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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화진칼럼]행동주의 펀드가 이사회에 진출하면

김화진 서울대 법학대학원 교수공개 2020-04-28 15:55:45

이 기사는 2020년 04월 28일 15:55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주주행동주의는 이제 전 세계적인 현상으로 자리잡았고 국내에서도 익숙한 현상이다. 엘리엇의 삼성전자 공격(2002), 소버린의 SK 공격(2004, 2005), 허미스의 삼성물산 공격(2004~2005), 칼 아이칸의 KT&G 공격(2006), 엘리엇의 삼성물산(2015)과 현대자동차(2018, 2019) 공격, 그리고 국내 행동주의펀드 KCGI의 한진칼 공격(2019, 2020) 등 다수 사례가 있다.

그런데 칼 아이칸이 KT&G 이사회에 한 명의 사외이사를 진출시켰던 것 외에는 아직 국내에서 행동주의 펀드가 제시한 인사가 이사회 진출에 성공한 사례는 없다. 그래서 실제로 행동주의 펀드가 이사회에 진출하면 해당 기업의 지배구조에 어떤 변화가 발생할 것인지 알기 어렵다.

미국에서는 이미 상당수 기업 이사회에 행동주의 펀드가 진출했는데 컬럼비아대 존 카피(John Coffee) 교수팀이 2019년 코넬대 로스쿨 학술지(Cornell Law Review 제104호)에 발표한 논문이 그 전모와 결과를 정리해서 공개했다. 2000년에서 2015년 사이에 발생한 행동주의 사례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다음과 같은 결과가 도출되었다고 한다.

첫째, 행동주의 펀드가 제시한 이사후보군의 70%가 펀드의 임직원들이다. 30%만이 펀드 외부 인사들이다.

둘째, 펀드 측 사외이사 선임 이후 회사 정보가 외부에 많이 유출되었다. 총 7799개 회사의 기업공시를 분석한 결과 해당 기업의 주가가 그 가능성을 감안해서 형성된다는 결론이 나왔다.

셋째, 헤지펀드가 아닌 다른 형태의 행동주의 주주는 정보의 외부유출과 별 관련이 없고 행동주의 헤지펀드가 추천했더라도 헤지펀드의 임직원이 아닌 사외이사는 정보의 유출 통로가 아니다.

넷째, 행동주의 펀드와 행동주의 대상 회사는 분쟁을 대개 화해약정 체결로 마무리짓는데 이 약정에 기밀유지 조항이 들어가는 경우보다 들어가지 않는 경우가 훨씬 많다. 총 475개의 화해약정을 검토한 결과 회사 정보의 외부유출은 기밀유지 조항이 없는 화해약정을 체결한 회사에서만 일어난다는 것이 드러났다.

다섯째, 헤지펀드 임직원이 사외이사로 제안되는 약정과 기밀유지 조항이 없는 약정이 체결되는 경우 해당 기업의 주가는 부정적으로 반응한다.

종래 기업지배구조 연구는 주주와 경영진 관계에서 발생하는 수직적 대리인비용(vertical agency cost)의 연구에 초점을 맞추었다. 그러나 행동주의의 증가로 주주들 사이에서 발생하는 수평적 대리인비용(horizontal agency cost)이 문제되기 시작했다. 투자 시점과 실질적으로 행사할 수 있는 주주권의 차이 때문에 주주들 사이에서도 이해상충이 발생하고 그 결과 일부 주주에게로 다른 주주들의 부가 이전될 수 있다.

이 문제는 지배주주가 회사를 경영하는 우리나라에서는 오래 전부터 부각되었지만 전문경영인 경영 기업이 많은 미국에서는 행동주의 주주들의 부상과 함께 비로소 등장한 것이다. 행동주의 주주들은 수직적 대리인 비용의 감소에 기여하는 동시에 자신들이 수평적 대리인 비용을 발생시킬 수 있다. 그렇긴 해도 행동주의 주주들은 기본적으로 주주 전체의 이익을 도모하기 때문에 가장 큰 피해자는 회사의 채권자와 종업원들이라고 한다.

또, 행동주의 펀드가 크게 영향력을 행사하는 회사는 사업상의 리스크 인수 성향이 증가하고 ESG경영에 상대적으로 소홀하다고 한다. 행동주의 펀드가 진출시킨 회사의 이사회에 여성의 비중이 낮고 일부 회사가 클린에너지 사용 비중을 낮춤으로써 환경오염 문제를 일으킨 사례가 적지 않다. 이 때문에 행동주의의 목표가 된 회사의 경영진은 나쁘고 행동주의 펀드는 착하다는 고정관념이 점차 퇴색하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행동주의 펀드가 기업정보 상의 부당한 이익을 얻을 가능성이다. 카피 교수팀의 연구는 행동주의 펀드가 이사회에 진출하면서 옵션거래가 같이 증가하는 패턴이 나타난다고 보고한다. 행동주의 펀드는 자신의 비용과 노력을 투자하고 위험을 감수한 결과로 발생한 기업가치의 상승을 공유할 자격이 있다. 그러나 부당한 정보의 활용 가능성은 다른 문제다. 국내에서도 행동주의 펀드가 이사회 진출에 성공하는 사례가 언젠가는 나올 수 있기때문에 기업공시와 불공정거래 규제 제도가 그에 대비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해당 기업의 주주들이 이를 감안해서 주주총회 관련 의사를 결정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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