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0년 05월 29일 07:4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우리에겐 '보톡스'로 더 익숙한 보툴리눔 톡신. 이 치명적 매력을 가진 균은 서구권에서 집단 식중독이나 이상증세를 동반한 아웃브레이크(Outbreak)에 대한 역학조사를 통해 발견됐다.보툴리눔균이 아웃브레이크에 대한 역학조사 과정에서야 정체가 드러난 까닭은 평상시에 발견하기 어려웠던 탓이다. 보툴리눔 균이 속한 클로스트리디움 속(genus)은 모두 혐기성(嫌氣性)이다. 발견된 장소도 통조림이나 소시지 등 공기접촉이 되지 않는 밀폐된 곳이다.
보툴리눔균은 클로스트리디움 속 가운데서도 특별하다. 산소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한다. 아주 적은 농도의 산소에서도 살지 못하는 '절대혐기성' 세균이다. 산소에 노출되면 살 수가 없으니 사실 일상에서 발견하기가 어렵다.
보툴리눔 균이 유발하는 병증인 보툴리눔독소증은 국가지정 전염병이다. 이에 관련한 내용이 국가 차원에서 관리하는 감염병포털에 게재돼 있다. 그런데 자주 묻는 질문(FAQ)을 보면 뻘, 흙, 먼지는 물론 집안 바닥이나 카페트에조차 아포(spore) 상태로 매우 흔하게 존재하는 균이라고 기재돼있다.
균 자체는 감염을 일으키지 않으나 아포가 활성화돼 증식하면서 독소를 배출한다고도 덧붙였다. 절대혐기성 세균인 보툴리누스균이 앞서 언급한 집안 바닥, 카펫 등 공기 중에 상존하며 아포를 활성화한다는 뜻으로 읽힌다. 세균 전문가는 아니지만 정부의 주장이 맞다면 보고 사례만으로도 전 세계적 중대한 발견이자 연구 업적이 될 수 있다.
정부 주장과 인식을 뒷받침하는 사례가 국내에선 흔하다. 국내에선 역학조사 사례도 많지 않은데 수십 곳의 업체가 보툴리눔 균주를 독자적으로 입수했다. 취급까지 하겠다 신고하고 허가도 받아냈다. 균주가 발견된 장소와 출처는 부패한 통조림에서 시작해 토양, 축산 농가의 소 분변, 더 나아가 설산 등 다양하다.
보톡스 강국 대한민국, K보툴리눔 명성의 이면은 이렇다. 업계 원조로 손꼽히는 메디톡스는 오래 전부터 고질적인 역설을 문제삼았다. 지금까진 이에 대한 정부 차원의 조처는 없었다. K보툴리눔은 낮은 톡신 이해도, 돈이 된다는 사실에만 집중한 업체들, 이를 사실상 방관한 정부가 합작해 만든 토양에서부터 산업이 싹튼 셈이다.
오염된 땅에서 배태된 산업이 오랫동안 생명을 유지할 수 있을까. 가능할지도 모른다. 공기 중에서도 살아남는 절대 혐기성 K보툴리눔이 역설이 아니라는 전제에선.
내달 들어 관련법이 개정되고 정부는 신규 균주를 등록에 대한 엄정한 절차와 관리 체계를 도입한다. 그나마 다행이다. 글로벌 스탠더드를 위해서라면 지금이라도 엄격한 시스템을 통해 비틀어진 과거부터 바로잡아야 한다. 이대로는 1000억원에 불과한 국내 시장에선 아귀다툼말곤 벌일 게 없다. 7조원에 달하는 세계 시장에서 부끄럽지 않기 위한 자성과 절치부심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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