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7.09(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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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B-펀드매니저 '불신 시대' [thebell note]

최필우 기자공개 2020-05-19 13:01:55

이 기사는 2020년 05월 15일 07:46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스타 펀드매니저 부부가 경영하는 A자산운용사가 최근 입방아에 올랐다.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19로 촉발된 급락장에서 프라이빗뱅커(PB)들과 가진 컨퍼런스콜이 화근이었다. 운용을 총괄하는 A사 대표가 질문에 무성의한 태도로 일관하자 PB들의 분노가 폭발했다.

A사 대표의 화법은 이미 업계에 익히 알려져 있다. 필요한 얘기만 단답형으로 내뱉는 그를 스타병에 걸렸다고 치부하는 이들이 많다. 젊은 나이에 대형 자산운용사 차기 대표 후보군으로 언급됐기에 근거 있는 자신감의 발현이라 보는 시선도 있다.

어떤 인물평이 진실에 가깝든 시기가 안 좋았다. 전례 없는 폭락장에서 공포에 질린 PB들은 '펀드는 문제 없으니 가만히 기다리라'는 식의 태도에 상처 받았다. 이 컨퍼런스콜 때문인지는 알 수 없으나 업계 최상위권 진입을 노리던 A사는 증시 폭락 후 두달여간 2000억원 안팎의 자금 유출을 겪었다. 전체 설정액의 3분의 1이다.

PB와 매니저 간 갈등은 업계 곳곳에서 들려 온다. 라임자산운용 사태, 알펜루트자산운용 유동성 위기 후 PB는 매니저를 선뜻 믿지 못한다. 실력 뿐만 아니라 선관주의 의무를 다 하고 있는지도 검증해야 하는 요소가 됐다.

매니저도 PB의 닦달에 진이 빠졌다. 신규 펀드를 설정하는 것보다 기존 상품이 정상적으로 운용되고 있다는 자료를 증빙하는 업무가 많아진 지 오래다. 규모가 영세한 헤지펀드 운용사는 마케터 만으로 손이 부족해 매니저도 PB 달래기에 동참해야 한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에 진절머리가 날 법도 하다.

불미스러운 사건들이 계기였지만 상품에 대한 정확한 정보 전달은 운용사의 가장 중요한 책무로 자리잡고 있다. 아무리 좋은 자산에 투자하는 상품이라 해도 투자자가 알지 못하면 별 소용이 없다. 현 상황이 좋든 안 좋든 심리에 따라 섣부르게 매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매니저와 투자자가 호흡을 길게 가져가려면 양측 모두 펀드를 빠삭하게 꿰고 있어야 한다.

은행과 증권사도 고객 이해를 도울 수 있는 상품 선정 프로세스를 갖추고 있다. 올들어 취임한 최고소비자책임자(CCO, Chief Customer Officer)가 각사의 금융상품 출시를 총괄한다. CCO는 시장 트렌드나 금융상품 지식을 전문가 수준으로 갖추지 못한 경우가 많다. 앞으로 운용사는 펀드 설정 단계에서 비전문가의 눈높이에 맞춰 상품과 전략을 이해시켜야 한다.

이러한 변화가 감지되는 시기에 A사 대표가 낳은 논란은 아쉬움을 남긴다. 그의 말대로 펀드엔 별 문제가 없었을 가능성이 높지만 전후 사정을 모르는 PB와 고객들은 이탈할 수밖에 없었다. 이제 매니저는 운용을 잘하는 것 만으로는 부족하다. 진실되게 소통해야 PB-펀드매니저 불신 시대를 살아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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