적극적인 인수 의지를 보이며 다른 원매자들이 과감함 베팅을 하지 못하도록 하는 전략도 나왔다. 범창페이퍼월드-파빌리온PE는 본입찰 이후 강한 인수의지를 대내외적으로 내보이며 존재감을 보였다. 제지 유통업체인 범창페이퍼월드는 자금력이 부족해 유력 원매자로 거론되지 않았지만 재무적투자자(SI)로 파빌리온PE를 끌어들이며 재평가를 이뤄냈다.

다만 본입찰 당시 낸 가격이 승부를 갈랐다. 한국제지 컨소시엄은 유암코가 보유한 세하 지분 71.64%와 503억원 규모의 채권에 대해 1050억원을 적어냈다. 다른 후보들을 압도하는 가격을 써내 앞선 인수 포기 의사가 '역정보'였음이 드러났다. 범창페이퍼월드 컨소시엄은 이보다 한참 낮은 가격을 제시해 정량평가에서 밀렸다. 인수 적합도를 평가하는 정성평가에서도 재무여력이 우수한 한국제지가 더 높은 점수를 받았다.

범창 측은 '알짜배기' 업체인 세하 인수를 포기하지 않았다. 막판 인수 가격을 두 차례 올리며 인수 의지를 보였다. 그러나 판을 뒤집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지난 2월 26일 유암코와 매각주관사 삼일PwC는 한국제지컨소시엄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이후 곧장 SPA를 체결할 예정이었지만 본입찰에 참여한 범창페이퍼월드가 선정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고 나서며 다소 지연됐다. 다소 잡음이 나왔지만 절차상 문제가 없어 지난달 20일 예정대로 한국제지와 SPA를 체결하며 거래를 사실상 종결했다.

세하는 해성그룹의 든든한 지원을 받아 한 단계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부동산 현금 부자인 해성산업이 모회사가 되면서 신규 시설투자 및 공정 효율화 작업이 한층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시장 중심 구조조정의 첫발을 내민 유암코가 첫 시험대부터 높은 점수를 받으면서 존재감을 보였다는 평가다. 이후 진행될 구조조정 투자도 한층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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