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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發 대출' CRO와 CCO의 이해상충 [thebell note]

손현지 기자공개 2020-05-19 14:28:08

이 기사는 2020년 05월 15일 07:5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최근 시중은행 리스크 담당 임원인 CRO(Chief Risk Officer)를 만날 때마다 공통적으로 듣는 말이 있다. "대출 규모가 1~4월 사이 늘긴 했지만 타사와 비교하면 속도가 느린 겁니다".

저마다 경쟁사를 들먹이며 1분기 가계 혹은 기업 여신의 폭증을 방어했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와 함께 여신정책 만큼은 전년보다 더 '보수'적인 스탠스를 유지할 거라고 덧붙인다.

코로나 19로 자산볼륨 확대가 곧 잠재부실과 충당금 적립 부담을 의미한다는 것을 직감한 발언이다. 기업의 시설투자를 위한 대출수요와 달리 실적악화와 인건비 확보차원의 대출이 늘어날 것으로 봤다.

이는 실물경제에 대한 우려에서 비롯된다. A은행 CRO는 "금융권 실무는 아직까지 실물경제 위기가 반영되지 않은 상태"라며 "그야말로 폭풍전야"라고 말했다.

"죄송한데 부서마다 입장이 달라서요..." 얼마 전 A은행의 홍보팀 직원에게서 전화가 왔다. 기사에 이 은행 CRO의 멘트를 반영한 것과 관련한 피드백이었다. A은행의 기업여신 심사를 담당하는 임원인 CCO(Chief Credit Officer)가 관계자 멘트 중 '보수적'이라는 단어에 대해 반감을 표했다고 한다. 은행의 일관된 입장을 대변해야하는 홍보실에서 조차 난감해하는 모습이었다.

CCO의 입장은 정부정책기조에 부응할 수 밖에 없는 은행권 상황과도 맞물려있다. 최근 금융당국은 중소기업 금융지원을 적극 권유하고 있다. 오는 18일에는 주요은행들이 소상공인 100만명을 대상으로 10조원의 대출을 집행토록 한다. 은행마다 할당량을 정해놓지는 않았지만 '무언'의 압박이나 다름없다.

시중은행들은 진퇴양난이다. 더이상 여신 볼륨을 늘리는게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아직 2분기인데 올해의 대출성장률 목표치(4% 수준)를 거의 다 채웠다. 사실상 5월로 접어들면서 몇몇은 '초과성장'을 했을 거란 짐작도 된다. 지난달 말까지 KB국민은행 대출이 전년 대비 5.81% 성장했고 신한은행(4.52%), 우리은행(4.20%), 농협은행(4.02%), 하나은행(2.82%) 순이었다.

의도하지 않은 대출이 많이 늘어난 탓이다. 특히 3~4월 대기업 대출 수요가 폭발했다. 대기업들은 당장의 부실 가능성이 적어 연체율 상승우려는 적다. 선제적으로 유동성 관리에 돌입하기 위한 목적으로 한도를 늘렸다.

문제는 중소기업여신이다. 크레딧라인이 두텁지 않은 중기대출, 자영업자 대출을 조일 수가 없는 상황이다. 대손비용률(Credit Cost) 증가를 감수하고서라도 정부의 정책기조에 부응하는게 더 중요해졌다. CCO들은 보수적인 스탠스를 취하는 것 자체가 불가하다.

코로나19에 CRO와 CCO는 입장이 다를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결국 목표 대출성장률을 높이거나 위험가중치(RW)가 낮은 자산 위주로 취급하는 차선책을 택하는 수밖에 없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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