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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재벌시스템]포스코 이사회, '이상적 지배구조' 모델 논의했다철강업 지각변동 시기, '대표이사 회장' 체제 장단점 논의한 듯

구태우 기자공개 2020-06-04 09:38:42

[편집자주]

세계 최대 농업·식품회사인 카길은 비상장이고 가족지배 기업이지만 현재 가족이 경영하지 않는다. 세계적 플랫폼 기업 구글도 창업자들이 1선에서 모두 퇴진, 인도 출신 순다르 피차이가 최고경영자(CEO)를 맡고 있다. 소유·경영의 분리 사례다. 자본시장의 역사가 짧은 한국 기업은 태생적으로 소유·경영의 융합모델이 주류를 이룰 수밖에 없었다. 고도 성장과 빠른 의사결정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너경영 3·4세 시대에 접어들며 변화를 요구받는다. 국내 대표 기업 삼성이 그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파장을 가늠하기 어렵다. 지배구조 뿐 아니라 이사회·내부통제·조직구성에 까지 영향을 줄 사안이다. '포스트 이재용 선언'은 곧 '포스트 재벌시스템'이다. 이재용 선언 이후의 재벌시스템, 나아가 4차산업혁명 이후의 재벌시스템을 조명해본다.

이 기사는 2020년 06월 02일 15:1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기업의 소유지배구조는 양면성을 갖고 있다. 국내에는 기업의 소유주가 경영에 참여할 경우 이윤보다 오너의 선호에 따라 기업이 운영돼 경영성과가 나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깔려 있다. 이 때문에 소유와 경영이 분리된 기업은 이상적인 지배구조를 갖췄다는 인식이 일반적이다.

우리나라보다 기업의 역사가 긴 해외에서는 기업 지배구조를 오히려 중립적인 시선으로 본다. 기업이 처한 상황에 따라 소유와 경영이 유기적으로 결합하고 분리되는 게 옳다는 반응이다.

전문경영인의 경우 보수를 높이고 재선임되기 위해 단기적인 성과 위주로 경영하는 경향성이 있다. 기업의 소유주가 경영을 할 경우 장기적인 관점으로 투자가 이뤄져 경영성과가 재고될 수 있다. 이처럼 기업의 이상적인 지배구조에 대한 해석은 '케이스 바이 케이스(case by case)'다.

해외 최고의 금융저널로 평가받는 '저널 오브 파이낸스(Journal of Finance)가 2000년대 초반 발표한 자료(Founding-Family Ownership and Firm Performance: Evidence from the S&P 500)에 따르면 미국의 상장 기업 중 35%는 가족기업으로 소유와 경영이 통합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저널은 "가족기업인 경우 반대인 경우보다 경영 성과가 좋게 나타나고 있다"며 "창업주 일가가 대표이사로 직접 경영에 참여하는 경우 경영성과가 더 좋게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지배력 남용 문제 역시 전문경영인 체제에서도 나타날 수 있다. 전문경영인이 경제적 책임보다 큰 지배력을 행사하거나 오남용할 경우 기업가치를 떨어뜨리고 주주의 권익을 침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엔론(Enron)과 월드콤(WorldCom)의 회계부정 사례가 한 예다.

결론은 기업의 지배구조가 좋은 방향으로 활용되면 기업의 성과가 높아지고 반대로 활용되면 모든 이해당사자가 피해를 입는다.

최정우 포스코 9대 회장이 2020년 시무식을 열고 있다.

포스코는 국내에서 소유와 경영이 분리된 대표적인 대그룹이다. 포스코는 3년마다 그룹 전반을 경영할 전문경영인을 뽑는다. 직함은 대표이사 회장이다. 포스코의 정관 29조(대표이사 회장의 선임)에는 대표이사 회장은 사내이사 중에서 선임하며 CEO 후보추천위원회의 자격심사를 거친다고 규정돼 있다.

포스코의 최대주주는 12.06%의 지분을 보유한 국민연금공단이다. 시티은행과 미국의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이 각각 8.81%, 5.23%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포스코는 2000년 10월 민영화됐다. 포스코의 주인은 '주주'이다.

