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0년 06월 02일 07:4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금융당국이 금융사가 아닌 투자자를 향해 강력한 레드라이트를 켠 상품이 두 가지 있다. 가상화폐와 원유ETF(상장지수펀드)다. 공통점은 지나친 변동성과 투자 과열이다. 가상화폐 열풍은 신드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국내 투자시장을 뒤흔들었다.국내 거래량이 코스닥 시장과 비견될 만큼 압도적으로 성장해 시세조차 우리나라의 열기에 따라 뜨거워졌다 식었다를 반복했다. 금융위원회를 필두로 각 부처가 투자가 아닌 투기라고 명명했다. 그렇지 않아도 변동성을 쫓아 한탕의 꿈을 꾸던 일부 투자자들은 금지 사인을 대박의 징조로 오독했다. 당국으로서 당연했던 규제와 무분별한 투자가 맞물린 끝은 투자금의 손실이었다.
최근 불거진 원유ETF 논란은 가상화폐를 떠올리게 한다. 코로나19 이후 국제 유가가 급락하면서 서부텍사스산 원유(WTI)의 가격도 동반 하락했다. 유가 반등을 기대한 투자자들의 자금이 오히려 WTI 연계 금융상품이었던 ETN(상장지수증권)과 ETF에 몰리며 문제가 발생했다.
원유선물 가격은 떨어졌는데 자금이 크게 유입되자 괴리율이 1000%대까지 치솟았다. 당국은 금융상품 중 처음으로 WTI 선물 연계 ETN·ETF에 소비자 경보 중 가장 높은 단계인 '위험' 등급을 발령했다.
투자자들의 기대와 달리 국제 유가가 마이너스(-)까지 빠르게 폭락하며 부작용이 발생했다. 최근월물 전략을 쓰던 삼성자산운용이 상품 포트폴리오를 최근월물과 근월물로 분산 변경했다. 유가 하락으로 원유ETF가 상장폐지될 위기였기 때문이다.
삼성운용은 기초지수 추종 전략을 따르며 동일한 선물의 월물만 변경하는 편입종목 교체는 운용사의 자율적인 판단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투자자들은 근월물 투자로 기초지수와의 차이가 벌어졌고 결국 기대 수익률을 얻지 못했다며 억울함을 토로했다.
금융당국은 원유ETF 논란에 자산운용사의 손을 들어줬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그간 금융사와 소비자보호 샅바싸움을 이어가며 불완전판매 철퇴를 주장해왔다. 그런 금융당국조차 원유ETF의 근월물 변경이 적법했다는 입장을 취한 이유는 손실 가능성을 끊임없이 경고했기 때문이다.
진짜 문제는 제도권 상품이냐 아니냐가 아니라 한탕주의 투심이다. 아무리 제도권 상품에 투자했더라도 '운 좋은 타짜'를 꿈꿨다면 본질은 같다. 근월물 포트폴리오 변경은 논쟁의 소지가 남아있지만 무분별한 투자를 지양해야 한다는 단순한 진리는 시시비비를 가릴 필요가 없다.
원유ETF를 운용하는 삼성자산운용은 분쟁을 제기한 투자자에게 개별 안내문을 발송했다. 원유ETF 투자자 전용 상담센터를 연다는 계획도 밝혔다. 모쪼록 무탈한 결론이 나기를, 그리고 상처가 나은 자리에 더 성숙한 투자의식이 뿌리 내리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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