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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아제강지주, 세아베스틸 지분 매각 의미 3가지 지주사 행위 규제에 17년 만 처분, 기아특수강 인수 '올인' 중견그룹 '성장 원동력'

구태우 기자공개 2020-06-15 09:25:44

이 기사는 2020년 06월 12일 14:4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인수합병(M&A)은 성장이 정체된 기업에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 STX그룹은 비록 '비운'의 역사를 썼지만, M&A를 통해 빠르게 성장했다. M&A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면 기업이 빠르게 성장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그런 점에서 세아그룹은 M&A를 통해 중견그룹으로 올라선 그룹이다. 세아그룹은 2003년 기아특수강을 인수하면서 기업 규모가 중견그룹 수준으로 커졌고, 사업 포트폴리오까지 완성했다.

기아특수강은 기아그룹의 계열사로 차량 및 산업기계 부품을 납품하던 제조업체다. 기아그룹은 1997년 외환위기를 견디지 못하고 경영난을 맞았다. 기아자동차 등 핵심 계열사들은 현대자동차에 흡수됐고, 기아특수강은 세아그룹에 인수됐다.

세아그룹의 기아특수강 인수는 그룹 역사상 전례가 없을 정도로 규모가 컸다. 인수금액만 3800억원에 달했다. 세아그룹은 현대자동차와 포스코가 고사한 기아특수강을 품기 위해 계열사를 총동원했다.

재무적 투자자(FI)가 인수금액의 18%인 약 700억원을 투자했다. 2000억원은 금융권에서 차입했고, 나머지 약 30%를 지주사인 세아홀딩스와 세아제강이 마련해 납입했다. 세아그룹은 상당히 큰 재무적 부담을 떠안으면서 기아특수강을 인수했다.

17년 전 있었던 딜을 다시 돌아보는 이유는 최근 세아제강지주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통해 세아베스틸 주식 100만주를 처분했기 때문이다. 이번 매각으로 세아제강지주의 세아베스틸 지분은 6.03%에서 3.24%로 낮아졌다.

세아제강지주의 지분 매각은 현행 '독점거래 및 공정거래법'의 지주회사 행위 제한 규정에 따라 이뤄졌다. 지주사는 현행법에 따라 자회사의 지분을 일정 한도 이상 보유해야 한다. 공정거래법은 지주사가 상장사의 지분 20% 이상을, 비상장사의 경우 40% 이상을 보유하도록 정했다.

세아제강은 2018년 9월 회사를 분할해 지주사로 전환했다. 지주사 전환 이전에는 세아베스틸의 지분이 문제가 되지 않았는데, 지주사로 전환하면서 규제 대상이 된 것이다. 이에 따라 세아제강지주는 오는 9월까지 세아베스틸 지분을 20%까지 늘려 규제를 피하거나 지분 전량을 처분해야 한다.

세아제강지주는 지분을 늘리기 보다 처분하기로 했다. 지분 매각을 통해 약 200억원 이상의 재무적 이익을 얻기로 한 것이다. 이에 따라 세아베스틸의 '한 지붕 두 지주사' 체제는 17년 만에 끝날 전망이다.


이번 지분 매각에 상징적인 의미가 부여된 것도 역사적 맥락이 있기 때문이다. 이번 지분 매각이 갖는 의미는 크게 세 가지다. 첫째. 지분 매각으로 그룹 내 두 지주사 간 책임경영 체제가 더욱 강화됐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세아그룹의 두 지주사는 각자 독자적인 사업영역을 갖고 있다. 세아제강지주는 강관 부문(세아제강)을, 세아홀딩스는 특수강 부문(세아베스틸)을 맡고 있다.

이전에는 세아홀딩스와 세아제강지주 모두 세아베스틸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었다. 세아홀딩스(58.94%), 세아제강지주(6.03%) 등이다.

세아그룹은 사촌인 오너 2명이 특수강과 강관 부문을 각자 경영하고 있다. 그런데 세아제강지주가 세아베스틸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 지주사와 사업회사 간 독립경영이 다소 떨어진다는 관측도 있었다.

이번 지분 매각으로 세아베스틸과 세아제강지주 간 지분 관계는 오는 9월 이전 끊어진다. 이 경우 세아제강지주는 세아제강을, 세아홀딩스는 세아베스틸을 독자적으로 경영하게 된다. 지주사 간 완전한 독립경영 체제가 이뤄진 것이다.

둘째 세아그룹의 세아베스틸 인수는 지배구조를 안정화하는데 크게 기여했다. 이운형 세아그룹 회장이 2013년 갑작스럽게 별세하면서, 그룹의 지배구조에 변동이 생겼다. 당시 세아그룹은 이운형 회장이 그룹 경영과 특수강, 강관 사업의 사령탑을 맡았다. 현 회장인 이순형 회장은 지주사인 세아홀딩스 경영을 맡았다.

