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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bell interview]"바이올로지의 깊은 이해와 뚝심이 신약개발의 계명"TGF-β 연구 大家 김성진 메드팩토 대표, 외면받던 항암신약물질 백토서팁 재조망

서은내 기자공개 2020-06-29 07:37:38

이 기사는 2020년 06월 26일 08:0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것, 기초 연구를 통해 바이올로지(biology)를 깊이 이해하는 것, 이 두 가지가 신약 개발의 계명이라고 생각한다."

김성진 메드팩토 대표는 더벨과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김 대표는 "같은 물질이라도 개발자에 따라 쓸모 없는 것이 될 수도 있고, 큰 가치를 만들어내는 신약으로 빛을 발할 수도 있다"면서 "그런 전례는 신약 개발사에서 늘 반복돼 왔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최근의 한 사례를 공유했다. 그는 "미국의 한 신약개발 벤처는 대규모 자금을 들여 개발해온 약물의 임상이 실패해 개발이 중단됐다"면서 "이후 임상 데이터 분석 결과 만성신장질환에 효과가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적응증을 바꿔 재도전했으며 최근 미국 FDA로부터 조기 판매승인을 받았다"고 말했다.

메드팩토의 핵심 파이프라인이 된 항암 신약후보물질 '백토서팁' 역시 7~8년 전까지만해도 국내외 제약사로부터 외면 받던 약물이다. 핵심 기전인 TGF-β(형질전환성장인자)에 대한 이해도가 높지 않았기 때문이다. 당시 연구개발 업계의 상황에 따라 사장될 뻔 했던 기술이지만 확고한 개발 의지를 가진 연구자를 만나 새롭게 꽃을 피워내고 있다.

백토서팁은 김대기 이화여대 교수가 과거 SK케미칼의 바이오벤처 '인투젠' 재직 시절 김성진 대표의 아이디어 자문을 기반으로 물질을 발굴하고, 이후 약효를 개선해 새로 만들어낸 물질이다. 김 교수는 정부 연구과제 지원을 기반으로 백토서팁을 개발하던 중 기술이전이 어려워 연구를 중단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이때 김 대표에게 후속 개발을 제안했다.

김 대표는 "백토서팁이 정부로부터 3년차 연구비 지원을 받기 위해선 제약사에 기술이전이 돼야 하는 조건이 있었다"며 "당시 물질의 신호 전달 방식이 복잡하고 독성 문제 우려 등으로 시장의 관심이 크지 않던 때였다"고 회상했다. 누구보다 백토서팁에 대한 이해도가 높았던 김 대표는 괜찮은 약으로 개발해 낼 자신이 있었다. 그렇게 기술을 도입, 본격적인 개발이 시작됐다.
김성진 메드팩토 대표

김 대표는 미국 국립보건원(NIH) 연구원 출신으로 TGF-β 연구 분야에서 손꼽히는 전문가로 통한다. 2009년 테라젠이텍스를 인수, 유전체 사업에 뛰어 들었으며 그때부터 유전체에 기반한 신약개발의 꿈을 꾸기 시작했다. 회사 내 신약개발 바이오사업팀이 만들어졌으며 2013년 분사시킨 것이 메드팩토다.

그는 과거 티슈진(코오롱생명과학의 전신)의 초창기 기술고문을 맡아 '티슈진-C(인보사)' 개발에도 역할을 했다. 인보사가 연골세포에 TGF-β를 많이 넣어서 질병을 치료하는 기전이라면 백토서팁은 TGF-β를 없앰으로써 암을 치료하는 기전을 갖고 있다. 최근 전세계적으로 TGF-β 활용 약물 개발이 각광을 받고 있으며 그 중 백토서팁이 유력한 후보다. MSD, 아스트라제네카와 공동 개발을 진행하며 기대감을 더 높이고 있다.

김 대표는 백토서팁 가치를 높이기 위해 임상적으로 두 가지를 증명하는데에 방점을 두고 있다. 한가지는 백토서팁이 어떤 약보다 확장성 면에서 우월함을 입증하는 것이다. TGF-β는 모든 암종에서 대량 분비되는만큼 적응증 확대가 용이하다. 또 하나는 모든 항암제와 병용이 가능하다는 점을 증명하고자 한다. 약방의 감초처럼 모든 암치료에 들어가는 약이 될 수 있다.

김 대표는 "메드팩토는 사업전략상 기술이전과 함께 희귀질환의 경우에는 패스트트랙을 활용해 직접 개발해나가는 두 가지 사업화 가능성을 모두 열어놓고 있다"며 "올해와 내년이 백토서팁의 통계적 유의성을 확인할 수 있는 기점이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글로벌 시장의 신약개발 사례를 보면 30~40년의 경험을 토대로 10년 이상 공을 들여 하나의 약이 만들어진다"면서 "한국 바이오산업 발전이 더뎠던 이유는 대부분의 제약사들이 롱텀(long term) 기반의 신약개발보다 빠른 결과를 낼 수 있는 공장식 개발에 더 무게를 뒀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김 대표는 요즘 백토서팁 다음 과제를 임상 단계로 끌어올리는데에 가장 마음을 많이 쏟고 있다. 대부분의 시간을 후속 파이프라인 개발을 위해 다른 논문을 들여다보고, 연구, 실험하는데에 할애하고 있다. 'MA-B2'가 다음 타순이다. MA-B2는 유전체 분석을 기반으로 삼중음성유방암 치료제로 개발 중인 항체치료제다. 김 대표가 테라젠이텍스 시절부터 직접 발굴, 개발해 더 애착이 큰 물질이다.

김 대표는 "백토서팁에 대해서는 사실상 내 역할은 끝났다고 본다"면서 "회사에 소속된 임상 의사들이 보다 주체적으로 개발을 진행 중이며 내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역할은 후속 파이프라인 가치의 근간이 될 깊이 있는 기초연구"라고 말했다.

메드팩토라는 이름에는 신앙인으로서 김 대표의 약속이 담겨 있다. 의학을 뜻하는 '메드(med)'와 약속을 뜻하는 스페인어 '팩토(pecto)'가 합쳐졌다. 김 대표는 과거 페루에서 자선활동의 일환으로 인공투석 관련 병원을 운영한 적이 있었다. 당시 좋은 약을 만들어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고 싶다는 신앙고백이 메드팩토란 이름으로 이어졌다.

김 대표는 "앞으로 사람들이 메드팩토를 떠올릴 때 '정직한 회사'라고 기억되었으면 하는 게 바램"이라며 "정확한 기술로 좋은 약을 만들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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