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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적분할' STX중공업, 매각 수순 밟나 STX엔진은 존속, 조선기자재 신설법인에..인수 1년여만 사업구조 개편 가시화

구태우 기자공개 2020-06-01 10:05:23

이 기사는 2020년 05월 29일 16:4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STX중공업이 사모투자회사에 인수된 지 1년 만에 사업구조 개편에 들어간다. 조선기자재 부문을 떼내 전문성을 높인다는 게 이번 개편의 목적이다. 그럼에도 이번 분할의 목적이 STX중공업 매각을 위한 사전 절차라는 관측도 있다.

STX중공업은 2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통해 물적분할 사실을 공표했다. STX중공업은 "각 사업 부문을 전문화하고 경영에 적합한 의사결정 체계를 도입하기 위해 분할한다"고 공시를 통해 밝혔다. STX중공업은 내달 26일 주주총회를 열고 물적분할 안건을 의결한다. 분할기일은 7월3일이다.

이번 분할은 STX중공업의 선박용 디젤 엔진 부문을 존속법인에 남기고, 크랭크샤프트와 선박용 데크하우스 등을 각각 물적분할하는 게 골자다. 알짜 사업만 존속법인에 남기고 비핵심 사업은 떼어내는 셈이다.


존속 법인의 자산과 부채가 신설법인으로 옮겨지면서, 크랭크샤프트 부문은 자산 300억원 규모(부채 235억원)의 중소 회사로 출발한 재출범한다. 데크하우스 부문은 240억원 규모의 회사로 출범한다. 각각 사명을 한국해양크랭크샤프트, 한국해양선박데크하우스로 바꿔 단다.

신설법인 모두 사명에 'STX' 간판이 빠지게 됐다. STX중공업은 지난해 3년 여의 법정관리를 마치고 사모투자회사인 '피티제이호유한회사'에 인수됐다. 최대주주의 지분은 66.1%다. 지난 1년 동안 경영정상화 과정을 거친 후 물적분할 계획이 추진됐다.

최근 공시한 2019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STX중공업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보다 374억원 증가한 2539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손실은 같은 기간 39억원 줄어든 106억원, 순이익은 698억원 줄어든 374억원을 기록했다. 적자 규모가 줄어든 만큼 물적분할을 통해 경영정상화에 속도를 내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부채비율은 전년과 대동소이한 230%대를 유지했다. 지난해 640억원의 차입금을 단기로 빌리면서 재무구조 개선 효과가 상쇄됐다. 법정관리 이전 부채총액이 1조원을 넘었던 만큼 이전과 비교하면 재무구조는 크게 개선됐다.

이번 사업구조 개편 후 STX중공업은 조선용 디젤 엔진 위주로 육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STX중공업의 사업부문은 디젤 엔진과 조선기자재로 나뉜다. 발전 설비도 생산하고 있지만 매출의 대부분은 엔진과 기자재 부문에서 나온다.

기자재 부문은 선박의 프로펠러를 구동하기 위한 초대형 축 크랭크샤프트와 데크 하우스다. 데크 하우스는 선원이 생활하기 위한 컨테이너 박스 형태의 구조물이다. 주 매출처는 대우조선해양과 대한조선이다. 그런데 대우조선해양은 한국조선해양의 인수 절차를 밟고 있고, 대한조선 또한 매물로 나와있다.

이 때문에 향후 STX중공업의 사업에 '불안 요소'가 잔존하고 있다. 매출 비중은 과거 내수가 압도적으로 많았는데, 현재는 내수와 수출 비중이 비슷해졌다. 국내 조선업이 위축되면서 국내 시장의 '파이'가 줄고, 해외 시장의 비중이 높아졌다.

이번 개편이 매각을 염두했다는 관측도 있다. 사모투자회사 등이 인수한 후 기업의 정상화 과정을 거친 후 되파는 게 일반적이다. STX중공업의 재무적 부실이 상당 부분 해소된 만큼 매각을 추진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본체인 STX중공업을 매각할지 기자재 부문을 매각할지가 관심이다.

관련 업계의 따르면 국제해사기구(IMO)의 환경 규제가 강화되면서 대형 디젤 엔진의 메리트는 이전보다 낮아졌다. 황산화물저감장치(스크러버)를 장착하거나 LNG추진선, 듀얼 연료(duel-fuel)선 등이 대안이다. 사실상 디젤 엔진의 수요는 상당히 낮아질 것이라는 설명이다.

반면 크랭크샤프트와 데크하우스의 수요는 꾸준하다. 실제 사업보고서 상 생산실적을 비교하면 엔진 부문은 낮아지고 있는 반면 크랭크샤프트와 데크하우스의 생산량은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크랭크샤프트의 생산량은 전년보다 44% 증가했고, 데크하우스는 5% 늘었다. 때문에 매물로서 '메리트'는 기자재 부문이 소폭 높다.

지난해 크랭크샤프트 부문의 매출은 5억원, 데크하우스 매출은 442억원이다. 나머지는 디젤 엔진 부문의 매출이다. STX중공업은 공시를 통해 이번 분할의 목적이 사업 부문의 독립성을 높이고, 신설 회사의 재무구조 개선이라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이번 분할이 매각을 위한 사전 절차라는 관측도 설득력 있다.

STX중공업은 매각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대해서는 별도 입장을 내지 않았다. STX중공업 관계자는 "공시 외에는 얘기할 게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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