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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년만에 '아산 고희연'의 재연…이재용·정의선 회동 의미 삼성·현대 전기차 협력 시대로, 미래 성장동력 '공감대' 시너지 기대

김경태 기자공개 2020-05-14 07:39:51

이 기사는 2020년 05월 13일 18:4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고 아산 정주영 회장과 고 호암 이병철 회장은 영원한 라이벌로 평가받으면서 다소 서먹서먹한 관계를 유지하다가 아산의 고희연에서 극적으로 화해했다. 그러나 2세인 정몽구 회장과 이건희 회장이 그룹을 이끌던 시기에는 별다른 부딪힘이나 협력 없이 각자의 사업에 충실했고, 모두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다.

그러다 이날(13일) 3세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이 사상 처음으로 회동하면서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전기자동차 시장에서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면서 협력을 논의했다. 아산과 호암의 드라마틱한 화해 이후 35년이 지난 뒤 미래 성장동력에서 맞손을 잡게 됐다.

◇고 정주영·이병철 회장 서먹서먹한 관계, 아산 고희연서 극적으로 화해

현대그룹과 삼성그룹을 창업한 아산과 호암에 대해 세간에서 라이벌로 평가했다. 두 그룹은 사업적으로 크게 부딪힌 적은 없었다. 다만 현대그룹이 먼저 진출한 조선·건설 등의 사업에 삼성그룹이 진출하면서 아산의 심기가 불편했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

또 재계를 이끄는 자리로 여겨지던 전경련 회장직에 관한 일도 있다. 전경련은 호암이 만든 단체이지만 훗날 아산이 회장을 역임하게 됐고 은연중에 현대그룹의 위상을 과시하면서 호암도 불편한 마음을 갖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서로의 출신이 다른 탓도 있어 쉽게 친밀감을 느끼기 어려웠을 것이란 분석이 있다. 아산은 사석에서 호암에 대해 "그래, 자기는 부잣집 아들로 태어나 일본 유학도 가 보고, 국보급 골동품을 만지면서 정원에 노는 공작새를 감상하는 고귀한 양반이고, 나는 막노동자 출신이어서 무식한 사람이라 이거지"라고 말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고 이병철 회장(왼쪽), 고 정주영 회장(오른쪽)

서먹서먹했던 관계는 극적으로 풀리게 된다. 1985년11월20일 전경련 회관에서는 아산의 고희연이 열렸다. 아산이 하객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끝내는 순간 실내가 쥐죽은 듯 조용해졌다. 호암이 불편한 몸을 이끌고 행사장에 나타났기 때문이다. 그는 당시 와병 중이라 외부 활동을 일체 중단한 상태였다. 참석자들은 당연히 놀랄 수밖에 없었고 아산 역시 마찬가지였다.

호암은 아산에게 직접 고른 백자를 선물했다. 백자에는 한국 재계를 이끈 아산에 대한 헌사가 쓰여 있었다. 아산은 "이런 헌사는 이 회장께나 어울리는 글"이라며 감사 표시를 했다. 이 일을 계기로 호암과 아산은 극적으로 화해하게 됐다. 호암은 그로부터 2년 뒤인 1987년 11월19일에 세상을 떠났다.

◇미래 자동차 시대 이해관계 부합…3세 시대에 협력 꽃 피워

현재의 삼성그룹과 현대차그룹은 3세인 이 부회장과 정 부회장이 경영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이 부회장은 1968년생으로 1970년생인 정 부회장보다 두 살이 더 많다. 재벌 3세 중에는 학연으로 엮이는 경우가 있는데 각자 다른 학교를 나와 얽히지 않았다.

이 부회장은 경기초, 청운중, 경복고를 다닌 뒤 서울대에서 동양사학을 전공했다. 이후 게이오기주쿠대학교 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를, 하버드에서 경영학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정 부회장은 경복초, 구정중, 휘문고를 졸업한 후 고려대에서 경영학을 전공했다. 미국으로 건너가 샌프란시스코대학교 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를 취득했다.

학교는 달랐지만 비슷한 궤적을 밟은 둘은 삼성그룹과 현대차그룹에서 각자의 역할에 충실할 뿐 친밀하게 교류한 적은 없었다. 삼성그룹이 전자·통신, 현대차그룹이 자동차가 주력 사업이라 크게 부딪히거나 협력할 일도 많지 않았다. 지금까지 재계 모임 등에서 만난 적은 있지만 단둘이 자리를 한 적은 없었다고 알려졌다.

그러다 이날 이 부회장과 정 부회장이 삼성SDI 천안사업장에서 만났다. 둘이 단독으로 만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또 정 부회장의 삼성그룹 계열사 사업장 방문 역시 처음이다. 이날 만남은 미래 성장동력으로 꼽히는 사업에서 협력을 논의하기 위해 이뤄졌다.

만남이 이뤄진 삼성SDI 천안사업장에서는 소형 배터리와 자동차용 배터리가 생산된다. 두 명의 총수를 포함한 삼성그룹과 현대차그룹 경영진은 차세대 전기차용 배터리인 전고체 배터리 개발 현황과 방향성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

이재용 부회장(왼쪽), 정의선 부회장(오른쪽)

◇현대차그룹, 이미 LG·SK그룹과 협력…삼성과 합작사 설립 여부 주목

글로벌 자동차 시장은 기존 내연기관 차량에서 전기차 등 친환경차로 급격하게 변하고 있다. 세계의 내로라하는 완성차업체들은 친환경차 시장에서의 주도권을 차지하기 위해 전력질주하면서 합종연횡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그간 전기차 사업에서 LG그룹의 LG화학, SK그룹의 SK이노베이션과 주로 협력했다. 이번에 이 부회장과 정 부회장이 회동하면서 조만간 구체적인 협력 방안이 가시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협력하는 과정에서 합작사가 만들어질지도 주목된다. 현대차그룹은 LG그룹과 전기차 시대를 대비하기 위해 이미 합작사를 만들었다. 정몽구 회장과 고 구본무 회장이 의기투합해 2010년1월에 '에이치엘(HL)그린파워'를 설립했다.

상호는 현대와 LG의 영문 이니셜 알파벳을 합쳐 두 그룹의 협력을 상징적으로 나타내도록 했다. 현대모비스와 LG화학이 각각 지분 51%, 49%를 보유하고 있다. 작년에 매출 1조2164억원을 기록해 사상 처음으로 1조원을 돌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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