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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부동산펀드 긴급 점검]해외비중 100% 메리츠대체, 호텔 대출채권 '예의주시'⑥미국 비중 80%, 호텔 비중 28%…실물투자 대비 리스크 낮지만 차주관리 '과제'

정유현 기자공개 2020-06-02 13:20:07

[편집자주]

코로나19 사태로 전 세계 부동산 시장이 충격을 받자 국내 투자 업계도 비상이다. 지난 수년간 해외 부동산 투자에 열을 올린 만큼 현지 부동산 시장의 충격을 고스란히 받고 있기 때문이다. 더벨은 국내 금융회사들이 투자 혹은 설정한 해외 부동산 펀드의 포트폴리오 현황과 잠재 리스크 등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0년 06월 01일 07:5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미국 부동산 대출 채권 투자로 존재감을 키워온 메리츠대체투자운용이 외형 확장을 잠시 멈추고 숨고르기에 돌입했다. 하지만 오피스빌딩보다 상대적으로 리스크는 크지만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는 호텔 투자 비중을 점차 확대한 점이 위험 요소로 떠올랐다. 미국에 편중된 포트폴리오도 적잖은 부담이다.

실물 부동산 투자가 아닌 부동산을 담보로 한 대출 채권에 투자한 점, 블랙스톤 등 우량한 차주가 보유한 호텔 물건에 투자한 점은 리스크를 낮추는 요인이다. 차주가 대출이자를 연체할 가능성은 없다고 보지만 모든 예상치 못한 상황을 대비하기 위해 협상을 진행 중이다. 내부 리스크 관리 체계에 맞춰 충실히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 부동산투자 해외 비중 100%…대출채권 투자 유형 절반 이상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2019년 말 기준 메리츠대체투자운용의 해외 부동산펀드 설정 잔액(공모+사모·펀드유형 부동산)은 2조7188억원이다. 메리츠대체투자운용이 국내 부동산 펀드를 설정하지 않는 만큼 해외 부동산 펀드 설정액이 곧 전체 펀드 설정액이다. 해외 부동산 펀드 수는 31개로 집계됐다.

2016년 설립된 메리츠대체투자운용은 단기간 내 업력을 키우며 해외 부동산 시장의 큰 손으로 떠올랐다. 2016년 5417억원 규모였던 해외 부동산 펀드는 2018년 2조원을 넘어섰고 지난해 말 기준 3조원 돌파를 목전에 두고 있다.

회사의 성장 엔진은 해외 부동산 담보 대출 채권이었다. 현대자산운용 부동산투자본부 인력들이 설립한 만큼 소속 멤버들 모두 해외 부동산 투자에 대한 트랙 레코드가 탄탄했다. 그동안 쌓아온 역량을 바탕으로 실물 투자보다는 대출 채권 투자가 더 매력적이라고 판단했고 선제적으로 부동산 담보 대출 채권 투자에 나섰다.

대출 채권 투자는 우량 차주를 확보한다는 가정하에 실물 자산 투자 대비 안전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메리츠대체투자운용은 딜 개시 당시 부동산 실물에 투자 시 5년 이상 장기투자를 진행하기 때문에 향후 부동산 가격 상승을 확신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금리 상승 전망이 우세한 점도 판단에 영향을 미치며 대출 채권 투자에 집중했다. 예상과 달리 금리가 하락세로 전환했지만 딜 진행 시 금리에 대한 다양한 장치를 취한 만큼 금리 변동에 따른 유의미한 영향은 아직 없다는 것이 회사 측의 설명이다.


올해 들어 포트폴리오 다양화 차원에서 유럽 소재 물류센터 실물 투자를 시작하긴 했지만 여전히 대출 채권 투자 비중이 높다. 메리츠대체투자운용의 전체 해외 부동산 펀드 설정액에서 대출 채권 투자 비중은 52% 가량으로 집계됐다. 재간접 투자 비중도 41% 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투자 지역별 비중을 살펴보면 미국이 80%를 차지하고 있다. 유럽(14%), 아시아(2%) 순이다. 신준현 대표, 오진석 투자운용본부장 등 핵심 인력들의 네트워크가 미국 중심으로 형성된 영향을 받았다. 투자에 필요한 네트워크가 미국 기관투자자와 법인 위주로 갖추어진 만큼 미국 중심의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투자 섹터는 오피스 비중이 36%로 가장 높고 호텔(28%), 리테일(13%), 주거(11%), 물류(6%), 인프라(4%) 수준이다.

◇ 오피스→호텔 투자, 무게중심 이동…호텔 비중 30% 육박

메리츠대체투자운용의 잠재적 리스크는 호텔 투자 비중이 높다는 점이다. 호텔은 최근 '코로나19' 사태 이후 부동산 펀드 운용업계에서 주시하고 있는 자산이다. 신종 바이러스 여파로 전 세계 관광산업이 크게 위축되면서 호텔 투자에 경고등이 켜졌기 때문이다. 관광업 회복이 가장 더딜 것으로 예상되며 호텔 매출 하락에 따른 임대료 수입 감소, 대출 이자 지연, 코로나19가 장기화 할 경우 자산 가치 하락도 예상되는 시나리오다.

메리츠대체투자운용은 초기에는 오피스 빌딩에 대한 투자 의존도가 높았다. 오피스 빌딩은 전체 섹터 중 가장 경쟁이 치열하고 우량한 장기 임차인을 확보할 경우 안정성이 높기 때문에 국내외 기관투자자들의 꾸준한 러브콜을 받고 있는 자산이다. 메리츠대체투자운용도 오피스 빌딩 투자로 첫 딜을 개시했다.

