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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신거버넌스 선언]오너 부재 시 M&A 의사결정은 어떻게 될까⑧2016년 하만 이후 대형 M&A 전무…SSIC 삼성넥스트 역할 커질 듯

김은 기자공개 2020-05-15 07:59:18

[편집자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사과문 형식을 빌어 재계에 소유와 경영이란 화두를 던졌다. 이 부회장은 삼성에서 더 이상 경영 승계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한국 재계에 없었던 새로운 지배구조를 도입하겠다는 신(新)거버넌스 선언이다. 삼성은 오너 중심의 수직적 의사 결정 구조를 근본부터 재구성해야한다. 더벨은 삼성의 지배구조에 대한 점검을 통해 영속적인 경영 시스템과 앞으로 예상되는 지배구조 시나리오를 분석해본다.

이 기사는 2020년 05월 13일 15:4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재용 부회장이 최근 발표한 대국민 사과문은 경영 불승계란 화두를 던졌다. 삼성이 다음 세대엔 오너 경영 대신 새로운 경영 체제를 갖춰야 한다.

전문경영인 체제에 대한 비판 가운데 하나는 대형 인수합병(M&A)이 어렵다는 점이다. 회사의 명운을 거는 대규모 인수합병 등 중장기 신사업 계획은 오너의 책임 하에 이뤄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재용 부회장이 사법 이슈에 휘말려 있는 최근 3년동안 M&A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존재감을 찾아보기는 어려웠다. 삼성전자가 2016년 11월 전장 사업 본격화를 위해 미국 하만을 80억달러(약9조원)에 인수한 뒤 빅딜은 전무한 상황이다. 국내외 일부 스타트업을 인수하며 기술력을 확보했지만 사업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했다. 이 부회장을 비롯해 고위 임원들이 재판을 받는 등 의사결정이 어려워지면서 과감한 M&A 투자와 의사결정이 어려웠기 때문이다.

물론 지난 3년간 진행된 딜은 대부분 중소형 딜이다. 삼성전자는 과거의 경우 일부 기술 보완이나 현지 생산거점 마련 등의 이유로 M&A를 진행했지만 최근에는 삼성의 새로운 사업에 접목시키기 위해 M&A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2016년 인수한 조이언트의 경우 삼성페이, 삼성 녹스 등 기존 무선사업부 서비스를 강화하고 콘텐츠와 소프트웨어 경쟁력을 갖추는데 기여했다는 평가다. 또한 비브랩스라는 음성인식 인공지능 서비스를 인수해 이를 '빅스비'란 서비스로 진화시킨바 있다.

이같은 소형 딜은 전문 경영인 혹은 전략팀의 의사결정으로 진행이 가능하다. 최근 3년간 진행된 대부분 딜은 삼성넥스트와 미국에 소재한 SSIC가 주도로 인수합병을 진행했다.



오너 승계를 하지 않는다면 이같은 전문 경영인 선에서 전결이 가능한 딜이 주를 이룰 가능성이 높다.

이 부회장은 사과문에서 "끊임 없는 혁신과 기술력으로 가장 잘 할 수 있는 분야에 집중하면서 신사업에 과감하게 도전하겠다"고 선언했다. 또 "인재들이 주인의식과 사명감을 가지고 치열하게 일하면서 사업을 이끌도록 할 것"이라고도 강조했다.

이같은 발언을 종합하면 삼성은 앞으로 인수합병 시장에 더 적극적으로 나설 가능성이 높다. 혁신과 기술력이 필요한 신사업을 빠르게 접목하는 것은 M&A가 가장 빠르다. 이같은 신사업은 외부 인재를 통해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삼성전자는 미래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해 더욱 과감한 투자와 M&A에 공격적으로 나설 가능성이 높다. 당분간은 기존 M&A 의사결정 구조에 따라 프로세스를 진행할 전망이다.

