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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TSMC 따라잡기 '분사냐 유지냐' 평택캠퍼스 파운드리 증설에 분사설 대두…시너지 면에선 사업부 유지가 유리

윤필호 기자공개 2020-05-26 08:07:05

이 기사는 2020년 05월 25일 07:2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전자가 파운드리 사업의 분사 고민에 빠졌다. 삼성전자는 시스템반도체 1위 도약을 위해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 강화에 나섰다. 10조원 안팎의 투자금액을 투입해 평택 캠퍼스에 파운드리 생산시설을 추가 구축했다.

삼성전자가 파운드리 사업을 키우기 위해 관련 사업부를 분사해야 한다는 지적은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최근 파운드리 사업을 키우면서 파운드리 분사설은 다시 수면위로 올라오는 모습이다.

삼성전자 내부에선 분사설은 시기상조라는 반론이 만만치 않다. 업계 1위인 TSMC와의 기술, 규모의 격차를 따라잡기 위해서는 삼성전자라는 울타리 안에서 우선 경쟁력를 키우는 게 우선이라는 설명이다. 삼성전자도 이 같은 분사설을 공식적으로 부인하고 있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사진=삼성전자 제공)

22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반도체 비전 2030'을 위해 평택 파운드리 라인 구축 계획을 지난 21일 발표했다. 10조원 안팎의 투자금액을 투입해 내년까지 최대 6만장의 EUV 캐파(CAPA)를 확보할 전망이다.

증권가에서는 이번 투자와 관련해 인프라에 3조원, 설비확보에 8조원 내외의 자금이 들어간다고 추정했다. 구체적으로 평택에서 신설 중인 P2라인의 하층부를 파운드리 사업용으로 변경할 것이란 분석이다. P2라인은 D램을 맡은 상층부와 낸드(NAND)를 맡는 하층부로 구성됐는데 이 가운데 하층부 공간의 절반을 활용할 전망이다.

2030년까지 133조원을 투입한다는 시스템반도체 투자 계획이 본격화되면서 이와 함께 파운드리 사업부 분사설도 다시 수면위로 오르고 있다. 분사설은 퀄컴, 인텔 등 대형 고객사를 확보하기 위해 필요성을 근거로 제기되는 주장이다. 현재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부는 크게 메모리, 시스템 LSI, 파운드리 사업부로 나뉘어져 있다. 여기서 문제는 설계를 담당하는 팹리스(fabless)와 파운드리가 공존한다는 점이다. 고객사 입장에서 경쟁사에게 설계 기술을 맡기는 리스크가 있다.

글로벌 파운드리 1위 업체는 대만의 TSMC다. 파운드리는 팹리스 반도체 업체의 주문과 설계에 따라 반도체를 대행 생산해주는 것을 말한다.

대만 TSMC는 파운드리 사업만 하기 때문에 외부 팹리스 업체의 주문 협상에 유리하다. TSMC는 "고객사와 경쟁하지 않는다"는 모토를 내걸고 신뢰성에 우위를 강조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자체적인 방화벽을 구축해 차단하고 있지만 TSMC에 비해선 이해상충 이슈가 생기 쉽다. 삼성전자는 메모리반도체와 비메모리반도체를 제작하고 설계하면서 동시에 이를 직접 생산하기도 한다.

분사설의 또 다른 근거로 133조원이라는 대규모 투자금 마련에 유리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분사 이후 미국 나스닥 시장에 상장 과정을 거치는 등의 방안을 통해 외부 투자금을 유치할 수 있다고 제시한다.

삼성전자는 당장은 힘을 비축하는 게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분사에 앞서 파운드리 사업의 경쟁력을 더 키워야 하고 규모도 더 늘려야 한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1분기 TSMC의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54.1%로 1위를 차지했다. 매출액은 102억달러(약 12조6000억원)다. 반면 삼성전자 매출액은 29억9600만달러(약 3조7000억원)로 15.9% 점유율에 그쳤다. 섣부른 분사는 오히려 덩치를 키우지도 못하고 경쟁력 확보도 어렵다는 반론이다.

업계에서는 기술 경쟁면에서도 분사가 불리하다고 본다. 삼성전자와 TSMC는 현재 극자외선(EUV) 기술을 활요한 미세공정 경쟁을 펼치고 있다. EUV는 파장이 짧은 극자외선으로 반도체 기판에 회로를 새기는 방식으로 두 경쟁사만 해당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메모리와 비메모리 반도체 공동으로 EUV 연구개발(R&D)을 진행 중인데 만약 분사할 경우 공동 연구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메모리와 비메모리 공정은 물론 제품마다 들어가는 부품 등이 다르지만 기본적인 기술은 동일하다"면서 "삼성전자의 경우 반도체 연구소에서 기술을 연구하면 시너지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공동으로 R&D 경쟁이 한참인 상황에서 파운드리 사업을 분사하면 오히려 어려움이 따를 수밖에 없다.

삼성전자는 고객사 확보에 불리하게 작용하는 점에 대해서도 차이니즈 월(업체 내 정보교류 차단 장치)이 있어 안전하다는 입장이다. 삼성전자 측에서는 "오랜 기간 사업을 영위하면서 확실한 방화벽이 있다고 고객사들을 설득했고 발주를 받아왔다"면서 "만약 분사를 하더라도 자회사의 형태로 갈텐데 그걸로 의혹이 완전히 해소될 지는 의문"이라고 했다.

투자금 역시 파운드리 사업부가 133조원에 달하는 금액을 단독으로 감당하기 더 어려워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증권사 연구원은 "분사했을 때는 당연히 투자금 부담이 더 심해질 수밖에 없다"면서 "만약 외부에서 자금을 유치에 나선다고 하더라도 굳이 분사를 하는편이 더 유리한지는 의문이다"고 언급했다. 분사설은 경쟁력을 충분히 늘린 이후 고객사 유치 경쟁 과정에서 다시 불거질 경우에 논의할 가능성이 높다.

자료=삼성전자, 유진투자증권 제공

한편 삼성전자는 향후 파운드리 생산라인을 확장할 계획이다. 현재 보유하고 있는12인치(300㎜) 시스템 반도체 생산라인은 기흥의 S1 라인과 미국 오스틴의 S2 라인, 화성에 S3, S4라인, V1 라인이 있다. S1 라인은 60나노미터(㎚)부터 10나노까지 주요 공정을 담당하고 S2라인의 경우 14나노, 25나노다. 이들 라인의 캐파(CAPA)는 각각 월 10만장이다. S3의 경우 8나노와 7·6나노 공정이 적용되며 2만장이다. 지난해 EUV 장비를 설치해 업계 최초로 7나노 칩을 양산했다.

V1의 경우 EUV 전용라인인으로 올해 2월부터 7나노 칩을 양산하기 시작했고 하반기부터 5나노 양산을 시작한다. 연말까지 2만장의 캐파를 갖출 예정이다. S4 라인은 과거 D램 11라인에서 이미지센서 전용라인으로 개조했는데 올해 2만5000장의 캐파를 구축할 예정이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말까지 확보할 12인치 비메모리 캐파는 25만6000장으로 추정되며 이 가운데 EUV 캐파는 약 3만장 수준으로 예상된다"면서 "내년 하반기에 P2와 V2 라인이 가동되면 EUV 캐파는 5만~6만장까지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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