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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나항공 M&A]'울고 싶은데 뺨 때려준' 코로나19…현산-산은 '핑퐁'정부 지원이 우선, 산은 움직임 따라 완주 고민…포기시 명분도 생겨

유수진 기자공개 2020-04-03 08:13:26

이 기사는 2020년 04월 02일 13:47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코로나19 확산 등으로 아시아나항공 딜 진행에 차질이 생기며 HDC현대산업개발의 인수 완주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당장 이달 7일로 못 박았던 유상증자 주금 납입일이 무기한 연기되며 신주 상장 예정일 등도 순차적으로 밀린 상태다. 지난해 말 인수계약 체결 당시 상반기 딜 종결을 목표로 했으나 다시금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업계 일각에서는 코로나19가 HDC현대산업개발에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는다. '승자의 저주' 그림자가 드리워지며 인수 의지가 약해지고 있던 차에 정부에 SOS를 요청하거나 인수 포기까지도 검토해볼 수 있는 그럴싸한 명분이 생겼다. 심지어 울고 싶어 하던 HDC현대산업개발의 뺨을 코로나19가 때려줬다는 해석까지도 나온다.

최근 항공업계에서는 HDC현대산업개발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포기할 수 있다는 소문이 끊임없이 돌고 있다. 예상치 못했던 코로나19 확산으로 국내 항공업계 전체가 고사위기에 놓이며 아시아나항공의 재무상태 등도 심각하게 악화됐을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이는 HDC현대산업개발이 인수 완료 후 경영정상화를 위해 계획보다 더 많은 돈을 쏟아 부어야 할 수도 있다는 의미를 내포한다.

심지어 아시아나항공이 최근 유상증자 납입일을 기존 이달 7일에서 사실상 무기한 연기하기로 했다고 공시하며 이 같은 의혹에 더욱 힘이 실렸다. 아시아나항공 측은 "코로나19 때문에 중국에서의 기업결합신고 종료일정이 미뤄져 불가피하게 납입일이 같이 미뤄졌다"며 진화에 나섰으나 시장 관계자들을 설득하지는 못했다. 예전부터 심각한 재무상태 등을 이유로 HDC현대산업개발이 인수중단을 검토한다는 얘기가 파다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공시된 2019년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은 지난해 공급과잉과 보이콧 재팬 등을 겪으며 재무구조가 대폭 악화됐다. 다수의 원매자들이 눈독을 들이며 인수를 검토했던 지난해와 매물로서의 가치가 많이 달라졌다. 구체적으로 작년 한해 8179억원의 순손실을 내며 누적 결손금이 8806억원까지 늘어났다. 그 영향으로 자본잠식(19%)이 시작됐고 부채비율도 전년 649%에서 1387%로 두 배 이상 뛰었다.

때문에 시장에서는 HDC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대우가 이미 지급한 계약금을 포기하고 아시아나항공 인수 계획을 접을 수도 있다는 얘기가 공공연하게 돌았다. 아시아나항공 정상화에 생각보다 더 많은 자금 투입이 필요할 것으로 점쳐지며 '승자의 저주'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기 시작했다. 심지어 HDC현대산업개발은 올해 복합개발 사업에 지속적으로 자금을 투입해야 하는 등 돈 쓸 곳이 많은 상태다.

최근에는 주가도 곤두박질 쳤다. 아시아나항공 주가는 1일 종가기준 주당 3395원으로 주식매매계약(SPA) 체결 전날인 지난해 12월26일 5620원 대비 40% 가량 내렸다. 당시 HDC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대우는 구주가격을 주가보다 1000원 가까이 낮은 4700원으로 책정했으나 불과 3개월 만에 주당 1300원씩 손해본 셈이다. 시가총액도 7400억원대로 내려앉았다. 기업가치를 시총으로만 평가할 수는 없지만 새 주인 입장에선 비싼 값(2조5000억원)에 현저히 미치지 못하는 매물을 사들였다는 억울함을 느낄 수 밖에 없다.

아시아나항공은 올 1분기 운항중단 및 감편 등으로 상황이 더욱 악화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적어도 작년에는 일본 등 일부 노선을 제외하고는 정상운항이 가능했지만 지금은 아니다. 대표이사를 포함한 경영진이 임금 일부를 반납하고 무급휴직 등을 확대하고 있으나 허리띠를 졸라매는 데는 한계가 있다. 이 같은 상황이 그렇지 않아도 확신이 없던 HDC현대산업개발의 인수 의지를 더욱 꺾어놓은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역으로 고민을 끝낼 기회가 될 수도 있을 전망이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지난달 초쯤 산업은행에 1조원 규모의 신용 보강 등 여신 지원과 아시아나항공의 차입금 상환 유예 등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상증자로 아시아나항공에 1조4700억원을 수혈하면 그 중 1조1700억원이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차입금 상환에 쓰이기 때문에 사전 조율을 하려는 의도였다. 하지만 산은은 특정기업에 대한 특혜 의혹이 일어날 수 있다는 이유를 들어 거절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HDC현대산업개발은 거래를 깰 수 있다고 배수진을 쳤으나 산은의 마음을 돌리지는 못했다.

하지만 한달 여 만에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코로나19로 인해 저비용항공사(LCC) 뿐 아니라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등 대형항공사도 생존 위기에 놓이면서다. 정부가 항공업계 전체에 대한 지원을 검토하기 시작하며 어떤 방식으로든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대한 부담을 덜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일례로 지난번과 같은 요구에 대해 다른 답변이 돌아올 수 있는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때문에 HDC현대산업개발은 굳이 인수작업을 서두를 필요가 없어졌다. 조금만 기다리면 아시아나항공을 살리기 위해 직접 자금을 쏟아 붓지 않아도 정부가 대신 급한 불을 꺼줄 가능성이 높아졌다. 항공업계에 대한 지원이 본격화되면 그때 가서 천천히 유증 일정을 다시 잡아도 된다. 만에 하나 인수를 포기하기로 결정하더라도 '코로나19 때문'이라는 확실한 핑곗거리가 생겼다. HDC현대산업개발 입장에서는 인수 완주를 고민할 시간도 벌고 금융 지원을 이끌어내 투입 자금도 줄일 수 있는 방법이 생긴 셈이다.

따라서 HDC현대산업개발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는 결국 결단의 문제라는 주장에 무게가 실린다. 2500억원의 계약금을 날리고 인수를 포기할지, 다시금 의지를 다져 완주할지 최종적으로 결정해야 하는 시기라는 의미다.

HDC현대산업개발 관계자는 "예정대로 아시아나항공 인수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며 "금융지원 등을 요청하기 위해 직접 산업은행 등과 접촉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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