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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타이어산업]코로나19, '우등생' 금호석유화학에 경종 울리나핵심 사업 시황 악화하면 낮아지는 수익성…확실한 미래 먹거리 마련 요구 목소리

박기수 기자공개 2020-04-10 10:47:27

[편집자주]

격변하는 완성차 관련 사업군에 코로나19라는 거대한 먹구름이 드리웠다. 수많은 산업군 중에서도 특히 고민이 깊어지는 곳은 타이어 업계다. '사회적 거리두기'의 일환으로 자동차 유동량이 줄며 타이어 관련 산업 전체가 침체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파장은 타이어 원재료를 생산하는 석유화학업체까지 미칠 가능성이 크다. 위기감이 고조된 국내 타이어업계를 더벨이 긴급진단했다.

이 기사는 2020년 04월 09일 16:0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오너와 '월급쟁이' 전문경영인은 기업의 장기적 번영을 위한 '큰 그림'을 그리려는 의지에서 차이를 보일 수밖에 없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2011년 당시 SK의 이종 산업이었던 반도체 사업을 과감히 시작했다. 현재 SK하이닉스는 SK의 현재와 미래를 먹여 살릴 핵심 사업으로 거듭났다.

그룹의 크기는 SK보다 작지만 금호석유화학그룹 역시 오너가 지배하는 기업집단이다. 다만 금호석유화학은 확장보다 안정이 우선시되는 곳이다. 이종 산업으로 손을 뻗으며 미래 먹거리를 발굴하는 기타 기업들과 정반대의 행보를 보인다. '하이 리스크-하이 리턴(High risk-High return)'은 금호석유화학에 어울리지 않는 단어다. '차입·이종 산업 진출·인수합병(M&A)' 등은 그간 금호석유화학과 거리가 멀었다.

그럴 만했다. 그룹의 위기였지만 어쨌든 금호석유화학은 2010년대 초반 채권단과 자율협약을 맺으며 한 기업으로서는 불명예스러운 시기를 보냈기 때문이다. 재무 개선이 최우선시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무리한 확장은 사치였다. 그룹을 이끄는 박찬구 금호석유화학그룹 회장(사진)의 경영 철학이 확장보다 안정에 무게추가 실릴 수밖에 없었다.

그러던 금호석유화학에 최근 팬데믹(Pandemic)으로 확장한 '코로나19'가 경종을 울리고 있다. 자율협약 졸업 이후 어느새 재무 '우등생'으로 거듭난 금호석유화학이 이제 미래를 책임질 수 있는 신사업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시선이 하나둘씩 나오고 있다. 중국 업체들의 성장으로 시장 우위를 빼앗기고 있는 범용 화학사인 롯데케미칼과 LG화학 등의 고민을 금호석유화학도 공유할 시간이 다가오고 있는 셈이다.

금호석유화학은 롯데케미칼과 LG화학 석유화학 사업부가 생산하는 제품보다는 '가공된' 제품을 생산한다. 범용 화학사들이 원유 정제 과정에서 나오는 '나프타'를 이용해 석유화학업계의 '쌀'로 불리는 에틸렌 등을 생산한다면, 금호석유화학은 이 제품들을 이용해 합성고무와 합성수지를 생산한다. 이외 에너지 사업과 자회사들을 통해 기타 석유화학제품을 생산하지만, 합성고무와 합성수지가 전사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이다. 특히 합성고무의 경우 국내에서 이미 50%에 가까운 점유율을 점하고 있을 정도로 시장에서의 입지는 탄탄한 편이다.

다만 이러한 강점은 그간 약점이 되기도 했다. 합성고무와 합성수지의 시황이 나쁘면 이렇다 할 안전판이 없는 금호석유화학은 속절없이 수익성이 낮아졌다. 자율협약을 맺은 직후 시황 개선으로 10%대 초반의 준수한 영업이익률을 낸 금호석유화학은 2012년부터 약 3년 동안 수익성이 4% 미만으로 하락했다. 당시 합성고무와 합성수지 부문의 매출 비중은 평균 80%를 넘는다. 4%대 영업이익률은 2016년까지 계속되다가 2017년부터 시황이 살아나면서 2018년 영업이익률 9.9%, 2019년 7.4%를 기록했다.

자율협약 졸업 이후 합성고무와 합성수지 부문의 매출 비중은 거의 변한 게 없다. 이는 다시 말해 미래 먹거리 발굴에 전념하기보다 기존 보유 사업의 역량을 늘리는 '선택과 집중' 전략을 택했다는 의미다. 이는 여전히 회사가 어쩔 수 없는 외부 환경의 변화로 수익성이 요동치는 사업 구조가 이어지고 있다는 말이 된다.


2010년 후 금호석유화학이 진행한 투자 중 비(非)핵심 사업 관련 투자는 여수에너지 증설 사업이 대표적이다. 2012년부터 2016년까지 약 4258억원을 들여 여수산업단지 내 열병합발전소 증설을 완료했다. 이 증설로 최대 1710톤의 증기와 300메가와트시(MW/h)의 전기 생산 능력을 확보했다. 최근 장갑의 원료가 되는 고부가가치 NB라텍스에 대한 증설 작업도 완료했지만 NB라텍스 역시 합성고무 사업 내 포함된다는 점이 한계라면 한계다.

여전히 금호석유화학의 '선택과 집중' 전략은 이어지고 있다. 올해 초 금호석유화학은 포토레지스트 사업부를 SK머티리얼즈로 400억원에 매각했다. 포토레지스트는 반도체 핵심 소재로 합성고무와 합성수지 외 금호석유화학이 보유하고 있었던 몇 안 되는 이종 사업중 하나였다. 매출과 영업이익 비중이 작아 더 잘할 수 있는 기업에 매각했다는 게 금호석유화학 보도자료 상 설명이다. 회사가 안정적인 수준에 도달했어도 비핵심사업은 육성하기보다 처분하는 박찬구식 경영이 2020년에도 지속하고 있는 셈이다.

코로나19가 금호석유화학의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을까. 코로나19 여파로 금호석유화학 합성고무의 최대 매입처인 금호타이어를 비롯해, 국내·외 타이어업체들의 합성고무 수요량이 급격히 줄어들 가능성이 높아졌다. 대중교통 대신 자동차를 이용한 출·퇴근이 많아졌다고는 하지만, 전체적인 차량 유동량 감소와 이어지는 타이어 산업 관련 시장 수요가 줄어들 것은 불 보듯 뻔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미 업계에서는 2분기 이후 금호석유화학의 수익성이 감소할 것이라고 점치고 있는 분위기다. 한 타이어업계 관계자는 "전기차와 수소차 등 미래 자동차 개발이 빠르게 이뤄지는 상황에서 기존 생산하고 있던 타이어 수요 자체가 줄어들고 있었는데, 코로나19 발생으로 시장 침체가 불가피해졌다"라면서 "타이어 생산량이 줄면 타이어를 생산하는 데 핵심 원료가 되는 천연고무나 합성고무의 매입도 당연히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먹거리 찾기를 위한 재무적 준비는 돼있다. 지난해 말 기준 부채비율은 72.6%로 재무 건전성으로는 어느 기업과 견주어도 될 상태가 됐다. 현금성자산도 2000억원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익잉여금은 이미 지난해 2조원을 돌파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여전히 금호석유화학은 이종 산업군의 사업보다 보유하고 있는 사업 역량에 승부수를 걸고 있다"라면서 "기업이 성장할 수록 한 사업 부문의 의존도가 커지는 것은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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