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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가 누군데..." 국민은행의 캐나다 인프라 빅딜 도전기 [Deal Story]금융주선 능력 입증하며 주관사 RBC 설득, 글로벌 시장서 딜리버리 능력 '입증'

이은솔 기자공개 2020-05-19 14:29:45

이 기사는 2020년 05월 15일 17:4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KB국민은행이 캐나다에서 천연가스 파이프라인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수주했다. 한화 2000억원이 넘는 빅딜을 완수하면서 북미 시장에 딜리버리 능력을 입증하는 효과도 얻었다.

캐나다 투자은행(IB) 시장에서 트랙레코드가 전무한 국민은행이 어떻게 대형 딜에 참여했는지 업계에 관심이 쏠린다. 시작은 메일 한 통이었다.

김지영 국민은행 인프라금융부 해외인프라팀장은 지난해 12월말 캐나다에서 천연가스 파이프라인 PF딜이 열린다는 정보를 입수했다. 국민은행은 그동안 국내에서 도로, 철도, 항만 등 인프라금융에서 독보적인 1위를 차지하고 있었지만 글로벌 IB딜 강화 차원에서 해외 진출 기회를 모색하던 중이었다.

수소문 끝에 딜의 주관사인 로얄뱅크오브캐나다(RBC)의 메일 주소 하나를 알아냈다. 이전에 교류해본 적도, 컨택트 포인트도 없던 은행이다.

RBC는 1월초 국민은행의 메일을 받고 "한국에 KB라는 은행이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라는 심드렁한 반응을 보였다. 캐나다의 대형 투자은행 입장에서 국민은행은 시장에서 생소한 이름이었다. RBC에서도 쉽게 결정할 순 없었다. 캐나다 현지에서 트랙레코드가 없는 은행을 프로젝트에 참여시켰다가 약속한 금액을 조달하지 못하거나 기한 내 투자확약서(LOC)를 내지 못할까봐 우려했다.

인프라금융부에서는 컨퍼런스콜을 통해 국민은행이 그동안 주선해 온 국내외 인프라딜을 소개하고 블룸버그의 국내 리그테이블 금융주선 부문 1위라는 자료도 보냈다. 수많은 인프라딜 주선 경험을 통해 리스크분석 능력도 갖췄고 딜리버리 능력도 충분하다는 점을 적극적으로 어필했다.

지난해 신설한 뉴욕 IB데스크의 역할도 쏠쏠했다. 밤낮이 바뀌는 시차 덕분에 한국에서는 클라이언트와의 실시간 소통이 어려웠다. 낮에는 본부 인프라금융부가 업무를 마치고 뉴욕 IB데스크에게 토스하면 현지 인력이 인수인계를 받아 캐나다와 소통했다. 지구 반대편에서 '원팀'을 이뤄 24시간 내내 일한 셈이다.

RBC는 적극적인 국민은행의 태도에 '주주사들의 동의를 한 번 받아보겠다'는 입장을 전했고 결국 주주사들의 승인 아래 딜에 참여할 기회를 얻었다. 국민은행은 RBC를 비롯해 뱅크오브아메리카, 씨티, JP모건 등 대형 글로벌 투자은행(IB)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국민은행이 참여한 PF는 캐나다 서부에 코스탈 가스링크 파이프라인을 건설하는 80억 캐나다달러 규모의 프로젝트다. PF로 모은 자금으로 지하의 가스층에서 천연가스를 생산하는 '가스전'에서부터 수출을 위해 가스를 액체로 만드는 '액화시설'까지를 연결하는 수송관을 만든다.

국민은행이 이 PF딜 참여를 더욱 적극적으로 노크했던 건 글로벌·대규모 투자인데다 안정성도 높았기 때문이다. PF는 아직 완성되지 않은 프로젝트의 수익성을 기반으로 진행하는 대출이기 때문에 건설·운영리스크 측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파이프라인의 이용자 즉 오프테이커들은 글로벌 에너지 기업인 쉘(Shell), 일본의 미쓰비시상사, 한국가스공사, 중국·말레이시아 가스공사 등 국영기업들로 신용도가 높다. 25년 장기 사용계약을 맺어 안정적 운영도 가능하다.

게다가 오프테이커들이 파이프라인의 종점부에 자기자본을 투자해 액화시설을 건설 중이라는 것도 위험성을 낮추는 요인이다. 단순히 독립적인 하나의 건설프로젝트에 투자하는 게 아니라 가스전부터 액화시설까지 이어지는 거대한 밸류체인의 핵심적 인프라를 만드는 작업이라는 점에서 이 파이프라인은 오프테이커들에게 필수적인 인프라였다. 건설 기간 중 보증이나 운영 계약에서 비교적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었던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한국가스공사가 이 파이프라인 계약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것도 국민은행엔 호재로 작용했다. 국민은행 인프라금융부 관계자는 "글로벌 기업들만 참여하는 딜이었다면 한국 은행의 참여가 쉽지 않았을 수도 있다"며 "한국가스공사라는 '코리안콘텐츠'가 있었고 딜이 막 진행되던 적기에 노크하는 등 여러가지 운도 따랐다"고 설명했다.

국민은행은 리스크 분석을 바탕으로 과감한 투자를 단행했고 제한된 시간에 대출확약서(LOC)를 제출하며 딜리버리 능력도 증명해냈다. 현재는 2억4000만 캐나다달러 약정을 완료하고 뉴욕 IB데스크를 통해 셀다운을 진행 중이다.

수주부터 딜리버리, 신디케이션까지 이어지는 IB딜의 모든 과정을 완수해 낸 경험은 국민은행의 트랙레코드로 남았다. 이런 트랙레코드는 앞으로 국민은행이 북미 시장 뿐 아니라 호주, 유럽 등 다른 국가에서 인프라딜을 수주할 때도 든든한 뒷배다.

우상현 국민은행 CIB그룹장은 "KB가 글로벌 시장에서 독자적인 딜 능력을 인정받았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이 트랙레코드를 기반으로 해외 시장에 적극적으로 노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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