현재는 '형제 경영'에서 '사촌 경영'으로 바뀐 상태다. 특수강 사업은 고 이운형 회장의 장남인 이태성 부사장이 맡고, 강관 부문은 이순형 회장의 장남인 이주성 부사장이 맡고 있다.

고 이운형 회장(왼쪽)과 이순형 회장이 선대 회장의 사진 앞에서 악수하고 있다.

이운형 회장의 갑작스런 '유고 사태'에도 지배구조가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었던 데는 특수강 사업이 강관 사업 이상으로 성장했기 때문이다.

세아그룹은 1960년대부터 부산에서 '파이프' 사업을 하면서 성장했다. 세아그룹의 사명에는 부산파이프라는 '꼬리표'가 따라 다닐 정도로 강관사업의 이미지가 컸다.

하지만 기아특수강 인수로 특수강 부문이 강관 부문을 넘어설 정도로 커졌다. 이는 사촌경영 체제에서도 지배구조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버팀목'으로 작용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지분 매각이 계열분리의 '신호탄'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두 지주사가 계열분리를 할 가능성은 극히 낮다.

현재 세아그룹의 사업은 국내보다 해외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세아제강과 세아베스틸은 해외 영업을 하면서 통합 마케팅을 추진하고 있다. 세아제강은 1970년대부터 미국과 중동 지역에서 강관 사업을 한 만큼 해외 마케팅에 강점을 갖고 있다. 다수의 고객사를 보유하고 있다.

세아베스틸은 현대제철이 특수강 사업에 뛰어들면서 해외로 눈을 돌렸다. 해외에 고객사가 많지 않아 초창기 세아제강의 도움을 받았다. 현재 세아베스틸과 세아제강은 협업을 통해 시너지를 내고 있어 계열분리의 실익이 낮다는게 세아그룹에 정통한 관계자의 설명이다.

세아그룹 관계자는 "앞으로도 세아제강지주가 강관 부문을, 세아홀딩스가 특수강 부문을 지배하는 지배구조 체제는 유지될 것"이라며 "두 지주사 간 협업은 강화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셋째 세아그룹의 기아특수강 인수는 17년이 지난 지금 '신의 한수'였다는 평을 듣는다. 세아그룹은 1986년 세아특수강을 설립해 특수강 하공정 사업에 뛰어들었다.

특수강은 크게 쇳물을 선재와 봉강으로 만드는 상공정과 완제품을 가공하는 하공정으로 나뉜다. 세아특수강은 포스코창원특수강(현 세아창원특수강)과 기아특수강 등에서 중간재를 구입해 선재와 봉강을 생산했다. 세아그룹의 특수강 사업은 상공정을 갖고 있지 않아 중간재를 구매해 가공 수수료를 받는 것에 불과했다.

세아그룹은 2003년 기아특수강을 인수하면서 상공정과 하공정을 모두 갖췄다. 기아특수강을 무리해서라도 인수한 건 특수강 사업이 갖는 특수성 때문이었다.

특수강은 철과 탄소를 배합해 만든 보통강에 니켈과 크롬, 실리콘 등을 혼합해 만든 고급강에 해당된다. 완제품은 볼트와 너트 등 체결부품과 기계부품 등으로 자동차와 산업기계, 우주항공 산업의 기초소재로 활용된다. 고부가가치 산업인 만큼 상공정과 하공정을 모두 보유해야 경쟁력이 높아진다.

현대차그룹이 2014년 싯가의 두배를 더 주고 동부특수강을 인수한 것도 상·하공정을 모두 보유하기 위해서였다.


세아그룹은 기아특수강 인수로 현대자동차보다 11년 앞서 특수강 부문의 상·하공정을 갖추게 됐다. 그 결과 세아그룹의 특수강 사업은 원가와 품질 부문에서 상당한 경쟁력을 갖췄고 국내 시장에서 높은 점유율을 유지할 수 있었다.

기아특수강 인수 당시 매출은 5000억원에 그쳤는데, 현재 1조8000억원 안팎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다만 현재 완성차 판매가 줄면서 특수강 시장이 침체된 상황이다. 시황이 회복되면 세아베스틸의 경영 상황도 개선될 전망이다.

세아베스틸은 완성차 시장의 침체에 대응하기 위해 사업 다각화를 추진하고 있다. 자동차용 특수강 외에 항공 우주산업에 쓰이는 핵심 소재를 개발할 계획이다. 지난해 알루미늄 제조사인 알코닉코리아를 인수했다.

세아그룹 관계자는 "세아베스틸은 고부가치 금속소재의 포트포리오를 구축해 완성차 시장의 침체에 대응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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