삼성에 정통한 관계자는 "이번 이재용 부회장의 사과문에서도 볼 수 있듯이 삼성전자가 미래 신사업 발굴에 대한 의지가 높은 만큼 올해 공격적인 M&A를 예고하고 있다"며 "이에 따라 SSIC와 삼성벤처투자 등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전망되며 관련 유망 기업 물색 및 발굴에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신기술의 중심인 미국 실리콘밸리에 삼성전략혁신센터(SSIC)와 삼성넥스트의 거점을 마련해 기업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2012년 설립된 삼성전략혁신센터(SSIC)는 혁신 기술개발과 확보를 목적으로 외부 협력과 투자 가능성 등을 타진하며 미래 신사업에서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최선의 방안을 찾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삼성전자 M&A 성공사례로 꼽히는 미국 하만 인수합병도 이런 협력 물색 과정에서 발굴한 뒤 본격적으로 추진됐다. 특히 SSIC를 총괄하고 있는 손영권 삼성전자 최고전략책임자(CSO)의 공이 컸다. 손영권 사장은 처음 하만 경영진과 인수합병 가능성을 타진한 뒤 이재용 부회장 등 경영진에 의사를 전달해 여러 협력방안과 시너지 추진 가능성 등을 논의하며 성공적으로 인수합병이 마무리될 수 있도록 기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7년 출범한 삼성 넥스트의 경우 삼성전자 산하의 투자조직이다. 전신 격인 삼성글로벌이노베이션센터(GIC)를 중심으로 산재돼있던 투자육성 활동 기구와 기능을 통합한 조직이다. 이는 스타트업 투자 분만 아니라 후속 작업인 기술 협업 등 과정을 수월하기 위해 단행한 조치였다. 삼성넥스트는 삼성전자 미국 법인이 미국 실리콘밸리에 세운 삼성리서치아메리카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미국법인→삼성리서치아메리카→삼성넥스트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를 구축해 시너지를 유도하고 있다.

삼성넥스트의 경우 IT 관련 세트 부문 투자와 유망 기업 발굴에 집중했다. 실제 삼성전자의 커넥티드 홈 기반 사물인터넷(IoT) 시스템 구축에 기여한 스마트싱스(SmartThings)와 차세대 인공지능(AI) 플랫폼 기업 비브(Viv) 인수가 삼성넥스트의 작품이다. 삼성넥스트는 미국뿐 아니라 이스라엘 텔아비브와 독일 베를린에도 거점을 마련해 투자 영역을 넓히고 있다.

삼성벤처투자는 1999년 삼성전자와 삼성물산이 영위하던 벤처투자 사업을 일원화해 설립됐다. 그룹 내 자금을 조달한 계열사와 투자한 벤처기업의 협력을 통해 신규 특허와 원천기술 등을 확보하는 전략을 펼쳐왔다. 실제 반도체를 비롯해 정보통신, 의료·생명공학, 영상 산업 등 다양한 분야로 투자 대상을 확장하고 있다. 삼성벤처투자는 최근 해마다 평균 60~70개 수준의 벤처기업에 신규 투자를 단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요 목적인 신규 기술 확보와 사업 진출을 위해 벤처기업과의 상생 투자 모델도 구축했다. 벤처기업의 지분을 매입하거나 인수합병(M&A)에 참여하는 방식 뿐만 아니라 합작회사 신설, 정부 기관 등과 공동 출자 등 다각도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를 통해 이엔셀, 패리지항공우주, 지보, 비카리우스,마인드멜드, 아이브이웍스 등 다양한 기업 발굴에 성공했다.

중소형 M&A는 이같은 조직을 통해 앞으로 더 활발히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삼성전자는 97조원에 달하는 순현금을 보유하고 있어 언제든지 M&A에 나설 수 있다.

관건은 초대형 빅딜도 가능하느냐는 것이다. 글로벌 반도체 회사간 인수합병이나 신수종 사업 진출에 필요한 초대형 빅딜은 여전히 오너의 책임 경영이 필요하다.

당분간 이 부회장의 오너 경영 체제는 계속된다. 이 부회장도 "신사업에 과감하게 도전하고(중략) 사회를 윤택하게 만들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이 부회장 체제하에선 이같은 초대형 빅딜도 여전히 가능하다. 다만 4세 이후 오너 체제가 달라진다면 초대형 M&A에 대한 의사결정구조도 새롭게 고민해야 한다.

업계관계자는 "글로벌 기업들의 발전 배경에는 과감한 M&A가 있었기에 가능했다"며 "이재용 부회장 경영 체제 이후 빅딜에 필요한 의사결정 구조도 함께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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