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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은행, 두산중공업 '꼬리 자르기' 노리나 인프라코어·밥캣 지주 이동 가능성 대두

김장환 기자공개 2020-04-09 13:51:07

이 기사는 2020년 04월 07일 17:37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KDB산업은행이 주도 중인 두산중공업의 구조조정 밑그림이 '꼬리 자르기'에 중점을 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두산중공업에 딸려 있는 우량 자회사는 지주사로 옮기고, 부실 기업만 남겨두는 밑그림이다. 두산중공업의 유동성 확보 효과를 가장 극대화시킬 수 있는 방편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뒤따른다는 판단이다.

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최근 두산중공업에 1조원대 자금 지원을 통한 구조조정 소식을 알리며 지배구조 재편 절차가 반드시 수반돼야 한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론적으로 두산중공업의 부실이 두산인프라코어와 두산밥캣으로 번지는 걸 막아야 한다는 생각인 것으로 풀이된다.

두산중공업 밑으로 있는 핵심 자회사는 두산건설과 두산인프라코어, 두산밥캣이다. 두산건설은 별도 자회사(지분 88.91%)로 두고 있고, 또 다른 자회사 두산인프라코어(36.21%)를 통해 두산밥캣(51.05%)을 거느리고 있다. △㈜두산→두산중공업→두산인프라코어→두산밥캣 △㈜두산→두산중공업→두산건설 지배구조가 그려져 있다.

산업은행이 생각 중인 재편안을 실행할 수 있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 정도로 압축된다. 지주사인 ㈜두산이 이들 자회사 지분을 직접 사들이거나, 두산중공업을 투자회사와 사업회사로 분할한 뒤 투자회사를 ㈜두산에 합병하는 방안이다. 후자가 보다 유력하다는 평이다.

다만 이 경우에도 자회사를 선별적으로 편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두산인프라코어와 두산밥캣은 ㈜두산 직접 자회사로 올리고, 두산건설은 남겨둘 가능성이 높다. 부실이 지주사를 비롯해 그룹 전체로 번지는 걸 막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는 점을 봤을 때다.

두산건설은 매각을 추진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지만, 업황 등을 볼 때 성사는 쉽지 않아 보인다. 건설 업황이 썩 좋지 않는 데다 코로나19 사태로 시장이 얼어 붙었다. 특히 두산건설은 두산중공업의 부실을 내재화시킨 자회사다. 2008년 금융위기부터 지금까지 2조원 넘는 자금을 지원했지만 살아나지 못했다. 두산건설은 두산중공업과 '한 배'를 태울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문제는 채권단이 지원을 약속한 자금만으로는 두산중공업과 두산건설 모두 회생을 장담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산업은행 등 채권단이 일시적으로 지원을 약속한 자금은 1조원에 불과하고, 두산중공업은 올해 만기 도래 차입금만 4조2171억원을 들고 있다. 금융권 대출 만기는 그대로 연장해준다고 해도 시장에서 조달한 회사채 대응이 쉽지 않다.

두산중공업의 지배구조 재편이 꼬리 자르기만을 염두에 둔 방안으로 보인다는 우려가 나오는 것도 결국 이 때문이다. 두산인프라코어와 두산밥캣을 매각하지 않고 지배구조를 지주사 중심으로 재편하는 것만으로는 두산중공업을 살리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그렇다고 알짜배기 두산인프라코어와 두산밥캣 매각을 선택하면 사실상 두산그룹의 '해체 선언'이나 마찬가지여서 이 역시 쉽지 않은 선택이다.

업계 관계자는 "산업은행 입장에서 보면 두산중공업 문제가 두산인프라코어와 밥캣, 두산그룹 전체로 번지게 되면 또 다른 계열사 빚도 청산받지 못할 수도 있다"며 "두산중공업 주주들의 피해는 걱정되는 사안이긴 하지만 들불이 번지는 걸 막기 위한 수단을 확보하기 위해 지배구조 재편이 필요하다고 요구하는 것으로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시장 일부에서는 산업은행에서 두산중공업의 이번 사태를 전담하는 인력들 상당수가 오래 전 금호그룹 구조조정을 이끌었던 인사들이 집중 배치돼 있다는 점을 들어 이와 비슷한 방식의 구조조정을 구상 중인 게 아니냐는 말도 있다. 금호그룹은 대우건설과 대한통운을 무리하게 인수했다가 이를 다시 내뱉은 뒤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거쳤다.

산업은행에서 두산중공업 구조조정을 전담하는 팀은 사실상 'TF팀' 형태로 꾸려진 상태다. 정재경 구조조정본부장 밑에 직접보고 라인 팀을 별도로 구성하고 이곳에 과거 금호그룹 구조조정을 담당했던 인물 등을 배치해뒀다. 이들 중 일부는 최근 경영자문단 형태로 두산중공업에 파견돼 내부 실사 등 절차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관계자는 "이동걸 회장 부임 이전의 금호아시아나 구조조정은 사실상 실패한 구조조정이었다는 지적이 사실 많았다"며 "(정부와 국책은행의) 구조조정은 정해진 원칙대로만 수행돼야 하는데 일부 전문가들이 한 쪽에만 유리한 운영의 묘를 발휘할 수도 있는 일인 만큼 이번에도 우려가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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