대그룹 포스코의 경영을 총괄했던 전문경영인인 대표이사 회장은 현재 9대(최정우) 째를 맞고 있다. 1대인 박태준 회장에 이어 '황경로·정명식·김만제·유상부·이구택·정준양·권오준' 회장에 이어 2018년 최정우 회장이 취임했다. 임기는 내년까지다.

포스코의 현 지배구조는 앞으로도 유지될까. 3년에 한번씩 대표이사 회장을 선출하는 현 방식은 앞으로도 유효할까. 포스코의 지배구조도 앞으로 변화를 맞을 전망이다. 이 같은 조짐은 이사회에서부터 나오고 있다.


포스코가 지난 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한 기업지배구조보고서에 따르면 포스코 사외이사 전원은 지난해 10월 11일 '포스코의 미래 CEO 역할 모델 연구'를 주제로 논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자리에서 포스코의 이상적인 지배구조에 대한 논의가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포스코의 사외이사는 의장인 정문기 성균관대 교수를 비롯 △박병원 한국경영자총협회 명예회장 △김주현 파이낸셜뉴스 대표이사 △김신배 SK그룹 전 부회장 △장승화 무역위원회 위원장 △김성진 서울대 교수 △박희재 서울대 교수 등이다.

포스코의 소유구조는 앞으로도 지속될 전망이다. 그럼에도 대표이사 회장 등 전문경영인 선임 방식에는 변화가 예상된다.

포스코의 대표이사 회장 선출구조는 교황을 선출하는 '콘클라베' 방식과 흡사하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치열한 물밑 경쟁이 벌어진다. 대표이사 회장은 그룹 매출 60조원에 달하는 대그룹을 지휘한다. 포스코의 대표이사 회장은 철강업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그럼에도 포스코는 최대주주가 국민연금공단인 탓에 정부의 입김에서 자유롭지 못했고 대표이사 회장의 임기까지 좌지우지 되는 '비화'도 있었다.

그렇다면 왜 지금과 같은 시기 지배구조 변화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을까. 현재 포스코의 사업구조는 본업인 철강업과 글로벌인프라(건설, 식량자원, 에너지)로 이뤄져 있다. 그런데 철강업은 변화의 중심에 서 있다.

철강업은 광물 자원 확보 경쟁이 심화되면서 '자원 전쟁'이 한창이다. 브라질 댐 붕괴 후폭풍은 현재까지 이어지면서 철광석 가격은 현재도 높게 유지되고 있다. 포스코는 1981년부터 캐나다와 호주, 인도 등에서 철광석과 니켈, 석탄 등 광물 자원 산지를 확보했다. 그럼에도 원가 변동에 따라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다.

철강업의 수요산업은 건설업과 자동차, 조선업이다. 과거 중국을 중심으로 세계 경제가 팽창하면서 철강 제품의 수요는 꾸준했다. 하지만 중국 경제의 연착륙과 신흥국의 인프라 개발이 부진하면서 철강제품의 수요는 답보한 상황이다. 철강업을 둘러싼 전방과 후방산업 모두 침체됐다.

포스코의 열연 제품은 품질이 우수하기로 정평이 나있다. 효율성과 생산성이 여타 글로벌 철강사보다 우수하기로 정평이 나있다. 포스코의 이 경쟁력은 포스코 지배구조의 '빈틈'을 채우는 역할을 했다. 하지만 철강산업의 글로벌한 상황이 바뀌고 있어 장기적인 안목의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주문도 꾸준히 제기돼 왔다.

대표이사 회장이 바뀔 때마다 그룹의 투자전략과 경영전략에도 변화가 생겼기 때문이다. 철강과 글로벌 인프라로 대표되는 현재의 사업구조는 전임 회장의 성공과 실패를 모두 경험한 결과다.

포스코 이사회의 '미래 CEO 역할'에 대한 논의는 철강업계를 둘러싼 상황을 고려하면 자연스럽다는 평이다. 포스코 사업에 가장 적합한 지배구조를 찾기 위한 논의가 시작됐다는 신호탄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회의의 결과물이 외부에 공개되지 않아 어떤 내용들이 오갔는지 알 수 없다. 그럼에도 포스코 지배구조에 변화가 시작됐다는 관측이 나온다. 포스코 관계자는 "지배구조를 연구하는 일상적인 (이사회) 모임"이었다며 확대 해석을 경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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