2016년 7월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 위치한 가스 컴퍼니 타워(Gas company tower)에 투자했다. 계열사인 메리츠화재를 포함한 국내 기관투자자 4곳과 함께 펀드를 조성해 15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진행했다. 대출 채권을 매입하는 방식으로 5년간 6%대 수익률이 목표였다.

이후 두 달 후인 9월 독일 오피스, 리테일, 호텔 자산에 선순위 대출 방식으로 투자, 11월 미국 실리콘밸리 모펫 게이트웨이 (Moffett Gateway) 오피스 빌딩, 12월 미국 뉴욕에 위치한 구글 오피스 빌딩 (85 Tenth Avenue) 투자 등 설립 첫해 굵직한 딜을 성사시켰다. 이후에도 오피스뿐 아니라 호텔, 리테일 등 다양한 자산에 대한 투자를 이어갔다.

딜을 진행하면서 메리츠대체투자운용은 오피스 섹터 의존도를 낮춰갔다. 오피스 투자가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내재된 가치에 비해 가격이 높게 형성될 수 있다는 판단하에 대안으로 집중한 것이 호텔 투자다. 호텔 투자는 오피스 빌딩 대비 상대적으로 리스크도 크고 위기론도 부각되고 있지만 우량한 임차인과 차주를 선별할 수 있다면 투자 매력이 높다고 진단했다.


본격적으로 호텔 투자가 확대된 것은 2017년 말부터다. 비즈니스 호텔 체인인 미국의 클럽 쿼터스(Club Quarters)에 700억원 가량의 대출 채권 투자를 진행했다. 2018년 3월 미국 우드 스프링 스위트(WoodSpring Suites) 800억원 대, 미국 하와이 그랜드 와일레아(Grand Wailea) 1100억원 대, 바하마의 아틸란티스 리조트(Atlantis Resort Bahamas)에 1700억원 대의 대출 채권 투자를 단행했다.

지난해 6월에는 미국의 호텔 투자 전문 비상장 리츠인 히트(HIT)가 보유한 92개의 호텔에 약 1190억원 가량의 투자와 미국 플로리다에 위치한 디플로맷(Diplomat) 호텔에 약 1200억원의 투자를 진행하며 호텔 비중이 전체 투자의 30%를 육박하고 있다.

◇ 실물타격 미국 비중 최다…우량한 차주·후순위 투자자 확보 '위안'

호텔 투자 비중이 높지만 대출 채권 투자 위주로 진행된 점은 타 운용사 대비 리스크를 낮추는 요소다. 메리츠대체투자운용의 투자 구조는 쉽게 말해 호텔 자산을 보유한 차주가 있고 이 호텔을 담보로 메리츠대체투자운용이 돈을 빌려주고 이자를 수취한다.

메리츠대체투자운용이 투자를 검토할 때 가장 중요시하는 것은 차주의 신용도 및 상환 능력 등이다. 그랜드 와일레아(Grand Wailea) 호텔의 차주는 블랙스톤, 바하마 리조트의 경우 브룩필드가 소유하고 있다. 후순위로 우량한 투자자들이 참여하는 딜 위주로 진행한다. 지난해 6월 투자한 92개 호텔은 메리츠대체투자운용이 중순위로 참여했고 후순위로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이 투자했다.

대출 채권 투자도 결국 주요 현금흐름인 호텔의 매출이 급감하면 이자수익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차주가 신용도가 높은 만큼 이자 미지급으로 인한 레퓨테이션(평판) 하락 등 자본시장의 불신을 자초할 가능성이 크지 않다.

당장 호텔에서 발생하는 수익이 줄어들더라도 자사(차주)의 자금력을 바탕으로 이자를 문제없이 지급하는 것이다. 이지 미지급 사태로 신용도가 하락하면 향후 진행하는 비즈니스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현재 발생하고 있는 이슈를 해결하려는 의지가 높은 편이기 때문에 현재 큰 타격은 없다는 입장이다.

호텔 비중뿐 아니라 코로나19로 실물 경제에 타격을 입은 미국에 대한 익스포저가 크다 보니 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미국 집중도가 높은 만큼 시장 변동성에 직접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미국 부동산 시장이 불확실성이 커질 경우 완충장치 없이 영향을 고스란히 받을 수 있다. 내부적으로 투자 지역 다양화에 대한 고민이 커지고 있는 것도 이 같은 배경이 있었다.

긍정적인 점은 최근 상황이 호전되고 있다는 것이다. 코로나19가 재확산이 안된다는 가정하에 현지에서 부동산 투자 비즈니스가 재개되고 있는 분위기가 감지된다고 전해진다. 코로나19 이후 급락한 미국 호텔 관련 리츠의 주가도 반등하고 있어 호텔 투자 비중이 높은 운용사들도 한숨을 돌리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가 종식되면 그동안 묶여있던 투자 자금이 흘러 들어와 거기에 맞춰서 좋은 투자 거리를 찾기 위해 시장에 활기가 돌 것"이라며 "물론 글로벌 상황에 따라서 다르지만 현지 은행에서도 투자에 관해 연락이 오는 등 전반적으로 긍정적 기류가 감지된다"라고 설명했다.

메리츠대체투자운용은 우량한 차주 및 후순위 대출자를 통해 모든 투자자산의 안정성을 높였지만 예상치 못하게 발생할 리스크를 검토하며 대응체계를 가동하고 있다.

메리츠대체투자운용 관계자는 "안전한 투자, 투자자의 원금을 보존하고 플러스 수익을 얻는 것을 중요시하는 투자 철학하에 우량한 자산에 투자를 진행하기 때문에 리스크 상황을 딜 단계에서부터 관리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라며 "장기적으로는 현재의 상황이 개선될 것이란 전망을 가지고 차주들과 이자 납입 시기를 조정하는 등 다양한 각도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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